본래 담배는 '전매'였다. 국가가 독점적으로 진행하던 사업이었던 것. 전매제도가 풀린 것은 1989년 4월, 한국담배인삼공사(현 KT&G)가 설립되면서부터다. 하지만 여전히 담뱃값은 정부가 정한다.
◆ 흡연자, 세금을 태우다
담뱃값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세금이라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루에 2500원짜리 담배를 한갑씩 피우는 흡연자라면 한달에 지출하는 담뱃값은 7만5000원(30일 기준), 1년에는 총 91만2500원이다.
한갑에 2500원인 담배의 실제 출고가는 전체의 38%인 950원이다. 담뱃값의 절반이 넘는 1550원(62%)이 세금이다. 흡연자가 1년간 하루도 빼놓지 않고 담배를 한갑씩 소비한다면 비흡연자에 비해 56만5641원의 세금을 더 낸다는 계산이 나온다.
담배에 붙는 세금 중 비중이 가장 큰 것은 담배소비세다. 전체 세금의 41.35%(641원)를 차지한다. 두번째로 높은 것은 건강증진부담금으로 전체 세금의 22.83%인 354원이다. 이외에 20.70%(321원)의 지방교육세가 붙고, 마지막으로 15.09%(321원)를 차지하는 부가세가 추가된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담뱃값 인상안이 변동 없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현재 2500원인 담뱃값은 4500원이 된다. 여기에 붙는 세금은 3318원(전체 담뱃값의 73.7%)이다. 따라서 흡연자들은 내년부터 1년에 총 121만1070원의 세금을 내게 된다. 이는 통상 시가 9억원(기준시가 6억8301만원가량)짜리 주택소유자가 내는 재산세 및 교육세와 동일한 수준이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이와 관련 "담뱃세 인상은 우리사회에서 가장 어렵게 생활하는 사회적 약자로부터 역진적인 세금을 걷어 복지를 구현하자는 것"이라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국가의 폭력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 담뱃값 인상, 세수확충 혹은 국민건강
WHO(세계보건기구)는 지난 5월31일 세계 금연의 날을 맞아 한국에 "담뱃세 수준을 현재보다 50% 올려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WHO의 권고에 따르면 담뱃값은 5000원 수준이 적정하다.
그렇다면 이번 조치가 정말 금연을 위한 정책일까.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흡연자 감소를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하지만 담뱃값 인상은 추가 세수입의 극대화를 위한 것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최성은 연구원은 지난 6월30일 '담배과세의 효과와 재정'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가 최근 눈길을 끈 것은 현재 정부가 밝힌 담뱃값 2000원 상승 시 추정한 세수증가분에 대한 내용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어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담뱃값 인상과 그에 따른 흡연자 감소 등의 요소를 감안해 계산한 결과 담뱃값을 현재보다 2500원 올렸을 경우 담배 판매에 따른 정부의 세금 수입이 가장 많이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담뱃값을 500원 인상할 경우 정부가 거둬들이는 세수입은 기존 5조7500억원에서 1조1200억원 늘어난 6조87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1000원 더 올리면 세수입은 1조9400억원 증가한다. 1500원 인상할 경우 추가 세수입은 2조4600억원이 된다. 만약 2500원을 올린다면 추가 세수는 2조6100억원이다.
하지만 담뱃값을 3500원 올리면 추가 세수는 오히려 1조5600억원으로 줄어든다. 흡연율이 크게 감소하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담배가격이 한갑당 8382원일 경우 세수가 '0'일 것으로 추정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그 정도의 가격이면 우리나라의 모든 흡연자가 담배를 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
실제로 질병관리본부의 분석에 따르면 주요 흡연층인 성인남성의 흡연율을 떨어뜨리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담뱃값 인상(54.4%)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에서도 가격정책의 금연 기여도는 36.5%로 가장 높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해 2월 내놓은 '담배 및 주류의 가격정책 효과' 보고서에서 "본 연구에서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흡연자들이) 금연의사를 보이는 담배가격은 8910원~9065원"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정부가 국민의 금연을 위해 담뱃값을 인상하기로 결정했다면 아예 더 높은 인상률을 제시했어야 한다. 담뱃값 2000원 인상안이 국민건강 증진보다는 증세가 목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정부는 이번 발표와 함께 오는 2016년부터 담뱃값을 물가와 연동, 물가가 일정수준 상승할 때마다 담뱃값이 자동으로 인상되도록 하는 '물가연동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 또한 '담배과세의 효과와 재정' 보고서에서 제시한 방안이다.
보고서에서 제시한 '담배과세인상 시나리오'에 따르면 담뱃값을 2000원 올렸을 경우 2015년에 추가 세수 2조7000억원이 확보된다. 이후 물가에 연동해 매년 담뱃값을 올리면 2017년까지 2년간 2조6000억원가량의 세금이 추가로 걷힐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담배 과세와 물가연동제 적용은 이번 정부가 활동하는 2017년까지(현 박근혜 대통령 임기는 2018년 2월24일까지) 3년간 정부의 세수를 7조9000억원 늘리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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