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쉐, 씨즐러'.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외식브랜드다. 물론 한때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2000년대 초중반 프랜차이즈 업계를 평정하며 뚜렷한 성과를 남겼다. 패밀리레스토랑 1세대라 불리며 명동, 광화문 등 서울 시내 요지에 속속 매장을 오픈했고 전국 핵심 상권을 중심으로 매출을 늘려 나갔다. 
그랬던 이들이 삐걱대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후반. 하나 둘 생겨나는 경쟁업체 속에서 이렇다 할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서부터다. 경쟁력 부재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고, 누적적자로 고전하던 이들은 지난해 결국 사업을 접었다.

이 두 업체뿐만이 아니다. 최근 외식 프랜차이즈업계를 중심으로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버블티로 인기몰이에 성공한 ‘공차’가 매각 절차를 밟고 있고, 인수자가 없어 투자유치로 돌아섰던 매드포갈릭은 어렵게 투자자를 만나면서 큰 고비를 넘겼다. 

다른 곳도 사정이 어렵긴 마찬가지. 업종을 불문하고 매출감소, 폐점 등의 고민을 공통적으로 겪고 있다. 시장에 쏟아진 외식업체 매물은 올 들어서만 벌써 10여개다.






◆쪼끼쪼끼·매드포갈릭 새 주인 품에
생맥주 전문점 ‘쪼끼쪼끼’는 매각을 앞두고 있다. 강원도 춘천에 본사를 둔 비상장 건설업체 세경건설과 마무리 인수 협상을 진행 중이다. 쪼끼쪼끼는 1999년 ‘동네상권의 사랑방 맥주점’이란 콘셉트로 등장해 2000년대 중반 700개까지 가맹점을 늘리며 큰 인기를 끌었던 브랜드.

하지만 성장은 거기까지였다. 성장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쇠퇴했고, 현재 전국에 250개 점포만 남았다. 쪼끼쪼끼를 운영하던 태창파로스는 지난 8월 대규모 손실로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받게 되자 공개매각을 선언했다.

투자자가 없어 고민에 빠졌던 매드포갈릭도 최근 한숨을 돌렸다. 사모펀드인 스탠다드차타드 프라이빗에쿼티(SCPE)로부터 500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한 것. 매드포갈릭은 올 초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다 매각에 나섰지만 마땅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투자자를 물색해왔다.


‘마늘과 와인’을 주요 콘셉트로 한 매드포갈릭은 남충우 전 타워호텔 회장의 장녀인 남수정 썬앳푸드 대표가 직접 론칭에 관여해 애정을 쏟은 브랜드다. 

2001년 6월 압구정점을 필두로 국내 29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해외에도 진출한 바 있다. 매드포갈릭은 SCPE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별도법인 MFG코리아 설립 후에도 남 대표와 썬앳푸드가 운영을 맡기로 했다.

아직 새 주인을 찾지 못한 곳도 많다. 대만의 음료브랜드인 ‘공차’를 한국에 들여온 공차코리아는 지난 7월 충정회계법인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한 뒤 매각절차를 밟고 있으나 진행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공차는 2012년 4월 서울 홍대에 첫 매장을 선보인 뒤 2년4개월 만에 240여개 점포망을 구축하는 등 급성장을 이어왔다. 그러나 기업으로서의 시스템을 미처 갖추기도 전에 가맹점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점포 관리에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공차코리아의 매각가액이 약 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레스토랑 체인인 뉴욕뉴욕과 현대백화점 계열 빵집 프랜차이즈인 베즐리도 현재 매각을 추진, 새로운 투자자나 인수자를 찾고 있다. 46개의 한식전문점 불고기브라더스를 운영하는 이티앤제우스도 투자자를 물색 중이다.

시장 퇴출이 예상되는 업체들도 넘쳐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정보공개서 등록 취소를 신청하는 회사들이 늘고 있는 것.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구어조은닭(가맹점 139개), 그라찌에(84개), 장터국수(69개), 석가신라해장국(52개), 강남샤브샤브부대찌개앤행복한매운철판(51개), 미다래(47개) 등 주요 외식 프랜차이즈업체들이 알려야 할 경영사항을 변경 등록하지 않았다.

이들 프랜차이즈는 폐업, 신규가맹점 모집 중단 등을 이유로 정보공개서 변경 등록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류승희 기자

◆출혈 경쟁에 시장 변화 대응 못해
외식 프랜차이즈 몰락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내수 불황과 출혈 경쟁 격화가 맞물린 데 따른 것으로 분석한다. 프랜차이즈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2008년 10만7000개에서 작년 19만개로 늘어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하는 정보공개서에 등록된 브랜드 수는 3528개(2013년 12월 기준), 가맹본부 수는 2830개에 이른다. 업종별로 보면 이 중 외식 기업이 1985개로 70.1%를 차지하고 있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외식 프랜차이즈업체의 경우 매장 간 통상 4㎞의 안정거리가 필요한데, 여러 브랜드들이 한정된 지역에서 대형화하면서 시장을 갉아먹었다”며 “외식업이 식품 대기업 중심으로 커지다 보니 신규 가맹점이 유명 브랜드에만 몰리고, 양극화 현상으로 인해 중소 프랜차이즈가 살아남기 힘든 환경”이라고 꼬집었다.

변신에 실패한 업체가 스스로 무너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창업전략연구소 한 관계자는 “외식업도 유행에 따라 부침이 심하기 때문에 잘 나갈 때 그 다음 것을 준비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외형 확장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서비스나 음식의 질 등에 대해 더 빠르게 대처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일부 외식업체는 다양한 방면으로 자구책을 찾고 있다. 이랜드 그룹의 애슐리는 지역별 상권 분석을 통해 W+매장, 브런치매장, 프리미엄 레스토랑인 83 그릴 바이 애슐리 등 다양한 형태의 매장을 선보였고 샤브샤브 전문점 채선당도 기존 채선당 매장의 샤브샤브 메뉴에 샐러드 바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콘셉트를 더한 플러스 매장을 오픈하고 수익성 강화에 나섰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