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머니가 몰려온다. 한류열풍과 환율, 지리적 장점 등을 내세워 중국인관광객(요우커)들이 잇따라 한국을 찾고 있다. 그들의 씀씀이도 놀랍다. 관광과 쇼핑, 성형수술 등을 위해 한국에서 지갑을 여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 한해 동안 한국을 방문한 요우커들이 한국에서 쓴 금액은 1인당 2500달러(250만원)에 달했다. 외국인관광객의 평균이 168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소비규모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이 언제까지 계속될 지는 불투명하다. 중국인들의 비지트 코리아(Visit Korea)가 단발성 이벤트로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방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한류(환율 등)를 통해 구축한 요우커 관광특수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일각에선 중국인들의 '묻지마 투자'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중국자금이 투기가 아닌 투자로 연결되려면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남효정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 선임연구원을 만나 해법을 들어봤다.


 

/사진=류승희 기자

- 요우커들의 방한이 급증하고 있다. 왜 그렇다고 보나.
▶다양한 이유가 꼽히지만 아무래도 한국상품의 브랜드 이미지가 급상승한 게 가장 큰 영향인 것 같다. 화장품, 액세서리 등의 한국제품을 중국에서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점이 현재의 '쇼핑 코리아' 열풍을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한국의 드라마, K팝 등 한류 열풍과 (저)환율도 요우커를 끌어들이는 데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물론 지리적 요건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 상하이에서 한국까지는 비행기로 채 2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중국의 일부 도시에서 서울까지는 1시간 이내에 올 수도 있다.


- 제주도에 차이나머니가 집중적으로 몰려오고 있는데.

▶제주도에 중국자본이 몰리는 것은 맞다. 외국인투자자 중 중국인 비중이 가장 높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일각에서 제기한 것처럼 제주도의 모든 땅을 쓸어담는 정도는 아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지난해 6월말 기준 제주도 전체 토지면적 대비 외국인 소유 면적은 0.74%, 중국인 소유는 0.32%다. 따라서 아직까지는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다만 요우커 방한규모에 따라 투자시장이 더 커질 수 있는 만큼 이 점에 대해서는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 차이나머니 유입에 대한 한국의 전략이 있다면.

▶제주도를 비롯해 최근 서울의 명동(홍대)까지 중국투자자의 관심이 높은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들이 단기투자로 들어와 수익만 취하고 빠져나가는 이른바 '핫머니'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런 현상이 중국인의 장기적 투자로 이어질 수 있는 국가차원의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인가.

▶해외자본이 국내에 유입된다면 세수확보는 물론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세수부족으로 머리 아파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충분히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핫머니로 이어진다면 이는 시장의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 요우커 방문이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도록 정부가 관광인프라를 다양하게 구축하고 관련 사업에 대한 투자도 더 늘려야 한다. 또 우리문화나 자연을 훼손하면서까지 무리하게 투자받는 것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제주도의 경우 중국투자가 활발한데 이 같은 투자가 지역의 난개발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가 기준점을 제시해야 한다.

- 중국투자가 늘어나는 현 상황에서 한국정부는 제대로 대처하고 있는 것인가.

▶어떤 성격의 자본이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지만 우선 정부가 중국에 투자시장을 연 것은 잘한 것 같다. 또한 일부도시에서는 중국투자자에게 비자면제 등 규제완화정책을 펴고 있는데 역시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적절한 판단이라고 본다. 다만 장기적 유입과 소비 활성화를 위한 준비는 더 필요할 것 같다. 중국투자자들의 자금이 장기적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규제완화는 물론 관련 인프라 구축이 보완돼야 한다.

- 제2의 '차이나러시'를 일으킬 국가가 있나.

▶아쉽게도 제2의 차이나머니는 쉽게 유입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국가가 부각되기도 했지만 중국을 따라오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리에게 중국이 기회이자 위기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끝으로 우리나라 관광산업을 전망한다면.

▶기대보다 우려가 더 크다. 요우커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명동과 동대문을 보면 상업적인 측면이 너무 강하다. 부푼 기대를 안고 한국을 방문했다가 복잡하고 상업적인 (명동) 거리를 보면서 실망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는 곧 재방문율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자연스럽게 쇼핑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일종의 통로가 필요하다. 한국 전통의 미를 엿볼 수 있는 관광인프라 구축도 더 보완돼야 한다. 이를테면 천년 신라의 역사를 간직한 경주는 한국에서만 느낄 수 있는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즐비하다. 이를 관광코스로 유용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 경주뿐만 아니라 한국의 미를 잘 살린 도시는 얼마든지 있다. 요우커들이 보다 쉽고 편리하게 이런 곳을 관광할 수 있도록 교통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