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동네에도 있나요? 우리 동네 공공자전거는 정말 자랑하고 싶어요. 편리하고 시간 대비 비용도 저렴해요.”
공공자전거가 생활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근거리 통행에서 자동차를 대체하는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떠오른 공공자전거는 여가를 위한 수단으로 유명 관광지 등지에서 이용됐던 사설 자전거와는 차원이 다른 서비스를 제공한다.
24시간 이용이 가능할뿐더러 지자체 내 어디에서나 대여와 반납이 자유롭다. 비용도 상당히 저렴하다. 정부는 이 같은 공공자전거를 확충하기 위해 지자체별 우수사례를 뽑아 다른 도시로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 그러나 한계도 있다. 이용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자전거와 만만찮은 수리비용은 지자체가 감당해야 할 부담이다. 또한 공공자전거가 이익을 침해한다고 생각하는 택시 등 타 교통수단의 반발도 넘어야 할 산이다. 시범단계를 넘어 확장단계로 들어선 공공자전거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사진제공=안산시청
◆“집 앞서 타고 역 앞서 내려요”
주말인 지난 9월27일 경기도 안산시를 찾았다. 중심 시가지인 중앙역에 내리자 시의 공공자전거인 ‘페달로’(PEDAL路)가 반긴다. 목적지인 호수공원까지 가는 거리를 생각해보니 걷기에는 멀고 택시를 타기에는 어정쩡하다.
청명한 가을하늘, 바람을 맞으며 페달로를 이용해 보기로 했다. 늘어서 있는 페달로 사이에 무인 종합정보안내시스템 ‘키오스크’가 우뚝 솟아있다. 만 13세 이상 남녀노소 누구나 무인시스템인 키오스크를 통해 하루 24시간, 365일 동안 공공자전거 이용이 가능하다.
시의 공공자전거를 처음 이용해 보는 기자지만 사용에는 큰 무리가 없다. 키오스크 터치스크린에 기재돼 있는 순서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자전거의 하루 주인이 될 수 있기 때문. 이용방법은 간단하다. 휴대폰 혹은 교통카드만 있으면 24시간 동안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다.
결제 창에서 휴대폰과 교통카드 중 하나를 선택해 결제를 완료한 후 핸드폰에 전송된 1일이용권 번호를 입력해 자전거를 선택하면 된다. 비용도 저렴하다. 1일 이용권은 1000원, 월(30일)회원은 3000원, 연(365일)회원은 2만원이다. 1회 대여 시 기본 대여시간은 2시간으로 제한돼 있지만, 2시간 이내 대여와 반납을 반복하면 24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제한시간은 한 사람이 불필요하게 오랫동안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회전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이제 보관대에서 분리된 자전거를 끌고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일만 남았다. 안산시는 지난 2010년 당시 행정안전부(현 안전행정부)가 선정한 ‘10대 자전거 거점도시’에 선정돼 자전거 전용도로 등 자전거교통 인프라가 타 도시에 비해 상당히 발달돼 있다. 특히 지난해 7월 말까지 총 141개 노선 253.84㎞의 자전거교통 인프라를 확충했다. 실제 역에서 목적지까지 울퉁불퉁한 길이나 좁은 길은 좀처럼 찾기가 어려웠다.
기자 외에도 수많은 시민들이 페달로를 타고 자전거도로 위를 달렸다. 주말마다 페달로를 찾는다는 시민 A씨는 “공공자전거라 품질은 기대하지 않았는데 막상 타보니 안장도 편하고 다양한 기능이 탑재돼 있다”며 “딸아이와 나들이용으로 아주 좋다”고 호평했다. 인근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B씨도 만족도가 높다. 그는 “개인 자전거는 분실 위험이 많아 불안했는데 언제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고 운동까지 할 수 있어 일석이조 이상의 효과”라고 말했다.
가을바람과 함께 달린 지 30여분이 지났을까. 목적지에 도착했다. 기존의 대여 자전거라면 빌린 장소에 다시 반납해야 하기에 보관에 신경 써야 하지만 페달로는 시내 설치된 정거장 어느 곳에나 자유롭게 반납이 가능하다. 안산시에는 올해 9월 기준으로 77개소 정거장에 1834대의 자전거가 놓여 있다.
한 시민이 키오스크를 통해 공공자전거를 대여하고 있다. /사진제공=안산시청
◆특색있는 '누비자', '페달로', '타슈'…
이처럼 안산시민들의 ‘발’로 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공공자전거는 이미 프랑스와 캐나다 등 자전거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됐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몇몇 지자체만 차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08년 경남 창원시의 ‘누비자’를 시작으로 국내에 첫 선을 보인 공공자전거시스템은 2009년 대전광역시의 ‘타슈’, 순천시 ‘온누리’, 2010년 고양시 ‘피프틴’, 서울시 ‘서울바이크’(공공자전거) 등 지자체 10여곳으로 확장됐다. 각 지자체별로 공공자전거시스템의 이용방법은 페달로와 같지만 비용 측면에서 1일 500~1000원, 1년 2만~6만원선으로 조금씩 차이가 있다.
시스템의 구축 수준도 다르다. 창원시는 현재 242개 정거장에 5000여대의 자전거를 운영하고 있는 반면 서울시의 경우 여의도와 상암지역 일부에 44개소 정거장과 378대의 자전거가 설치돼 있다. 서울시는 내년까지 이를 3000여대로 확충해 공공자전거가 생활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자가 찾은 안산시는 이 중에서도 ‘성공사례’로 꼽힌다. 페달로를 찾는 이용자가 나날이 늘어나 지난해 5월 하루 평균 1532명에 불과하던 이용자 수는 1년 뒤인 이듬해 5월 4281명, 9월 현재 6270명으로 급증했다.
◆만성적자 '고민'… 택시업계 "고사할 지경"
하지만 공공자전거시스템에 ‘빛’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민들을 위한 공익사업인 탓에 시스템 개발비, 유지보수비 등 운영비용은 빚으로 남는 일이 다반사. 이에 몇몇 지자체에서는 해당사업이 만성적자에 빠지자 사업을 축소하거나 중단을 고려키도 했다.
택시와 버스 등 공공자전거의 확충으로 피해를 입게 된 다른 교통수단 사업자들의 반발도 자전거 증설을 막는 한 요인이다. 익명을 요청한 지자체의 한 관계자는 “택시 사업자의 반발이 심해 기존 계획을 축소했다”면서 “공공자전거시스템으로 택시업계가 고사할 것이라는 민원이 많았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시민들도 공공자전거시스템에 불만이 많다. 민원사례를 조사한 결과, 첫째로 부족한 자전거 수, 둘째로 관리가 엉망인 자전거를 질타하는 의견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평소 페달로를 자주 찾는다고 밝힌 C씨는 “퇴근시간 자전거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일어난다. 간혹 남은 게 있어 빌리려 해도 고장난 자전거가 태반”이라며 “시민의 돈으로 운영되는 만큼 철저한 관리를 해달라”고 꼬집었다.
지자체도 할 말은 있다. 시민들이 공공자전거를 함부로 쓰는 일이 잦아 물 먹는 하마처럼 유지보수 비용에 상당한 자금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이에 지자체 관계자들은 “공공자전거는 세금으로 이용되는 모두의 자산인 만큼 개인 자전거처럼 소중히 아껴 써달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한편 현재 10여곳의 지차체에서 운영중인 공공자전거시스템은 전국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올 연말쯤 다른 시·군의 우수 사례를 선정 및 발표해 자전거사업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성과보고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타 지역의 사례를 벤치마킹함으로써 상생·발전하자는 취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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