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고단하고 생활이 팍팍할 때면 누구나 이들 부부처럼 한번쯤 이민을 꿈꾼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빠듯한 살림살이…. 더욱이 나이가 들어 은퇴한 이들에게 한국은 더 이상 매력적인 나라가 아니다. 때문에 50∼60대 은퇴자를 중심으로 은퇴 이민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하지만 '무조건 가고 보자'는 풍조는 분명 실패할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은퇴 이민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하면 될까.
◆ 외국서 살 이유 분명히
수년 전 은퇴이민이 이슈로 막 떠오를 당시 모 방송사에서 필리핀 은퇴이민을 소개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방송을 통해 소개된 직장 은퇴 후 필리핀으로 이민을 온 부부는 "한국에서 누리지 못한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주방과 가사를 돌보는 여성 도우미 2명과 운전기사 1명을 고용하며 부부동반으로 골프를 치고, 야채와 생선을 사기 위해 필리핀 시장을 구경하는 모습은 무척이나 여유로워 보였다.
이 방송을 보고 많은 이들이 필리핀으로 은퇴이민을 떠났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정착에 실패했다. 당시 이민 후 정착에 실패하고 한국으로 되돌아온 한 남성은 이렇게 말했다. “너무나 무의미한 삶이었다. 물론 몸은 편했고, 매일 골프도 치고 삶 자체는 여유로웠지만 그 뿐이었다. 살아가는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
실제로 이 남성처럼 은퇴 후 이민을 떠났던 많은 이들이 비슷한 이유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골프와 유흥이 행복을 보장하진 않는다는 뜻이다. 은퇴 이후의 삶을 마냥 한가롭게 정의하면 안 되는 이유다. '삶의 의미'에 대해 좀 더 깊이있게 생각하는 과정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해외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먼저 다양한 설명회에 참여해보는 게 첫 번째 단계다.
이민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에서 살아야 하는 이유를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막연히 우리나라의 환경을 싫어하고 외국의 삶을 동경하면서 철저한 준비 없이 떠날 경우 현재보다 더한 어려움을 만리타국에서 겪을 수 있다는 뜻이다.
◆ 철저한 사전 준비로 이민 대상국 선정
아울러 외국에서 살게 되면 일자리는 물론 삶의 공간과 인간관계 등을 모두 새롭게 형성해야 하는 만큼 그것을 뛰어넘는 매력이 이민 대상국에 분명히 있어야 한다. 쉽게 말해 단순히 이민을 생각하는 이유가 생활비라면 특정국이 한국보다 물가가 확실히 저렴한지 따져봐야 하고, 사업할 계획이라면 성공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지 현지 법률이나 문화 등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또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현지 언어 습득과 창업·취업 이민 등 외국에서 정착하는 방식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혼자 떠나는 것이 아니라면 외국에서 함께 살아야 하는 가족과의 합의도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
은퇴이민에 성공한 이들은 "이민을 갈수 있는 나라는 동남아, 캐나다, 뉴질랜드 등 다양한 나라가 있다. 어디가 좋더라는 얘기에만 의존하면 왜곡되기 쉽다. 가고 싶은 나라를 정하고, 그 나라에 대해 공부하고, 그 과정 자체를 즐기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 은퇴이민은 '제2의 도전'
이 외에도 이민을 확정하기 전에는 현지 장기 체류를 통해 사전 경험을 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현지 물가, 의료 환경, 창업 기회 등을 자세히 검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 현지에 잠깐 체류해서는 정확한 현지 사정을 알기 어렵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된다.
특히 같은 한국 사람이라고 무작정 믿는 것은 위험하다. 재외 교포들의 창업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로, 한인끼리 사업 기회라며 속이는 경우가 허다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현지사정이나 급히 한국으로 돌아와야 할 때를 대비해 일부 자산은 국내에 남겨두는 등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는 대비책을 마련해두고 떠나는 방법도 고려해 볼만하다.
Tip 은퇴이민 준비 시 고려 사항
1. 사전 답사는 필수
자신이 살 곳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와 지식이 필요하다. 자신과 기후가 맞지 않거나 문화에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6개월 정도 가족 중 한 사람이 미리 생활해보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2. 언어
언어란 그 사회로 들어갈 수 있는 티켓이라 했다. '닥치면 다 하게 된다'라는 말만 믿으면 안된다. 이민국의 정치, 법률, 사회제도 등을 익히기에도 이민 초창기는 빠듯하다.
3. 자본 상황과 기술 점검
이민국을 신청할 때 자본 상황 점검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무리해서 떠나는 이민처럼 위험천만한 것도 없다. 또 이민국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을 습득해 준비하는 것이 이민 생활에 큰 도움을 준다. 이민 후 언어를 배우고 그 지역에 맞는 기술을 익히거나 관련 사업을 벌이면 그만큼 늦을뿐더러 실패 위험도 크다.
4. 객관적인 비교 분석
한국과 이민국의 경제적 문제뿐 아니라 생활 전반에 걸친 손익계산, 대차대조표 등을 검토해야 한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자문해보자. '아이들 때문에' 혹은 '한국이 싫어서'라는 피상적 이유보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라는 관점에서 이민을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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