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과의 마찰도 신 사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노조 측은 신 사장이 회사를 경영하는 대표이사가 아닌 직원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선생님'에 머물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직원 개개인의 자기주도형 학습문화를 바탕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 기준 업계 10위권에 오르겠다는 신 사장. 그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사진=류승희 기자
◆ROE 기준 10위권 입성… '공부하는 조직문화'
"올해에는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인 100억원대 당기순이익 달성이 예상된다. 임기 중 ROE 기준 업계 10위 이내에 진입하겠다."
지난 8월22일 취임한 신성호 사장은 지난 10월23일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그가 내건 3대 경영목표는 ▲ROE 업계 10위 진입 ▲고객중심 영업기반 확대 ▲공부하는 조직문화 정립 등이다.
현재 IBK투자증권은 ROE 반기실적 기준으로 전체 41개 증권사 중 20위권에 자리했다. 신 사장은 "캐피탈과 IB(투자은행) 등 IBK투자증권이 상대적으로 강한 분야에서 가속도를 내고 리테일 영역에서 흑자로 전환하면 10위권 입성이 어렵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의 자신감은 실적에서 비롯됐다. IBK투자증권은 WM(자산관리)을 제외한 전 사업부문이 모두 흑자를 기록 중이며 WM부문도 전년 대비 적자폭이 줄었다.
특히 IBK기업은행의 계열사란 강점을 톡톡히 활용할 계획이다. 중소·중견기업 고객기반 확대와 자금조달 지원에 주력하고 중소기업 전용시장인 코넥스(KONEX)시장의 선두역할을 통해 기업고객을 적극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IBK투자증권은 최근까지 12개사를 코넥스에 상장시켰으며 연말까지 5~6개를 추가 상장할 예정이다.
새로운 문화도 내걸었다. 그는 자기주도형 학습문화를 통해 직원 개개인의 역량을 강화하고 고객이 필요로 하는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임직원들이 공부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 수익률을 높이고 고객의 인정도 받겠다는 생각에서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신 사장은 취임 후 2개월간 10차례에 걸쳐 모든 임직원을 대상으로 아침 강연을 실시했다. 오전 6시30분부터 3시간가량 직접 마이크를 잡고 금융·경제·산업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을 강의했다. 그는 "펀드매니저 등 영업일선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교육체계를 다시 만들고자 한다"며 "임직원 개개인의 역량 제고를 위한 교육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신 사장의 이 같은 행보가 마땅찮은 이들도 있다.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IBK투자증권지부(이하 노조)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선생님'을 대표이사로 원하지 않았다"며 "매년 줄고 있는 연봉으로 삶이 쪼들리고 힘들어지는 직원들에게 '공부하라'고만 외치는 대표이사는 필요 없다"고 반발했다.
/사진=류승희 기자
◆노사갈등, 임기 내내 꼬리표 될까
비판의 목소리는 지난 10월2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회의실에서 열린 IBK기업은행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재현됐다.
"IBK투자증권 PB(자산관리전문가)직원의 임금삭감 문제에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습니까?" 이날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신 사장을 향해 IBK투자증권이 지난해 국감에서 직원의 임금삭감과 부당한 노동행위를 지적받았으나 현재까지 개선되지 않았다며 이같이 질타했다.
대표직을 단 지 불과 2개월 만에, 그것도 증권사 대표 중 '나홀로' 선 국감장이었다. 신 사장의 국감 증인 채택은 지난 2009년과 2012년의 '취업규칙 개정' 문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IBK투자증권 대표를 역임했던 이형승·조강래 전 사장은 재직직원의 동의 없이 개인별 손익분기점을 정해 변동임금제를 시행했다. 이는 법 위반사항이었고 지난해 국감에서 해당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국감장에 선 조준희 전 IBK기업은행장은 "직원과 노동조합 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불합리하거나 과도한 성과체계는 현실에 맞도록 개선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는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1년 후 조 전 행장의 자리에 신 사장이 섰다. 신 사장은 관련문제가 법 위반 사항인 것을 아느냐는 질문에 "알고 있다"고 답했다. 또 "임금안을 개정하면서 동의를 구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연봉계약서에 수록돼 있고 직원들에게도 이를 충분히 인지시켰다"고 말했다. 그의 답변에 민 의원은 "이것은 명확한 법 위반이고 그런 방법은 편법"이라고 반박했다.
신 사장을 국감 증인으로 올린 노조 측은 "신 사장은 IBK투자증권의 대표이사로서 이러한 문제를 피하려하지 말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며 "우리 노조와 전 임직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달라"고 호소했다.
임금삭감 문제는 빠르면 오는 12월, 늦어도 내년 1분기쯤 일단락 될 것으로 보인다. 노조 측은 지난 4월 서울남부지방법원 측에 '임금청구'관련 소장을 제기했다. 신 사장은 "소송 중인데 예정대로 된다면 오는 12월 법원 판결이 나올 것"이라며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노조는 "일러도 내년 1분기에 법원 판결이 나올 것"이라며 "회사가 패소해도 승복할 것 같지 않다. 직원들로서는 힘든 겨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래저래 말 많고 탈 많은 IBK투자증권. 신 사장이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고 내실을 다지는 데 성공할 수 있을지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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