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계약 당시에도 '미친 전세'라던 보증금 2억6000만원(전용면적 84㎡)의 전세시세는 그새 5000만~6000만원이 뛰었다. 그 인상된 시세만큼 전세보증금을 올려달라고 해도 부담이었겠지만 물거품처럼 사라질 월세를 내는 것은 더 망설여진다. 그는 "집주인에게 월세를 내고 사느니 차라리 빚을 잔뜩 내 은행 월세를 살까 고민 중"이라며 "부동산 하락기에 '빚 내서 집 사라'는 정부의 토끼몰이에 쫓기는 '집 토끼' 인증하는 꼴"이라고 푸념했다.
◆하우스푸어 vs 렌트푸어, 금리는 주택구입 유리, 그러나…
내집 마련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각별한 의미를 갖지만 최근엔 최씨처럼 '울며 겨자 먹기'로 주택구입을 고려하는 이들이 늘었다. 거금이 필요한 집을 사자니 부담스럽지만 월세를 내는 것도 생돈 날리는 것 같아 아까워서다. 대부분의 세입자가 원하는 '착한 전세'는 시장에서 사라지고 있다.
그렇다면 현명한 자산관리 차원에선 월세살이가 나을까, 주택을 구입하는 것이 유리할까.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전월세 전환율 상한은 기준금리의 4배수 또는 10% 중 낮은 값이다. 지난 10월15일 기준금리가 2.0%로 인하됨에 따라 8% 이내여야 한다. 실제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2014년 3분기 전월세 전환율'에 따르면 3분기 보증부 월세(반전세) 주택 전월세 전환율은 7.2%. 서울의 세입자들은 보증금 1000만원을 줄이는 대신 평균 6만원을 월세로 낸다는 뜻이다.
현재 최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전세보증금 인상분 5000만~6000만원을 월세로 돌리면 월 30만~36만원이 된다. 이에 반해 이 아파트의 매매시세는 3억9000만원. 아파트를 구입하려면 현 보증금 2억6000만원에 추가로 1억3000만원이 필요하다(부동산중개비·이사비용 별도).
금리만 놓고 보면 주택구입이 유리하다. 조영경 희망재무설계 팀장은 "월세전환율(8% 이내)과 주택담보대출금리(연 1~3%후반대)를 비교하면 당연히 대출금리가 낮기 때문에 월세보다는 주택구입이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최씨가 연 3%로 대출받을 경우 월 평균 이자액은 약 18만원(20년 만기, 원리금분할상환). '은행에 내는 월세'가 집주인에게 내는 월세의 절반에 불과하다. 하지만 주택구입의 경우 이자뿐 아니라 원금상환도 고려해야 한다. 20년 만기 원리금분할상환 조건으로 이자와 원금을 합한 매월 총 납입금은 월 72만원이 넘는다.
최씨가 40대임을 감안해 은퇴 전까지 대출상환기간을 10년으로 설정한다면 부담액은 가파르게 치솟는다. 월 이자는 약 17만원 수준이지만 월 평균 납입금은 126만원에 달한다.
이에 자산관리전문가들은 주택구입을 희망한다면 이자부담뿐 아니라 소득대비 월 상환액을 종합적으로 따져보라고 조언한다.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는 "월세보다 주택구입이 금리 면에서 유리하다고 해도 부채 원리금상환액이 월 소득의 20%를 넘는다면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향후 부동산시장은 상승할 확률보다는 하락할 가능성이 더 크다. 따라서 부채원리금이 소득의 30~40%를 넘는다면 굉장한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 또 내년 미국이 금리인상에 나서면 우리나라의 시장금리도 올라가 대출부담이 늘 수 있다고 덧붙였다.
◆효과적인 대출 선택법, 시장전망·금리예상·소득수준에 따라
주택구입을 고려하고 있다면 대출도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금리인상에 대비하려면 적격대출을 눈여겨볼 만하다. 담보가치 9억원 이하의 주택에 한해 최장 30년까지 장기 고정된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다. 금리는 취급은행이나 만기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3%중후반대다. KB국민은행의 경우 10월30일 현재 5년 만기 3.41%, 30년 만기 3.72%를 적용한다
부부합산 연소득 6000만원 이하(생애최초의 경우 7000만원까지)의 무주택 세대주라면 연 2.6~3.4%의 고정금리 또는 5년 단위 변동이 적용되는 '디딤돌대출'을 고려해볼 만하다. 다자녀가구 또는 다문화가구, 장애인가구, 생애최초주택구입자는 0.2%포인트 우대금리가 적용되며 청약저축 가입자도 가입기간이나 납입회차 등에 따라 0.1~0.2%포인트 우대금리 인하를 받을 수 있다.
집값 하락 가능성에 대비하고 싶다면 정부와 손실을 나누는 대출을 우선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손익공유형 모기지가 그것이다. 주택구입자(최소 60%)와 주택기금(최대 40%)이 지분을 나눠 갖고 집값이 떨어지거나 오를 경우 매각손익을 모두 지분대로 나누는 방법이다. 최초 5년간은 1%, 이후 연 2%의 고정금리가 적용된다. 그러나 손익공유형 모기지는 전세금 등 일정수준의 목돈이 있는 경우에 알맞다. 2억원 한도로 집값의 4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주택구매 적기는 언제?
[2013 대전망] 수도권 집값 상반기 바닥 찍을 듯 (2012.12.31.)
[2010 건설·부동산 5대 키워드①] 힘 실리는 집값 바닥론 (2010.12.29.)
[커버스토리] 집값 바닥론 솔솔…산다면 언제가 좋을까? (2010.12.24.)
바닥 찍은 집값… 막차타고 내집 꿈 실현하라 (2009.10.19.)
부동산 기사의 단골 '뻥' 중 하나가 '집값 바닥론'이다. 해마다 "지금이 집값 바닥"이라는 기사가 쏟아지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면 바보 되기 십상이다. 주택구입에는 대부분 재산을 올인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돌다리를 두드리고 또 두드리는 신중함이 요구된다.
그렇다면 과연 언제가 바닥일까. 부동산업계의 대표적인 닥터 둠(Dr. Doom)으로 통하는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선대인 소장은 저서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를 통해 다음과 같은 '바닥 신호'를 제시했다.
① 가계부채가 줄어든다
② 소득 대비 집값이 싸거나 적정하다고 느낀다.
전세계적으로 부동산 거품이 꺼진 뒤에는 가계부채가 일정부분 줄어든 다음에야 다시 부동산경기가 회복되는 조짐을 보인다는 것. 또 대다수 사람들이 비싸다고 여기는 물건은 결국 시기의 문제일 뿐 떨어지게 돼 있다는 논리다.
현재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시한폭탄'이라고 불릴 만큼 급속히 팽창하고 있다. 지난 2004년 494조원에 그쳤던 가계부채는 올 6월 기준 1040조원을 기록, 10년 만에 2배 넘게 뛰어 1000조시대를 맞았다. 집값 역시 웬만한 서민은 자력으로 넘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부모 도움이나 대출 없이는 주택구입은 물론 전세보증금 마련도 어렵다. 최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맞벌이 신혼가구가 서울 중간가격대의 전세아파트를 구하려면 평균 28.5년이 걸린다고 분석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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