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조5520억3010만원. 불과 이틀 만에 입이 쩍 벌어지는 조단위의 액수가 움직였다. 올 하반기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힌 삼성SDS의 공모주로 몰린 청약증거금이다. 경쟁률만 134대 1에 달했다. 삼성SDS와 같은 대규모 IPO라면 상장 후 차익도 크게 얻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연말이 다가오지만 희망은 아직 더 남아있다. 올해 사실상 마지막 '대어'인 제일모직(구 삼성에버랜드)이 다음달 18일 상장을 목표로 같은달 10~11일 공모주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어서다. 당신을 가로막은 수백대 1의 경쟁률, 어떻게 투자해야 뚫을 수 있을까.
 
/사진=뉴스1 DB

 
◆제일모직, 12월 중순 상장 예정


제일모직은 지난 9월19일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해 지난 10월20일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다.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은 다음달 3~4일, 공모주 청약은 같은달 10~11일 이뤄질 예정으로 오는 12월18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일모직은 KCC와 삼성카드, 삼성SDI가 보유한 구주 1875만주에 1000만주의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증시에 상장한다. 희망공모가는 4만5000~5만3000원으로 공모규모가 1조2937억~1조5238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지난 14일 상장된 삼성SDS에 수십조원의 자금이 몰렸듯 이번 제일모직의 12월 청약에도 엇비슷한 규모의 상당한 뭉칫돈이 모일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 증권사의 영업지점에는 제일모직의 청약일자와 공모주 청약방법을 묻는 투자자가 급증하고 있다. A증권사 여의도지점의 한 관계자는 "삼성SDS 공모청약 이후 공모주 투자를 문의하는 고객이 늘었다"며 "제일모직 청약에 거는 기대도 나날이 높아지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공모주 청약이란 신주 발행, 구주 매출을 통해 기업을 공개할 때 투자자가 그 주식을 사겠다고 신청하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온라인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는 영업점 창구를 이용한 청약만이 가능했으나 최근에는 ARS 등 고객센터와 HTS, 각 증권사 홈페이지, 스마트폰 등 온라인을 이용해 간편하게 청약을 신청할 수 있다.

신청을 원하는 투자자는 개인도장(서명)과 신분증을 지참해 청약주관사(증권사) 중 한곳의 주식계좌를 만들어야 한다. 계좌개설 후 온·오프라인을 통한 공모주 청약 신청이 가능하다.

이 같은 직접투자방식은 투자를 원하는 공모주 종목이 정해져 있을 때 적합하다고 김희주 KDB대우증권 상품개발실 이사는 설명한다. 단일종목에 투자가 가능하고 상장초기 이익실현을 얻을 수 있어서다. 문제는 경쟁률과 액수다. 삼성SDS처럼 경쟁률이 높은 IPO일수록 투자자금이 늘어나야 배정물량을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몇백 또는 몇천만원으로 투자하는 일반개미투자자들은 공모주 투자에서 배정받는 게 '하늘의 별 따기'와 같다. 예컨대 삼성SDS의 공모가는 19만원, 청약경쟁률은 134.2대 1에 달했다. 100만원 정도의 주식을 받으려면 1억3000만원을 청약해야 된다는 얘기다. 즉 소액투자로는 극적인 효과를 얻을 수 없을뿐더러 높은 경쟁률로 인해 소량의 주식을 배정받으면 초기투자비용도 건질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10% 우선배정, 분리과세하이일드펀드

직접투자에서 오는 불편함은 공모주펀드·분리과세하이일드펀드 등 간접투자로 해소할 수 있다. 제일모직·삼성SDS 등 단일종목에만 투자를 원하는 이라면 적합하지 않지만, 펀드투자로 공모참여가 가능해 경쟁률에서 직접투자와 달리 상대적으로 유리한 측면이 있다.

특히 분리과세하이일드펀드는 공모주시장에서 최근 두각을 드러냈다. 분리과세하이일드펀드란 총자산 대비 60% 이상을 채권에 투자하고 총자산 대비 30% 이상을 신용등급 BBB+ 이하인 채권(하이일드채권) 또는 코넥스시장에 상장된 주식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자산의 일정부분을 BBB+ 이하의 비교적 위험한 채권에 투자하는 대신 전체 공모주의 10%를 우선배정 받는 혜택이 있다.

현재 공모주 청약과 관련해 혜택을 주는 유일무이한 펀드다 보니 최근 들어 공모주 투자수단 중 가장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떠올랐다. 경쟁률이 수백대 1에 이르는 공모주시장에서 신규 공모물량의 10% 우선배정은 펀드의 수익률 제고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으로 올 들어 공모형·사모형 분리과세하이일드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1조9092억원이다. 올해 공모주의 인기에 따라 지난 9월 1조원을 넘어선 뒤 10월 삼성SDS 등 대어급 IPO에 한달간 무려 5840억원의 자금이 추가 투입됐다.

김상수 KTB자산운용 리테일마케팅 팀장은 "올해는 소위 말하는 '대어급' 공모주의 상장이 눈에 띄게 증가해 공모주투자의 적기"라며 "저금리 기조와 맞물려 상당히 매력적인 투자상품"이라고 소개했다.

단 하이일드채권펀드 투자 시 몇가지 확인해야 할 사항이 있다. 김 팀장에 따르면 공모주의 옥석을 가리기 위해 과거 공모주펀드의 운용성과를 따져봐야 한다. 또한 하이일드채권의 경우 투자기간 내 신용문제가 생겼을 시 원금의 상당부분에서 손실이 불가피하므로 안정성 여부를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김희주 KDB대우증권 이사는 "분리과세하이일드펀드에 투자한다면 보유채권의 부도가능성과 금리상승 시 채권의 가격하락 등 리스크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청약 후엔 어쩌죠?" 수익률에 '발 동동'
 
산 너머 산이다. 수백대 1의 경쟁을 뚫고 공모주 청약을 받았더라도 걱정이 태산이다. 공모가 대비 수익률이 얼마일지 알 수 없어 청약 이후에도 발을 구를 수밖에 없기 때문. 한가지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것은 최근 들어 공모주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올해 신규 상장기업의 주가가 좋은 성적을 냈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이후 주식시장에 신규 상장한 주식은 총 172개다. 이들 기업 주가를 분석한 결과 공모주 청약을 받은 이들은 상장 당일 평균적으로 공모가 대비 35%가 넘는 수익을 얻었으며 4거래일 후까지 40% 수익률을 기록했다. 5거래일부터는 급락해 상장 당일보다 낮은 가격을 형성하며 거래 당일 종가를 회복하는 것은 상장일부터 45일 이후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어 180거래일이 지나면 공모가 대비 140%까지 천천히 상승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김동원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이에 대해 "공모주 청약에 따른 배정은 확률이 높은 게임"이라며 "공모가 대비 수익을 얻을 확률은 74%이며 단기급등 이후 급격한 하락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트레이딩 관점에서는 상장 이후 5거래일 내 처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공모주를 배정받지 못했다면 상장 이후 1~2개월 중 매집하는 것이 최선의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