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투) 현대어역 : 숙모님 앞
서릿바람에 기후 평안하신지 문안 알고자 합니다. (큰외숙모님을) 뵌 지 오래되어 섭섭하고 그리웠는데 어제 편지 보니 든든하고 반갑습니다. 할아버님께서도 평안하시다 하니 기쁘옵니다. 원손(元孫)
조선조 정조가 원손 시절부터 재위 22년까지 큰외숙모인 여흥 민씨에게 보낸 편지 등을 모아 만든 ‘정조어필한글편지첩’ 전체가 최초로 공개됐다. 

‘정조어필한글편지첩’은 지금까지 전체 16점 가운데 3점의 편지만 알려졌으나, 이번에 전체가 최초로 공개된다.
현재 원문이 공개된 수백 점의 정조 편지들은 대부분 한문 편지이며, 한글 편지 가운데 실물이 남아 있는 것은 ‘정조어필한글편지첩’이 유일하다.

조선 시대의 한글 편지 가운데 어린이의 필체로 쓰인 편지 자체가 드물거니와 편지를 쓴 주인공이 바로 조선의 22대 왕 정조라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한편 국립한글박물관은 오는 11월 21일, 18세기 왕실 관련 한글 필사본 세 편을 일반인들이 알기 쉽도록 현대어로 풀어 쓴 <소장자료총서>를 발간한다. 대상 자료는 ‘정조어필한글편지첩’과 ‘곤전어필’, ‘김씨부인한글상언’이다.
▲봉투) 현대어역: 국동 홍 참판 댁에 전달하여 바침. 삼가 봉함. 섣달 추위에 기후 평안하신지 문안 알고자 합니다. 내년은 어머님 육순이시니 경사스럽고 다행스러운 심정을 어찌 다 형용하여 아뢰겠습니까. 새해 초 경사 때에 들어오시면 뵐 수 있을까 하여 든든하고 기다려집니다. 세찬(歲饌) 몇 가지는 변변치 않으나 해마다 보내던 것이기에 보내오니 수대로 받으옵소서. 새해가 멀지 아니하였사오니 내내 평안하시기를 바라옵니다. 계축 납월(臘月) 염일(念日) [1793년 12월 20일]
인삼 한 냥, 돈 일백 냥, 쌀 한 섬, 솜 다섯 근, 큰 전복 한 접, 광어 두 마리, 추복 열 접, 생대구 한 마리, 청어 일 급, 살진 꿩 한 마리, 생치(生雉) 세 마리, 곶감 두 접, 새우알 석 되, 꿀 다섯 되, 전약(煎藥) 한 그릇, 민강(閩薑) 세 근, 서울산 담뱃대 한 개, 담배설대 다섯 개. 계축 십이월 일 [1793년 12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