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저축은행시장에 진출한 일본계 자본은 인수 후 3개월간 최고 142배까지 대출 실적을 끌어올리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캐피털업계 2위사인 아주캐피탈의 인수 우선협상자로 일본계 자금이 선정되는 등 캐피털 업까지 손을 뻗는 추세다.
이와 관련해 일부에서는 시장 잠식과 국부 유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본에서 낮은 조달금리로 마련한 자금으로 한국에서 영업을 해 과도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일본계 자금의 경우 국내 금융사와는 달리 개인대출 영업에 과도하게 치우쳐 있어 서민 빚쟁이를 양산한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본계 대부업체, 국내 대부시장서 ‘훨훨’
국내 대부업계는 이미 일본계 자본에 잠식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에 진출한 일본계 대부업체의 대부액은 이미 토종 업체 대부 규모를 뛰어넘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일본계 대부업체 대부액은 4조9700억원(56.2%)가량으로 내국계 3조5600억원(40.2%)을 넘어섰다.
단순히 업체 수만 놓고 따져봤을 때는 내국계가 74곳(자산 100억원 이상 기준)으로 21곳인 일본계의 3배를 넘어선다. 그러나 규모 면에서는 일본계 대부업체들이 압도적이다. 1위인 아프로파이낸셜대부는 대부액이 2조1700억원으로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2위 산와대부는 1조2700억원 규모다. 반면 3위를 기록한 내국계 웰컴크레디라인대부의 대부액은 5000억원 수준에 그쳤다.
현재 이들 일본계는 법인보다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신용 대부에 주력하고 있다. 일본계의 개인 신용 대부는 4조7300억원가량으로 전체의 95%에 달했다. 반면 내국계의 개인 비중은 65.3%인 2조3200억원에 그쳐 영업방식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대출 금리에 있어서도 일본계는 연 평균 36.8%로, 내국계(27.8%)보다 9%포인트 높았다. 최근에는 업계를 대표하는 대형 일본계 대부업체들이 저축은행 등 다른 금융권으로 필드를 옮겨감에 따라 대부업 전체의 규모도 쪼그라드는 모양새다.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법정이자율 상한선이 연일 내리막길을 걸음에 따라 더 이상 대부업계에서는 먹거리가 없다고 판단한 일본 업체들이 저축은행 등 다른 금융권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이에 대부업 전체의 규모가 줄어들며 대출문턱이 전에 비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저축은행으로 '간판 바꾼' 일본 자본 '고금리 본색'
저축은행업계에서도 일본계 금융사들의 약진은 두드러진다. 올 하반기 들어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2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여기에는 최근 대부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저축은행업에 뛰어들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것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1위 저축은행인 SBI저축은행도 일본계다. 일본 SBI그룹이 옛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을 인수한 뒤 기존의 SBI 1·2·3·4를 합병해 지난 11월1일 출범한 통합 SBI저축은행의 자산규모는 3조8000억원 수준이다. 최근 진행한 대졸 신입사원 공채는 150대 1 경쟁률 기록하며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했다. 일본계 오릭스그룹은 푸른2저축은행(현재 OSB저축은행)과 스마일저축은행을 인수해 운영 중이다.
J트러스트는 지난 2012년 미래저축은행(현 친애저축은행)을 인수해 본격적인 저축은행 영업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해에는 솔로몬저축은행, HK저축은행으로부터 각각 3270억원, 1736억원 규모의 대출채권을 매입하며 덩치를 불렸다. 아프로서비스그룹은 9전10기의 도전 끝에 예주·예나래저축은행을 인수해 지난 8월 'OK저축은행’ 간판을 내걸고 영업에 돌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일본계 자금의 경우 저축은행 영업을 시작한 후에도 출범 당시 금융당국과 약속한 ‘중금리 신용대출 상품’ 출시를 미루고 고금리 개인 신용 대출에 집중하는 것으로 드러나 도마 위에 올랐다.
저축은행 중앙회에 따르면 OK저축은행은 지난 3개월 동안(11월21일 기준) 전체 가계신용대출자 중 99.4%에게 25%이상의 고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이는 금융감독원이 앞서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를 승인할 당시 최고금리로 제한한 29.9%에 근접한 수치다.
같은 기간 대부업 계열 저축은행인 친애저축은행이 25% 이상의 고금리를 적용한 고객 비율은 82.2%다. 친애저축은행의 원더풀프리론의 경우 신용등급 1~8등급 사이의 고객에게 평균금리 연 29.1%로 대출을 진행 중이다. 원더풀VIP론 역시 신용등급 1~8등급 고객을 대상으로 평균 연 27.6%로 대출하고 있다.
SBI저축은행도 전체 고객의 68.3%에게 연 25%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SBI 직장인론을 이용하는 고객에게는 평균금리 31.5%로 대출을 실시하고 있었으며 SBI 스피드론 역시 평균 31.8%의 고금리로 대출이 진행되고 있었다.
반면 같은 기간 신한저축은행은 전체 대출고객 100%에게 20%미만의 금리를 구간별로 나눠 적용했다. KB저축은행도 전체 대출고객 모두에게 20%미만의 금리를 적용했다.
◆업계 2위 아주캐피탈, 제이트러스트 품에 안길까
최근에는 일본계 금융그룹 J트러스트가 국내 캐피털업계 2위사인 아주캐피탈의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됨에 따라 캐피털 업까지 보폭을 넓히는 추세다. 제이트러스트는 끝까지 아프로서비스그룹과 경합을 펼쳤지만 제시한 가격 등에서 앞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와 관련해 아주캐피탈 노조 측의 반발이 거세다. 서민금융을 파괴하는 주범인 일본투기자본으로 매각을 진행하는 것은 회사 이미지에 커다란 타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 또한 애당초 조달 금리를 낮춰 고객의 금리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매각을 진행한다는 사측의 주장과도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아주캐피탈 노조는 지난 11월12일 서울 서초구 아주캐피탈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이트러스트가 아주캐피탈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노조는 “제이트러스트는 국내에서 대부업체를 인수하는 것은 물론 저축은행을 운영하면서도 고금리 영업을 자행하고 있다”며 “서민금융 생태계를 파괴하는 명백한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제이트러스트 내부에서도 굳이 인수를 추진할 필요가 있겠냐는 의견이 새어나오고 있다. J트러스트는 지난 6월 SC저축은행, 캐피털 지분 100%(1510억원)에 대한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기존 대부업 고객의 친애저축은행으로 대출 채권 양도 및 금리 인하 부분과 관련해 미흡한 모습을 보여 5개월째 대주주 승인 신청이 지연되고 있는 상태다.
이렇듯 기존 대부업 관련 이미지가 악재로 작용하는 상황에 아주캐피탈 노조의 반발을 통해 다시 한번 일본 투기자본 관련 이미지가 부각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제이트러스트 관계자는 “처음 한국시장에 진출할 당시 대부업체란 인상이 짙었던 상태에서 아주캐피탈 매각과 관련해 반복적으로 투기자본임이 강조되는게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며 “노조의 반대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인수를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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