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자들도 이와 비슷한 말을 듣는다. "재무제표에 충실하세요." 당연한 상식처럼 들리지만 전문가들이 모두 똑같은 말을 하니까 '소 귀에 경 읽기'가 된 지 오래다. 어렵기도 하고 따분하기도 했을 터. 숫자놀음이 가득한 재무제표보다 증권가 찌라시(소식지)가 투자자들의 자산을 불려줄 마법의 글자처럼 보였을 듯 싶다. 그래서일까. 다수의 투자자들이 찌라시에 목을 매고 소문을 따라다니기에 여념이 없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다른 곳에 있다 보니 기업이 재무제표에 장난질(분식회계)을 해도 알아보는 이가 별로 없다. 최근 국가경제력 평가기관인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과 세계경제포럼(WEF)은 올해 우리나라의 회계투명성을 60개국 중 59위로 발표했다. 사실상 꼴찌와 다름없는 순위지만 조용히 묻혔다. 오히려 지난해 한단계 높은 58위로 발표됐을 당시 금융당국과 회계업계가 들고 일어난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재무제표의 중요성은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옳다. 금융업계를 뒤흔들었던 '동양사태'의 경우 재무제표만 확인했어도 피할 수 있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동양사태가 터지기 불과 2년 전 동양의 재무상태표를 보면 지난 2011년 이 회사의 사채(회사 신용으로 빌린 돈)는 8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1년 내 갚아야 하는 유동성사채는 7950억원. 뇌관이 터지기 직전인 지난 2012년에는 상황이 더 나빠져 사채는 0원, 유동성사채는 1조53억원으로 급증했다.
실제 동양사태의 피해자 명단에는 은행과 기관투자가가 전혀 없다. 90% 이상이 개인투자자로 금융시장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개미들만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에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동양의 재무정보를 이해하는 투자자라면 아무리 높은 이자율을 준다 하더라도 동양의 기업어음(CP)에 투자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재무제표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단, 정 교수는 "기업이 발표한 재무제표를 그대로 믿고 투자해선 안된다"며 "함께 공시된 주석정보를 반영해 재무제표를 재작성해야 진짜 정보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가짜 정보를 찾아 헤매는 투자자들을 위해 오늘도 전문가들의 조언은 고지식하기 그지없다. "재무제표를 보고 투자하세요!"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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