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3500과 쌍용 체어맨W에서 동일하게 사용하는 EHCU(Electronic Hydraulic Control Unit·밸브보디).

 
국내에 유통되는 똑같은 자동차 부품이 메르세데스-벤츠(이하 벤츠)의 창고에 들어갔다 나오면 가격이 2배 가까이 비싸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벤츠에서 제조해 판매하는 제품이 국내 다른 완성차업체에 납품해 판매되는 금액보다도 비싸 부품가격 책정이 제멋대로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그동안 해외와 비교된 국내 수입차 업체들의 뻥튀기 부품가격 논란은 수차례 문제로 지적돼 왔지만, 수입차 업체들은 국내 유통 구조상의 문제로 치부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 확인된 국내 유통망에 따른 부품가격 차이로 미뤄볼 때 순전히 국내 벤츠 수입업체가 '묻지마 식' 가격책정을 통해 소비자들로부터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본지가 동일한 엔진과 미션을 사용하는 벤츠 S500과 쌍용자동차 체어맨W에 들어가는 같은 부품인 EHCU(Electronic Hydraulic Control Unit·밸브바디)의 국내 유통가격을 확인한 결과 벤츠에서는 300만원, 쌍용자동차에서는 180만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이 제품은 해외 직구를 통해 구입할 경우 환율에 따라 80만~100만원 사이의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렇듯 같은 부품임에도 벤츠와 쌍용은 2배, 벤츠와 해외 판매점은 3배 이상 가격차이가 나는 데는 벤츠를 수입해 판매하는 한성자동차와 더 클래스 효성 등 벤츠 공식 딜러사들이 부품을 수입해 멋대로 가격을 책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한성자동차와 더 클래스 효성 등 딜러사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부품 등을 수입원가 대비 4~5배에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국내 벤츠 A/S센터에서 구입하는 부품 대부분이 터무니없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말도 안 되는 가격을 통해 자사 고객들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것도 모자라 온갖 거짓말과 감언이설로 벤츠 공식 A/S를 통해서만 수리를 하게끔 유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기자가 직접 고객으로 가장한 후 벤츠 A/S센터에 EHCU 교체를 문의해 본 결과 자신들밖에 교체를 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벤츠 A/S 센터의 한 직원은 “밸브바디에는 스테빌라이저(stabilizer·안전장치)가 장착돼 있기 때문에 차대번호 1개당 부품이 1개밖에 나오지 않는다”며 “다른 곳에서 이 부품은 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소규모 수입차 정비업체는 물론 쌍용자동차 정비업체에서는 “교체가 가능하다”며 “오히려 우리에게 맡기는 것이 가격도 더 저렴하고, 정비도 똑같이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 정비업체 직원들 역시 벤츠의 부품가격 거품에 대해 지적했다. 소규모 수입차 정비업체 관계자는 “벤츠에 들어가는 웬만한 부속은 어느 수입차 수리업체에서도 다 구할 수 있다”며 “A/S기간이 지난 이후 유료로 정비를 받기 위해 벤츠 A/S센터를 들어가는 것은 ‘나는 호갱이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비꼬았다.

이에 대해 메르세데스-벤츠 측은 "제품 자체의 하드웨어는 동일하지만 프로그램이나 도난방지장치와 같은 소프트웨어 상에 큰 차이가 있다"며 "때문에 자사 차량외에 다른 차량에서는 호환이 안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