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재동 케이호텔 인근 낙지집에서 모 신문사 창업 담당 기자와 늦은 점심식사 겸 반주를 했다. 연포탕 小(4만원)를 주문했다. 연포탕만으로 좀 모자랄 것 같아서 안주를 하나 더 주문하려고 했지만 메뉴판을 보니 적당한 가격대의 안주가 없다.

단품은 모두 최소 4만원 이상이었다. 그래서 점심 메뉴인 순두부찌개(8000원)를 1인분 주문했다. 중년의 여자 종업원이 안 된다고 했다. 순두부찌개는 2인분 이상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필자가 좀 강하게 이야기했더니 순두부찌개 1인분을 제공했다.


알다시피 직접 제조한 순두부가 아닌 공장용 순두부 원가는 뻔하다. 한 봉지 300원 미만으로 이것도 2인분으로 사용한다. 낙지를 조금 넣어서 무려 8000원을 받는 것이다. 이것에 비해 국산 콩으로 직접 만든 순두부찌개를 5000원에 판매하는 사무실 인근 <두부야>는 아주 착한식당이다.
더욱이 이 식당은 산낙지를 중국산을 사용한다. 연포탕 맛은 그저 평이했다. 반찬도 허술하다. 계산을 했더니 총 5만6000원이나 됐다. 연포탕 4만원, 소주 두 병 8000원, 순두부찌개 8000원이다. 이 식당은 대로변에 있지만 보행자 유동 인구는 거의 없는 곳이다.

당연히 필자는 이 식당을 다시 방문할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고객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다.

◇ 가격책정의 중요성
그 창업 담당 기자와 헤어지고 택시를 타고 양재역에서 내렸다. 길을 걸어가는데 작은 디저트 카페 외부 배너가 보인다.

“천연재료와 떡과 팥을 매일 직접 만든다”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잠시 서서 관찰을 했다.


그러나 여기서 구매할 생각은 없다. 가장 저렴한 팥빙수가 7000원이다. 개인적으로 단팥을 매우 좋아하지만, 이 카페는 작고 인테리어도 허름하다고 말할 정도다.

팥도 국산팥이라는 문구도 없다. 천연재료와 직접 만든다는 것에 방점을 둔 것을 보면 팥은 수입산을 사용하는 것 같다. 디저트 카페의 팥빙수 가격이 비싼 것이 사실이지만 이 카페는 그런 곳에 비해 시설이 많이 떨어진다.

11월에 팥빙수를 외부에 배너로 붙인 것도 좀 그렇고, 타인과 밥을 먹을 때 거의 90% 이상 본인이 지불하는 소기업 오너의 견해로도 그렇다. 인근에 인테리어가 괜찮고 규모가 있는 커피숍에서 3500원짜리 탄산수를 마셨다.

◇ 결론은 상품력
퇴근 길 아내와 집 인근 수지 성복동 <어니스트 키친>에서 저녁을 먹었다. 필자가 주문한 냄비우동은 1만5000원이다. 결코 저렴하지 않다. 가격대비 만족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이곳을 다시 방문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음식을 구성하는 솜씨가 수준급이기 때문이다.

퓨전 일식이지만 60~70대 노인들도 보인다. 젊은 연인도 있고 가족도 있고 주부 모임도 보인다. 이것은 상품력에 기인한다. 근래 뜨고 있는 일식 트렌드는 젊은 세대가 주로 주도하지만 이 상권은 중상층 주거 상권이라 가족단위의 고객 비중이 높다.

따라서 연령층이 다양하다. 퓨전일식에 노년층 고객이 오는 것을 보면 맛과 상품력이 평균 이상은 분명히 구현하는 곳이다.

<어니스트 키친>은 음식 종류는 매우 많은데 전반적으로 맛이 준수하다. 양도 풍성한 편이다. 1만5000원짜리 냄비우동은 국물은 시원하고 맛있지만 토핑은 보기보다 좀 실속이 없는 편이다.

양질의 일식 식재료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도 잘 알지만 어묵 같은 식재료는 좀 더 좋은 제품으로 푸짐하게 제공하는 것이 좋겠다. 계란도 완숙이 아닌 반숙 정도로 제공했으면 싶다.

인테리어도 캐주얼하고 세련된 분위기다. 역시 손님의 복장을 보면 중산층 고객이 주류를 이룬다.

식당을 나서서 보니 인근 식당들이 평일 저녁이라 대체로 한산하다. 올해 한창 광풍이 분 디저트 카페에는 손님이 딱 한 테이블 밖에 없다. <어니스트 키친>은 인근 다른 식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손님이 많다. 거의 만석이었다.

의도적인 블로그 마케팅을 하지 않지만 자연발생적으로 지역 고객에게 인정을 받는 것 같다. 인터넷에 고객의 반응을 보니 맛있고 양도 많지만 비싸다는 의견이 있다. 확실히 가격은 저렴하지 않다.

면을 주문하는 고객을 위해서 작은 단위의 롤, 스시, 오니기리 등의 메뉴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가격은 3000~5000원 정도가 적당할 것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일본식 김밥인 후토마키가 괜찮을 것 같다. 얼마 전 후쿠오카 마트에서 맛있는 후토마키 한 개를 97엔에 먹었다. 거의 아이 주먹 만한 사이즈의 후토마키다.

아직도 많은 식당들이 손님의 기본 니즈와 원하는 바를 이해를 못하는 곳이 많다. 명색이 외식 컨설팅을 하는 사람 중에도 손님의 한정 구매력과 정서도 전혀 모르고 업에 종사하는 경우를 최근 종종 발견한다. 정말로 컨설팅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손님의 정서와 니즈만이라도 제대로 파악한다면 식당업, 생각보다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