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만도 한 것이 윤 회장은 부드러우면서도 맺고 끊음이 확실한 '외유내강'형 인사로 꼽힌다. 올해가 을미년 청양띠의 해인 것처럼 진취적인 색 청(靑)과 온화한 동물 양(羊)의 모습을 그대로 닮았다. 실제로 윤 회장은 1955년생 양띠다. 온순함의 대표 동물인 양과 같은 부드러움을 지녔지만 리딩뱅크를 향한 집념과 추진력은 어느 누구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는 게 세간의 평가다.
◆LIG손해보험 인수로 업계 1위 바짝 추격
KB금융의 조타기를 잡은 윤 회장이 리딩뱅크 재탈환을 목표로 항로를 설정했다. 지난해 하반기 내분으로 회장과 행장이 충돌하다 동반퇴진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KB금융은 파고에 휩싸였다. 하지만 윤 회장은 LIG손보 인수라는 과업을 사실상 달성하면서 다시 돛을 내렸다.
앞서 윤 회장은 KB금융 내분사태 이후 그룹의 지배구조 개선과 내부통제 강화의 특명을 받고 지난해 11월 선장의 자리에 올랐다. 특히 취임한 지 두달이 안되는 시점에서 거둔 LIG손보 인수 승인은 그가 안고 있는 특명들을 하나씩 해결할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계는 KB금융이 총자산 기준 2위로 뛰어 오르면서 금융권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것으로 관측한다. KB금융이 LIG손보를 품에 안으면 지난해 연결기준 총자산은 약 325조원이 된다. 하나금융과 농협금융의 총자산인 312조원과 313조원을 넘어 국내 2위 금융그룹으로 올라선다. 뿐만 아니라 총자산 335조원인 선두주자 신한금융을 바짝 추격하게 된다.
LIG손보를 통해 은행업으로 쏠린 그룹의 사업포트폴리오도 균형을 잡는다. 그룹 내 은행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86.7%에서 80.4%로 줄어든다. 금융지주사 가운데 비교적 사업포트폴리오가 잘 짜인 것으로 평가받는 신한금융의 경우 은행비중이 75% 수준이다.
사실 LIG손보 인수를 위한 계약체결은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의 작품이었다. 하지만 최종 인수 승인을 앞두고 KB금융 내분사태가 벌어지면서 4개월가량 금융당국에 발이 묶였다. 불투명했던 당국의 승인을 새로운 선장인 윤 회장이 성사시키면서 그의 뚝심 있는 리더십이 빛을 발했다. 그는 금융당국과 힘겨루기를 하던 사외이사들을 설득하고 끈질기게 발목을 잡던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관련 문제에 대한 개선안을 제시하며 당국의 입맛에 맞췄다.
/사진제공=KB금융
◆조직 뜯어 고치고 '윤종규호' 탈바꿈
KB금융에 새바람을 불어넣겠다는 윤 회장의 의중은 이번 정기임원인사를 통해 드러났다. 그는 리딩뱅크 탈환을 위해 조직을 완전히 뜯어 고쳤다. 또 영업을 강화하고 지원하는 쪽으로 모든 초점을 맞추면서 명실상부한 윤종규호(號)로 탈바꿈하고 있다.
윤 회장은 취임 후 첫 정기임원인사에서 임 전 회장의 측근과 KB금융 내분사태에 연루된 사람들을 내보내고 영업통 출신 내부인사들을 전방에 포진시켰다. 특히 국민은행을 제외한 10개 계열사 가운데 무려 7곳의 대표이사를 교체한 결단은 임 전 회장의 색깔을 지우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LIG손보 대표이사는 이번 정기임원인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인수계약 절차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2의 KB금융 내분사태를 막기 위한 해법도 제시했다. 우선 그룹의 핵심경영 의사결정을 공식화하기 위한 그룹경영관리위원회를 신설했다. KB금융은 그동안 회장에게 의사결정 권한이 집중돼 은행장 등 자회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마찰을 빚어왔다. 그러나 주요 자회사 CEO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의결기구로 꾸리면서 회장의 의사결정을 도울 수 있게 했다.
윤 회장은 조직 슬림화도 단행했다. 그는 국민은행장을 겸임하는 부담을 덜기 위해 여러 본부를 합쳐 그룹으로 확대하고 부행장에게 그룹장 역할을 맡겼다. 또 고객만족본부와 상품본부를 개인고객지원그룹으로 통합했다. 기업금융본부는 CIB사업본부와 합쳐 기업금융으로 바꿨다. 여신그룹은 여신본부와 여신심사본부를 합쳤다. 전략본부와 재무본부를 통합해 경영기획그룹으로 만들고 업무지원본부는 HR본부와 합쳐 경영지원그룹으로 변경했다. 기존 영업본부, WM사업본부, 리스크관리본부, 소비자보호본부, IT본부는 그룹으로 바꿨다. 여기에 중소기업지원그룹을 신설하면서 총 11그룹 체제로 변신했다.
◆실용주의 경영철학 위해 '흑묘백묘' 실천
윤 회장의 리더십이 무엇보다 높게 평가 받는 이유는 경영스타일 때문이다. 그는 기업이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영업이 탄탄해야 한다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다. 따라서 과감한 개혁과 철저한 현장경영으로 경영성과를 이루고 올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력을 쏟을 계획이다. 특히 윤 회장은 KB금융의 조직문화 혁신을 통해 불필요한 관행을 없애고 실용을 강조한 내실 다지기에 적극 나서겠다는 각오다.
이 같은 윤 회장의 실용주의 경영철학은 올해 KB금융에 불어올 변화의 바람을 예고한다. 실용주의 경영철학은 지난해 11월 취임할 때부터 내세우던 부분이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을 실천하고 있는 것. 앞서 그는 취임식에서 "그동안의 관행과 일하는 방식을 이제 바꿔야 한다"며 "보여주기식 일처리와 형식적인 보고나 회의문화를 실질적이고 실천 중심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인재육성에도 '우수사례' 위주로 전파하라고 전하는 등 실용주의적 면모를 지속적으로 보여준다. 이처럼 실용의 철학을 경영일선에 전파하려는 모습은 그가 금융환경에 대응해 나가면서 경영정상화와 위상회복을 이루겠다는 목적에 힘을 더한다. 난항을 이어오던 KB그룹이 윤종규호로 탈바꿈하면서 다시 순항하는 중이다.
☞ 윤종규 회장 프로필
▲1955년 10월13일 출생 ▲1973년 한국외환은행 입사 ▲1980~2002년 삼일회계법인 상무이사, 전무이사, 부대표 ▲2002년 국민은행 재무전략본부장, 부행장(CFO, CSO) ▲2004년 국민은행 개인금융그룹 대표, 부행장 ▲2005~2010년 김앤장 법률사무소 상임고문 ▲2010~2013년 KB금융지주 CFO, CRO, 부사장 ▲2014년 11월~ KB금융지주 회장, KB국민은행장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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