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선 회장의 장남 강준석 이사가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블랙야크의 2세 경영체제가 본격 가동됐다. 블랙야크는 수년 전부터 공을 들인 코스닥 상장 작업도 유보한 채 ‘오너 2세’를 필두로 해외 영토 확장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블랙야크는 지난 13일 서울 양재동 ‘블랙야크 양재 신사옥’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글로벌 아웃도어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한국에서 시작해 중국을 거쳐 히말라야를 넘는 블랙야크만의 ‘야크로드’를 개척하겠다는 포부다.


‘야크로드의 개척’을 이끌어 갈 인물은 강 회장이 아닌 강 이사다. 강 이사는 자신이 인수를 주도한 미국 아웃도어브랜드 ‘나우’(nau)의 대표이사를 맡았다. 입사 6년 만에 계열사 대표 자리를 꿰차며 사실상 블랙야크 2세 경영 시대를 선언한 셈이다.


 

강준석 이사 /사진=임한별 기자

이날 간담회에서도 해외사업 전략에 대해서는 강 이사가 주도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나우 인수가 블랙야크의 북미 진출 교두보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시장에서 블랙야크가 정착하고 성장하는 데 바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시아, 유럽, 북미 세 대륙별 시장 특성을 고려한 현지화 전략인 ‘트라이앵글’ 전략을 글로벌 사업 전략의 핵심으로 소개했다.


강 이사는 ‘글로벌 컬렉션’의 경우, 지난해 독일 뮌헨 시내 중심에 쇼룸 오픈을 시작으로 내년 하반기부터 단독 매장을 오픈 하는 등 공격적인 시장 공략을 할 예정”이라며 “향후 독일과 스위스, 프랑스, 영국, 스칸디나비아, 러시아, 터키, 체코, 스웨덴 등 유럽 지역에 유통망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블랙야크 관계자는 “강 이사가 그동안 글로벌사업 중심으로 경영 수업을 받아 온 만큼 국내사업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고 해외사업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국내사업을 강 회장이, 해외사업을 강 이사가 맡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로 34세인 강 이사는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지난 2009년 블랙야크에 입사해 매장 근무부터 경영 수업 단계를 밟아왔다. 이후 내수영업팀, 상품기획부, 소싱팀, 글로벌팀 등을 담당하며 실무 능력을 쌓았다.

그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3년 말. 블랙야크가 야심차게 론칭한 스키브랜드 ‘마운틴포스’사업을 주도하면서다. 업계의 존재감을 드러낸 그는 이듬해 초 이사 대우로 승진했고 지난해 말에는 대만 진출에 성공하면서 글로벌 사업성과를 내기도 했다.

강 이사의 누나인 강주연씨도 블랙야크 모기업인 동진레저에 입사한 뒤 아우트로 대표를 맡았으나 가정을 꾸리면서 경영에서 손을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상 2세 경영권 승계가 강 이사로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아웃도어 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역사가 비교적 짧아 회사 전면에 나서는 2세들을 보기 힘들었지만 블랙야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2세 경영에 나서는 업체들이 하나둘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