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시장조사를 토대로 테스코는 ‘프레시&이지 네이버후드 마켓’(Fresh & Easy Neighborhood Market)을 오픈했다. 신선하고 건강에 좋은 제품을 매일 싼 가격에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대형할인마트보다 매장 크기를 줄인 대신 상품을 알차게 꾸며 동선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 바쁜 현대인의 쇼핑속도와 편의를 위한 셀프 계산대도 특징이었다.
언론과 업계에서는 큰 성공을 예상했다. 테스코는 2년 내 200개 매장을 오픈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객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테스코는 결국 지난 2013년 미국에서 철수했다. 그렇게 오랜 기간 동안 시장조사를 했음에도 소비자들은 프레시&이지 마켓을 선택하지 않은 것이다.
시간이 지난 후 나름의 이유가 밝혀졌다. 미국 고객의 기존 소비성향을 바꾸는 데 더 나은 가치를 주지 못했다는 것. 쇼핑객들은 셀프 계산대를 원하지 않았다. 미국인들은 계산대에서 점원과 ‘스몰 톡’(small talk)을 즐기는데 셀프 계산대는 이런 즐거움을 뺏는 시스템이었다. 또한 가격이 저렴한 만큼 마일리지 적립이나 별도의 제품 할인프로모션을 진행하지 않았다. 이 역시 미국인의 구매성향에 부합하지 못했다.
시장조사를 철저히 한 큰 회사도 막상 신제품을 출시하면 헛발질로 끝나는 경우가 있다. 하물며 시장정보가 부족한 벤처기업, 창업기업은 어떻겠는가. 따라서 전문가들은 창업기업에게 ‘MVP’(최소기능)제품을 먼저 출시해 시장반응을 살피라고 조언한다.
MVP란 창업자가 생각하는 제품의 핵심기능을 넣은 시제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제품을 완벽히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이는 것보다 제품이 주는 핵심적인 기능을 빠른 시간에 개발해 고객반응을 살피라는 것. 사무실 안에서 제품을 완벽하게 만들어봐야 그것은 고객에게 완벽한 제품이 아니라 창업팀에게만 완벽한 제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사업의 핵심은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따라서 창업자는 부단히 고객의 니즈를 반영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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