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간 금융투자업계는 맹장을 떼어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몇년째 업황이 부진을 겪자 군살을 빼내기 위함이다. M&A를 진행하려는 속셈도 있다. 최근 증권업계에서 M&A가 성사된 회사들은 모두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직원수를 줄이고 지점을 축소하며 고정비를 최대한 감축한다. 그래야 기업가치가 올라가고 매각도 쉬워진다. 합병을 위해서도 인력은 적을수록 좋다.
구조조정이 ‘악’은 아니다. 회사도 사람과 같다. 너무 비대해지면 제대로 움직이기 힘들다. 군살을 빼내야 가벼워지고 업무에도 탄력이 붙는다. 문제는 정말 ‘군살’만 빼느냐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2년 새 증권사 지점 417개, 직원 6000여명이 사라졌다. 빠져나간 인력만으로 증권사 몇개쯤은 너끈히 꾸릴 수 있을 정도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구조조정은 현재진행형이다. 심지어 ‘이 회사까지도’ 라는 생각이 드는 곳도 있다. 지난 십여년간 희망퇴직 등의 인위적인 인력감축 행동이 없었던 회사들이다. 지난 1월 하이투자증권은 영업지점 20곳 폐쇄와 희망퇴직 및 권고사직 250명 등을 제시한 구조조정안을 노조에 통보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하이투자증권 임직원은 960여명, 국내 지점은 총 49곳이다. 결국 하이투자증권은 전체 임직원의 26%와 국내 지점의 41%를 줄이는 셈이다. 이 회사가 구조조정을 진행한 것은 13년만이다. 신영증권도 최근 임원을 22% 줄였다. 신영증권이 임원을 감축한 것은 11년만이다.
이외에 매물로 올라온, 혹은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는 회사의 경우 이미 구조조정이 진행됐음에도 추가로 인원감축이 시행될 가능성이 있다. 잠재적 매물로 분류되는 이트레이드증권, LIG투자증권 등이다. KDB대우증권의 경우 올해 정부가 매각을 천명했다. 홍성국 KDB대우증권 사장은 “구조조정은 비인간적 행위”라고 비난했지만 대주주(산업은행)가 인력감축을 지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들이 올해도 구조조정의 쓰나미가 몰려올 것으로 보는 이유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과거에는 쓸모없다고 생각했던 맹장이 면역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됐다. 또 대장의 소화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갖가지 유익한 박테리아를 보유하고 있다. 대장에서 유익한 박테리아가 죽거나 몸 밖으로 배출됐을 경우 이들을 다시 만들어 보충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 하물며 사람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증권가의 구조조정 열풍이 ‘정말로 필요한’ 것까지 잘라내는 건 아닌지 걱정되는 이유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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