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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10년이 넘는 떠돌이 생활에 지친 회사원 양모씨(45)는 최근 내 집 마련 대열에 합류했다. 전셋집을 찾기도 어렵고 아이도 커가니 안정적인 거주공간이 절실해져서다.
하지만 계약서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대출 걱정으로 가슴이 답답해졌다. 양씨는 “대출금리가 낮아졌어도 집 사면서 한두푼 대출받는 게 아니라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저금리시대를 맞아 요즘 가장 핫한 금융상품은 주택담보대출이다. 1월과 2월은 전통적인 주택담보대출 비수기로 꼽히지만 올해는 그 양상이 사뭇 다르다. 지난해 말 316조4539억원에서 지난 2월 말 319조9000억원으로 두달 새 3조4000억원가량 껑충 뛰었다.
이렇듯 대출을 잔뜩 끼고 집을 사는 사람들이 늘다보니 역대 최저수준의 저금리에도 대출 고민은 날로 커진다. 피할 수 없는 대출이라면 조금이라도 부담을 줄이는 방법은 없을까. 대출금리 전망 및 대출상품 선택의 기준에 대해 알아봤다.
◆금리 바닥 근접… 하락보다 상승 가능성↑
어느 마을의 양치기 소년이 무료함을 못 이겨 “늑대가 나타났다”고 거짓말을 했다. 처음에는 놀라서 달려왔던 마을 사람들은 거짓말이 반복되자 소년의 말을 믿지 않기로 한다. 그러다가 진짜 늑대가 나타났지만 마을 사람들은 또 거짓말이라며 아무도 소년을 도와주러 오지 않는다.
동화 <늑대와 양치기 소년>의 줄거리다. “금리인상(늑대)에 대비하라”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로 갈아타라고 당부해온 금융당국은 최근 동화 속 양치기소년처럼 거짓말쟁이 취급을 받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1년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을 내놓고 주택담보대출 중 고정금리 비중을 확대할 것을 독려했다.
이에 지난 2010년 말 전체 주택담보대출 중 0.5%에 불과했던 고정금리 비중은 지난해 말 23.6%로 확대됐다. 하지만 저금리의 역습으로 금리가 날로 떨어지자 고정금리 대출자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3월 이후 대출받을 계획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현명할까. 혹시 모를 미래의 위험(늑대)에 대비해야 할까, 평화롭게 금리인하의 수혜를 더 즐기는 게 나을까. 자산관리전문가들의 견해도 팽팽하게 엇갈리지만 고정금리의 손을 든 경우가 다소 우세했다.
이애경 씨티은행 서울지점 부지점장은 “대출이자를 지금처럼 낮은 금리로 확정한다는 건 은행 입장에서도 상당한 리스크를 안는 것”이라며 “당연히 고정금리상품의 금리가 변동금리보다 1% 이상 높아야 하지만 최근 정부정책으로 차이가 없어져 고정금리 상품의 매력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3월5일 현재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고정과 변동 구분없이 3%초반대로 떨어졌다.
유 환 IBK기업은행 대치역PB센터 팀장은 “정확한 금리예측은 불가능하지만 우리나라 경기가 바닥에 근접했다고 볼 때 3년 후 금리는 지금보다 1~1.5%포인트가량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인응 우리은행 압구정현대지점장은 “근래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추가 하락폭은 제한적인 데 반해 상승 가능성은 보다 크게 열려 있다”며 “3년 후 대출금리는 현재보다 약 1~2%포인트의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변동금리를 선택한 전문가들은 저금리기조의 고착화를 주목했다. 이재철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PB센터 지점장은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고서는 우리나라 경기의 회복 방안이 거의 없다”며 “기준금리가 현재의 2%에서 1.5% 수준까지 앞으로 1~2회 인하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신동일 KB국민은행 대치PB센터 팀장 역시 ‘소폭의 금리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신 팀장은 “우리사회의 고령화에 따라 생산가능인구는 줄고 노인인구가 늘면서 부동산경기가 악화될 수 있어 3년 후 금리는 현재 수준을 유지하거나 0.25%포인트가량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인기지역, 주담보… 정체지역, 수익공유형
‘로또대출’로 주목받는 1%대 수익공유형 주택담보대출의 출시가 임박했다. 1%대 초저리로 대출해주되 앞으로 집값 상승에 따른 수익을 대출기관과 나눠 갖는 상품이다. 공시가격이 9억원 이하이면서 전용면적은 102㎡ 이하인 주택이면 소득이나 기존 주택 보유 여부에 상관없이 대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코픽스 금리-1%포인트’의 금리가 적용되는 기간은 7년. 이 기간이 지나면 감정평가를 통해 주택가격 상승분을 정산하고 당초 주택매입가격에서 대출 평균잔액이 차지하는 비율만큼의 이익을 은행이 가져간다. 8년째부터는 시중의 일반 주택담보대출로 전환된다.
과연 ‘1%대 로또대출’이 출시될 경우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비교해 어느 것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할까. 전문가들은 해당 주택구입 지역의 부동산 전망이 중요 변수라고 지적한다.
김인응 지점장은 “서울 강남 등 부동산 인기 지역이라면 일반 주택담보대출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성장이 정체된 지역의 주택이라면 수익공유형 대출로 이자 부담을 낮추는 것이 더 낫다”고 설명했다. 이애경 부지점장은 “전세 매물이 없어 떠밀려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라면 부동산 상승 기대가 적다는 의미이므로 수익공유형 대출을 받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환 PB팀장은 ‘안정적 소득’ 여부를 중요기준으로 제시했다. 유 팀장은 “수익공유형은 일정기간이 경과한 후 상승분을 금융기관과 나눠야 한다”며 “주택을 매도해서 수익을 나누지 않는다면 수익상승분만큼 부채가 증가하는 것이라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상환 능력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TIP] 대출이자 줄이기
① 원금분할 방식 > 원리금분할방식 > 만기 일시상환방식
대출은 기간과 금액이 늘어날수록 이자가 많이 빠져나간다. 따라서 만기일시상환보다는 빨리 대출금액을 줄일 수 있는 원리금(원금) 분할방식이 좋다. 특히 이자부담은 원리금 분할방식보다 원금분할 방식이 가장 유리하다. 원금분할방식은 상환 초기부터 후기까지 원금을 균등하게 납부(이자는 잔액에 따라 변동)하는 반면 원리금 분할방식은 매월 갚아야 하는 금액은 일정하지만 초기에는 매월 납부금액 중 이자비중이 크다.
② 소득공제 대상 필수 점검
만기 15년 이상 고정금리이면서 비거치식 분할상환 조건인 주택담보대출의 이자상환액 소득공제 최고한도가 현행 연 1500만원에서 1800만원으로 확대된다. 단 전용면적 85㎡ 이하의 주택에 한하며 소유권 이전등기 또는 보존등기를 한 후 3개월 내 차입한 금액이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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