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삼성생명
‘보험사 결제계좌 허용’을 두고 은행업계와 보험업계가 치열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뒤에서는 은행권과 보험사의 보이지 않는 로비전쟁이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런 기류 탓에 은행사와 보험사의 각각 최고경영자들까지 나섰다. 먼저 은행장 10여명이 관련 입법을 담당하는 정우택 국회 정무위원장을 만나 입장을 전하자 다음날 보험사 사장 9명도 정 위원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로비전에 뛰어든 모양새다.
우선 보험사들은 ‘결제계좌 허용’을 반긴다. 금융업 간 벽을 허물고 소비자 편의를 높이기 위해 보험사에서도 자유롭게 고객 계좌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보험사 결제계좌 허용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다양한 상품도 나올 수 있고 건당 지급 수수료율을 절감할 수 있는 등 보험 소비자 측면에서 편의성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보험 산업 측면에서도 금융권 간 공정한 경쟁 기반 마련이 되고 경영건전성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은행권의 표정은 불안하다. 최근 금융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은행권이 만년 2등 업종이었던 보험사보다 순이익을 내지 못한 일이 벌어진데다 보험사에 지급결제 기능마저 풀어준다는 점에서 불안함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재벌계 보험사가 출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시중은행들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삼성생명이다. 삼성생명이 은행기능을 갖게 되면 자산규모와 영업력이 큰 ‘삼성은행’으로 변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의 자산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214조원이다. 하나은행(194조원)이나 외환은행(142조원)보다도 훨씬 큰 규모다. 삼성생명의 지난해 순이익도 1조4000억원으로 신한은행의 1조5000억원과 엇비슷할 뿐 다른 시중은행들보다 앞선 상황.
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 결제계좌 허용 후에는 결국 대기업 계열 보험사가 은행을 소유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렇게 되면 재벌들이 금산분리를 피해 다른 방식으로 사금고화할 수 있어 결제계좌 허용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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