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머니투데이DB

 

재계가 신규채용 규모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정부가 내수시장을 살리기 위해 임금인상과 고용확대를 독려하고 있지만 경기침체와 글로벌 불확실성 여파로 기업들이 주저하고 있어서다.
재계 1위인 삼성은 올해 임금동결과 동시에 신규채용을 다소 축소할 전망이다. 만약 삼성이 신규채용을 줄이면 다른 대기업들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신규채용 규모를 확정한 곳은 LG그룹과 한화그룹이다. 한화는 올해 500명 규모의 신입·인턴 공채를 뽑는다. 오는 18일부터 한화첨단소재를 시작으로 한화호텔앤드리조트(3월23~4월 3일), 한화케미칼(3월23~4월5일 예정), 한화생명(4월1일~15일) 순으로 채용이 시작된다.


지원자들의 편의를 위해 각 계열사별 중복 지원도 가능토록 했다. 지난 2013년부터 인·적성검사를 없앤 한화그룹은 채용전형에서 서류전형 및 심층면접으로만 신입사원을 선발한다. 학력과 학점 등 스펙이 아니라 경력, 경험 등 직무적성을 중심으로 인재를 선발한다.

LG그룹의 올해 채용 규모는 작년과 비슷한 1만2000명으로, 이 가운데 2000명을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으로 뽑기로 했다. 또한 입사 지원자들에게 더 많은 취업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최대 3개 회사까지 중복 지원이 가능토록 했다. 올해는 지원자들이 평소 한국사와 한자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도록 적성검사에 한국사와 한자 문제를 추가했다.

현대차는 올해 9500명 규모의 신입·인턴사원을 채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상반기 채용계획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현대차는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인재 발굴을 위해 면접전형 중 지원자의 실질적인 영어회화 능력 평가를 강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은 올해 1000명 안팎의 신규채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역시 상반기 채용규모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지난해보다는 채용규모가 적을 것으로 예측된다. SK그룹은 올해부터 스펙을 없애 직무적성 중심의 채용전형을 진행한다. 도전정신이 투철하거나 리더십이 강한 인물을 선발하기 위한 ‘바이킹챌린지’를 진행한다.

삼성그룹은 올해 8000~9000명 정도의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할 계획인데 실질적인 채용 규모는 이보다 적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준 삼성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은 "채용은 계열사별로 알아서 결정할 문제”라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제가 어려울 것 같다. 여건이 만만찮기 때문에 채용도 거기에 맞춰서 조정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 신규 채용 규모가 축소될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올해 근로자 임금을 6년 만에 동결한 바 있다.

이밖에 롯데그룹은 올해 1000~1300명 수준의 신규채용을 계획중이며 포스코는 6400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재까지 채용계획만 알려졌을 뿐 실질적으로 뽑는 인원은 이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대기업 절반 이상이 상반기(1∼6월) 채용 계획을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악화와 실적부진에 정년 연장까지 겹쳐 ‘채용 삼중고’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여론조사업체 리서치앤리서치를 통해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상시종업원 수 300명이 넘는 207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134개(64.7%) 기업이 아직 계획을 수립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2일 밝혔다.

‘지난해보다 채용을 늘리겠다’고 답한 기업은 12개(5.8%)에 불과했다.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의 채용계획을 세운 기업이 37개(17.9%), 지난해보다 규모를 줄이기로 한 곳은 14개(6.8%)로 나타났다. 아예 사람을 뽑지 않겠다는 기업도 10개(4.8%)나 됐다.

신규 채용을 늘리지 못하는 이유로는 ‘국내외 업종의 경기악화’(26.4%) 때문이라는 기업이 가장 많았다. 또 실적·구조조정 등 회사 내부 상황 악화와 정년 연장으로 인한 퇴직인원 감소(각 23.6%)도 주요 이유로 꼽았다.

기업 채용 규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적정 정원 관리(55.8%), 업종 경기상황(19.4%), 인건비 총액(15.3%), 정부 시책 호응(5.3%) 순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