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저는 항상 ‘최고’가 되는 게 목표였습니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왔습니다. 아픈 할머니 병간호를 하며 틈틈이 공부한 결과 원하는 대학교, 학과에 진학할 수 있었습니다. 방학기간에도 도서관을 찾는 열정으로 수석졸업을 할 수 있었고 다양한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면서 토익점수와 스피킹 능력을 모두 확보했습니다. 제가 차근차근 준비해 이 자리까지 왔듯이 이 회사에서도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박최고씨 이력서 中)
여기 두명의 지원자가 있다. 최고의 스펙을 자랑하는 김씨와 노력파인 박씨. 만약 당신이 이들을 고용할 CEO라면 누구를 채용하겠는가.
한주연 ㈜커리어 HR사업본부 부본부장은 최근 채용트렌드에 맞는 인재는 박씨라고 단언한다. 한 부본부장은 “김씨와 같이 스펙을 나열하는 사람은 자신보다 더 높은 스펙이 나오면 묻힌다”며 “기업은 이제 ‘스펙형’보다 ‘스토리형’ 인재를 더 원한다”고 말했다. 채용담당자의 의도를 잘 풀어낸 입사지원서는 작은 차이로도 남들보다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나’라는 사람을 A4용지 1~2장으로 압축시키는 입사지원서엔 과연 무엇을 담아야 할까. 수만명에 이르는 구직자의 입사지원서를 코칭해온 한 부본부장이 채용담당자의 눈에 쏘~옥 들 수 있는 비법을 공개한다.
◆A4용지에 ‘특급칭찬’을 모아라
막막하다. 망설인다. 무엇을 써야할지 모르겠다. 썼다, 지웠다를 반복한다. 대부분의 구직자가 첫 입사지원서 작성을 앞두고 겪는 현상이다. 겨우겨우 펜을 들고 써내려가지만 시작부터 밋밋하기만 하다.
“저는 OO에서 O남 O녀로 태어나 OOO대학교를 졸업하고…. 엄격한 아버지와 지혜로운 어머니 밑에서 자라 어린시절부터…. 과거에는 소심한 성격이었지만 스스로 노력한 결과 극복할 수 있었다….”
한 부본부장은 “이런 나열 형식의 입사지원서는 더 이상 채용시장에 매력적으로 작용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한 부본부장은 이 경우 우선 입사지원서에 뭘 담고 빼기 이전에 A4용지 한장을 놓고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에 했던 잘한 일, 특급 칭찬받았던 일, 목표를 이뤄냈던 일, 스스로 대견했던 일 등을 구체적으로 정리하는 것이다.
이 과정이 끝나면 자신이 지원하는 직무에 따라 요구되는 특징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직무에 필요한 특성, 지원회사의 인재상, 분위기 등을 추려내 회사가 요구하는 이력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만약 패션쪽이 지원 분야라면 창의적으로 이뤄냈던 과거의 일을 꺼내 직무와 연관시키는 식이다. 회사가 궁금한 것은 지원자가 살아오면서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어떻게 회사발전에 기여할 것인가다.
최근 입사지원서 형식도 이러한 트렌드가 반영되고 있다. 실제 대기업 S사의 자기소개서 질문을 보면 자신에게 주어졌던 일 중 가장 어려웠던 경험, 그 일을 하게 된 이유와 그때 느꼈던 감정,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했던 행동과 생각 등을 구체적으로 묻는다.
한 부본부장이 말하는 ‘에피소드형’ 이력서다. 과거 에피소드를 찾아내고 해당 질문을 대입한 뒤 그 과정과 결과를 쓰고 그것이 어떻게 회사에서 장점으로 부각될 수 있는지와 연결해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이때 하나의 포인트를 잡아서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나가는 게 중요하다.
◆부정적 이야기·미괄식 서술 피하라
주의할 점도 있다. 우선 부정적인 이야기는 삼가야 한다. 한 부본부장은 잘못된 문구 중 대표적인 사례로 “~했지만 ~하다”를 꼽았다. ‘과거엔 이랬지만 지금은 이런 사람’이라는 표현보다는 ‘지금은 이런 사람인데 과거의 이런 점을 극복했다“는 식의 표현이 더 맞다는 것. 부정적인 이야기를 먼저 들으면 인사 담당자는 지원자에 대해 선입견을 가질 수 있어서다.
미괄식 서술구조도 피해야 한다. 반드시 첫문장에 결론이 나와야 인사 담당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반면 첫문장에서 눈에 띄지 못하면 탈락 대열에 들기 쉽다.
또 남의 좋은 사례를 베껴 자신의 사례로 만드는 것보다 진짜 나의 사례를 담아야 한다. 어디서 본 듯한 에피소드나 자기소개서에 2번 이상 반복되는 에피소드는 인사 담당자의 눈에 들 수 없다. 기본적인 오타와 맞춤법 확인도 필수다.
한 부본부장은 “서류전형에서 반복적으로 탈락하는 구직자를 보면 대부분 이러한 오류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보통 구직자들이 자기에 대해 어필하고 이야기하는 것을 쑥스러워하거나 잘난 척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스토리를 중심으로 풀어나가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스토리를 찾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고 머릿속에 일련의 과정이 정리되기 때문에 면접에서도 말을 잘하게 돼 결국 성공적인 취업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구직자 Q&A] 한주연 부본부장에게 물어봐~
한주연 ㈜커리어 HR사업본부 부본부장. /사진=임한별 기자
Q.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준비 중인 학생입니다. 졸업했을 경우 채용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다고 하던데 졸업을 한번 더 연장해야 할까요?A. 졸업유예는 크리스마스 케이크와 같다. 정상적인 졸업예정자는 케이크가 가장 잘 팔리는 24일, 졸업을 6개월~1년 유예한 학생은 팔리긴 팔리지만 저녁이 되면 덜 팔리는 25일 케이크와 같다. 물론ㄷ기업에서 졸업예정자를 선호하고 이 때문에 유예자가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그 시간이 1년 이상이라면 생각을 바꿔야 한다. 차라리 규모가 작은 회사라도 입사한 후 관련 경험을 쌓는 게 더 좋다.
Q. 토익점수를 못 땄어요. 6개월 열심히 하면 딸 수 있을 것 같은데 학원을 다닐지, 인턴을 할지 고민이에요.
A, 4년 동안 토익점수를 달성하지 못한 사람이 6개월 더 공부한다고 해서 성공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 그 시간에 직무경험을 다양하게 쌓는 것이 인사담당자 입장에선 더 매력 있는 구직자로 보인다. 물론 스펙과 인턴 등 다양한 경험을 겸비한 구직자가 토익점수 하나만 부족한 경우라면 토익점수를 따는 게 맞지만 그 외의 경우라면 당장 토익점수에 대한 집착을 버려라.
Q. 지난해 면접을 봤는데 면접자들이 저에게만 질문을 하더라고요. ‘관심이 있어서’라고 생각했는데 최종결과는 불합격이었습니다. 왜 저에게만 질문했을까요?
A. 면접에서 질문을 많이 받는다는 것은 두가지 의미가 있다. 이 사람이 너무 마음에 들거나 아리송한 경우다. 면접 시 면접자가 질문을 계속 던졌을 때 답변을 잘 해야 한다. 면접자 입장에서 듣고 싶지 않은 답변이 있을 것이다. 답변을 잘 했다고 해도 면접자의 마음에 드는 답변이 아니었다면 탈락하기 쉽다.
Q. 말로만 듣던 압박면접을 경험했어요. “학점이 안 좋은데 회사에서도 뭘 하겠냐, 아르바이트도 안 하고 뭐했냐”라는 식이었죠. 너무 당황스러워서 버벅댔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A. 압박면접의 포인트는 당황하지 않는 것이다. 면접자가 악감정이 있어서 그렇다기보다는 면접 보는 짧은 시간 안에 구직자의 본 모습을 파악하려고 할 경우 많이 진행한다. 이럴 경우 평정심을 잃지 않고 담대하게 상황을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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