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구매할 때 흔히 ‘가성비’를 따진다. ‘가격대비 성능’, ‘비용 대비 효율성’을 뜻하는 가성비는 정보의 홍수 속에 합리적인 소비자라면 구매과정에서 꼭 체크하는 목록 중 하나다.

그렇다면 인재를 찾는 기업에도 이와 같은 가성비를 적용할 수 있을까. 사람을 물건에 비유하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지만 경제학적 관점에서 고용주가 근로자를 고용하는 행위는 ‘상품구매’ 과정과 흡사하다. 최적의 교육비로 훌륭한 인재를 만들어 회사 수익창출에 기여하게 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B급 인재’로 인해 회사의 노동생산성이 하락하거나 경쟁력이 저하되는 부작용을 겪을 수도 있어서다.

 

‘미생토론’ 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CJ그룹의 신입사원들. /자료제공= CJ




◆ 18개월 동안 6000만원 들여 교육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는 지난 2013년 신입사원 채용과 관련해 재미있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채용한 신입사원을 교육해 그들이 안정적으로 업무성과를 내기까지 해당기업이 투자하는 시간과 비용이 얼마인지를 산술적으로 집계한 것이다.

당시 경총은 355개 기업을 대상으로 ‘2013년 신입사원 교육·훈련과 수습사원 인력관리 현황조사’를 진행해 대졸 신입사원의 평균 교육·훈련기간이 18.3개월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앞서 2008년 19.5개월보다 1.2개월 더 줄어든 수치다. 규모별로는 상대적으로 교육과정이 다양하고 대상 신입사원이 많은 대기업(23.1개월)이 중소기업(13.9개월)보다 교육기간이 더 길었다.

또 하나 관심이 가는 설문조사 내용은 신입사원 교육비다. 경총의 조사에서 기업들이 대졸 신입사원의 교육에 소요한 비용은 6000만원가량이었다. 정확히는 5959만6000원. 이는 지난 2008년 조사결과(6088만4000원)보다 128만8000원 줄어든 규모다.


월 평균 교육비는 325만7000원으로 지난 2008년(312만2000원)보다 13만5000원 증가했다. 이에 대해 경총은 “기업들이 과거에 비해 교육·훈련기간을 줄이는 대신 양질의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기업의 효율성 제고에 치중한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신입사원들은 입사 후 일괄적인 교육과 함께 수시로 재교육을 받아 업무능력을 키운다. 재교육비용은 1인당 220만원 정도.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2010년 대·중견·중소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대졸 신입사원 업무역량에 대한 기업 의견’ 조사에서 기업들이 신입사원 재교육에 소요하는 비용은 1인당 217만4000원꼴로 나타났다. 평균 신입사원 재교육기간인 38.9일과 연계된 수치다.

 




◆ ‘업무역량’ 점수, 70점도 안돼

그렇다면 앞서 언급한 ‘가성비’ 관점에서 교육을 이수한 신입사원이 실제 투입된 업무에서는 제 역량을 발휘할까. 대한상의의 동일한 조사에서 기업들이 대졸 신입사원에게 바라는 기대치를 100으로 볼 때 신입사원들의 업무역량은 평균 67.3점으로 드러났다.

업무역량별로는 도덕성과 사회적 책임감이 71.2점, 정보기술(IT) 활용능력이 70.8점으로 높았다. 반면 창의성과 문제해결능력(65.8점), 수리활용능력(65.2점), 전문지식과 기술의 실무적용능력(64.6점), 비즈니스와 산업전반에 대한 이해도(63.4점)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경총이 지난 2013년 교육·훈련 전후로 신입사원의 능력(10점 만점 기준) 변화에 대해 설문한 결과에서도 ‘직무능력’(입사당시 5.03점→교육 후 6.75점, 34.2%↑) 향상의 응답비율이 가장 높았다. ‘조직적응력’(25.4%↑), ‘창의적 문제 해결능력’(24.2%↑)이 뒤를 이었고 ‘자기계발능력’(14.6%↑)과 ‘외국어 능력’(4.2%↑) 등은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적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기업들이 많은 비용을 들여 신입사원 재교육을 하지만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실정”이라며 “재교육비용은 기업에게 큰 부담일 뿐 아니라 자칫 청년취업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명의 인재를 키우기 위해 기업들은 이처럼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을 신입사원에게 투자한다. 따라서 업무자질이 떨어지는 인재도 문제지만 정작 기업을 당황케 만드는 것은 업무기술과 노하우를 쌓아가던 신입사원이 본격적인 능력을 발휘하기 전에 퇴사하는 경우다.

경총의 2013년 조사에서 신입사원의 조기퇴사 발생시기는 ‘입사 시부터 현업배치 이전’(43.2%)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현업배치 이후부터 본격적인 능력발휘 기간’(37.0%). 조기 퇴사자의 80.2%가 교육에 따른 시간과 비용 부담이 매몰되는 시점에 퇴사한 셈이다.

신입사원의 퇴사 이유로는 ‘조직 및 직무적응 실패’(47.6%)가 가장 많았고 ‘급여 및 복리후생 불만’(24.2%), ‘근무지역 및 근무환경에 대한 불만’(17.3%), ‘공무원 및 공기업 취업준비’(4.5%), ‘진학’(3.3%), ‘기타’(3.1%)의 순으로 조사됐다.

◆ 입사 후 3년만 버텨도 성공”

대졸 신입사원의 퇴사율이 높은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총이 지난해 전국 405개 기업을 대상으로 ‘2014년 신입사원 채용실태 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졸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은 25.2%에 이른다. 지난 2010년 조사(15.7%) 대비 9.5%포인트, 2012년 조사(23.6%)와 비교해서는 1.6%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신입사원의 퇴사율은 중소기업에서 더 심각하다. 중소기업 대졸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은 31.6%로 대기업(11.3%)보다 월등히 높다. 중소기업의 낮은 임금수준 등 상대적으로 열악한 근로조건이 영향을 끼친 탓이다. 현재 중소기업의 신입사원 교육투자 규모는 대기업의 4분의 1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모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잘 키워놓은 인재가 입사 초기에 나가는 것은 분명 조직이나 개인에게 큰 손실”이라며 “기업으로서는 신입사원이 입사해 최소 3년 정도만 근무해도 성공한 셈”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