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코스닥시장이 강세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코스닥의 ‘넘버원’ 자리 싸움이 치열하다.


현 시점에서 ‘대장주’전쟁의 1차 승자는 셀트리온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지난달 27일 종가(7만200원) 기준으로 시가총액 7조2707억원을 기록했다. 2위인 다음카카오(6조6988억원)보다 5719억원이나 많다.

연초만 해도 이 같은 모습은 예상하기 힘들었다. 지난 2009년 2월부터 코스닥 시총 1위 자리를 차지한 셀트리온은 지난해 10월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하면서 대장주 자리를 내놨다. 이후로도 이 모습이 이어졌다. 올 1월 첫 거래일(2일)에도 셀트리온의 시총은 4조548억원이었다. 7조9164억원인 다음카카오와 3조8616억원이나 차이 났다.


그랬던 셀트리온이 7조원대의 시총을 기록하며 다음카카오에 근접한 시기는 지난 2월23일이다. 처음으로 셀트리온이 다음카카오를 앞지른 것은 지난 3월16일이다. 셀트리온은 시총 7조635억원을 기록하며 다음카카오(7조357억원)를 누르고 코스닥 시총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이후 다음카카오와 1등 자리를 주고 받던 셀트리온은 지난 3월24일 근소한 차이(276억원)로 다음카카오를 누르고 다시 한번 대장주에 등극했다. 25일에는 셀트리온의 주가가 상한가까지 급등하며 시총 차이가 1조1000억원 이상 벌어졌다.


 


◆ 실적 우려에 힘 잃은 다음카카오

지난해 10월 합병할 때만 해도 기대감이 높았고 연초에도 코스닥 대장주였던 다음카카오는 왜 힘을 잃었을까.


시장에서는 이 회사에 대해 실적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다음카카오는 올해 공격적인 투자, 특히 마케팅비를 대량으로 집행할 예정이다. 결제서비스인 뱅크월렛카카오와 카카오택시 등 신규서비스에 진출하며 공격적인 광고로 점유율을 올리겠다는 것. 이에 따라 1분기 뿐만 아니라 올해 실적 성장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모양새다.

최근 삼성증권은 다음카카오에 대한 목표가를 18만원에서 13만원으로 27.8% 내리고 투자의견도 매수에서 중립(HOLD)으로 조정했다. 오동환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국내 모바일게임시장에서 다음카카오의 영향력 감소가 관찰됐으며 신규 모바일광고 수익원인 카카오스토리의 체류시간 역시 하락세를 보였다”며 “매출성장이 둔화되는 가운데 신규서비스 관련 투자증가로 단기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고승민 기자

지난해 다음카카오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했던 모바일게임은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전분기 대비 1.6% 증가에 그치며 성장이 정체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국내 모바일게임시장의 성장이 둔화된 가운데 대형개발사들이 탈카카오 움직임을 보인 데 따른 것이다.

오 애널리스트는 “다음카카오는 올해 예상하는 800억원 규모의 마케팅비용을 상반기에 집중할 예정”이라며 “비용확대 기조는 신규 서비스(카카오페이·뱅크월렛·카카오택시 등)가 안정화될 때까지 지속될 전망이나 이들 서비스는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하고 명확한 수익모델이 없어 수익 기여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물론 우려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조금 더 믿어보자는 견해도 있다. 성종화 이베스트증권 애널리스트는 “상반기 마케팅비 집중 계획 반영에 따른 올 1분기 실적 전망치 조정은 분기마다 매번 하는 단순한 전망치 조정에 불과하다”며 “카카오톡은 국내 최고 모바일게임 플랫폼이며 탈카카오 움직임을 감안해도 아직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데 지장이 없다”고 설명했다.

최찬석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1분기 영업이익은 510억원 수준으로 저조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하지만 올 여름에 론칭할 모바일 검색과 카카오톡의 통합이 주가에 의미 있는 모멘텀(발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는 “카카오톡 앱들의 검색 기능이 통합되면 트래픽 누수가 최소화되고 이용자의 체류시간도 늘어나 광고매출에 대한 기대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사진=머니투데이 임성균 기자

◆ 램시마 열풍에 날개 단 셀트리온

최근 셀트리온의 주가가 강세를 보이며 시가총액 1위로 급부상한 원인은 무엇일까. 하태기 SK증권 애널리스트는 “램시마의 글로벌 판매기대가 높아지며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의 화이자는 램시마 판권을 가진 제네릭 전문의 호스피라를 170억달러에 인수했다. 이에 따라 셀트리온의 램시마 유통망 우려가 사라졌다는 것. 램시마는 세계 1호 류머티즘 치료제인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다. 통상 바이오시밀러는 값비싼 오리지널약을 대체한다는 측면에서 각광을 받는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램시마가 유럽 주요국에서 시판에 들어가고 미국에서도 조기 출시가 예상되면서 (판매에 따른 실적) 기대가 주가에 빠르게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램시마의 오리지널 약인 레미케이드의 유럽특허가 만료됐다. 이에 따라 유럽에서 램시마의 본격적인 판매가 이뤄질 전망이다. 또한 미국시장에서의 분위기도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지난 2월 미국 특허상표국은 존슨앤드존슨(J&J)의 자회사인 얀센의 레미케이드 특허 연장신청에 대한 재심사를 기각했다. 본래 J&J의 레미케이드 특허는 오는 2018년 9월 만료된다. 따라서 앞으로 J&J의 추가 대응이 예상된다. 다만 이미 특허 연장을 거절당한 J&J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많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이제부터는 셀트리온의 램시마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고 유방암 치료제인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인 허쥬마(CT-P06)와 류마티스 질환 및 비호지킨스성림프종 치료제인 리툭산의 바이오시밀러인 CT-P10에 대해서 알아볼 때”라며 “연내에 CT-P06는 유럽허가 신청이 예상되고 CT-P10은 3상 완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업계에서는 두 제품이 효과가 나타나고 환자에 대한 예후가 상당히 좋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현재 증권전문가들은 다음카카오에 대해서는 우려 섞인 시선을, 셀트리온에 대해서는 호평을 쏟아낸다. 이들의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셀트리온은 코스닥시장에서 다시 대장주 지위를 굳힐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셀트리온이 1등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 아니면 다음카카오가 예상 밖의 카드를 꺼내 들어 반격에 나설지 주목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