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영국 FTSE지수는 지난 20일 사상 처음으로 7000고지를 밟았고 독일 DAX30지수도 1만2000포인트를 넘기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하이종합주가지수 역시 7년 만에 최고치인 3600선을 넘겼고 닛케이225지수도 15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처럼 주가지수가 최고치를 갈아치우면 증시에는 항상 뒤따라오는 것이 있다. 바로 ‘버블(거품, bubble) 주의보’다. 특히 최근처럼 체감경기나 경제지표가 호황과는 거리가 먼 상황에서는 논쟁이 더 치열해진다.
버블 논란은 월가가 가장 뜨겁다. 과거 닷컴버블이 붕괴되면서 뉴욕증시를 초토화시켰던 아픈 기억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버블 주의보를 넘어 ‘버블 트라우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 월가, 다시 버블을 말하다
월가에서 버블 경고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지난 2월이다. ‘닷컴버블’의 장본인이었던 나스닥이 5000선을 돌파하면서 버블 논란은 더욱 가열됐다.
캐피털 어드바이저의 채닝 스미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우리는 이미 주식이 비싼 수준에 도달해 있다”며 “외국 투자자들의 수요나 대체 투자처 부재로 인해 주식시장이 더 오른다면 이는 버블”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월가에서 버블에 대한 우려가 커진 이유는 간단하다. 주가가 상승 곡선을 그리는 것과는 달리 기업 실적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어서다.
실제로 1분기 기업들의 이익 추정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낮아지는 추세다. 팩트셋에 따르면 올 들어 S&P500 기업들의 주당순이익 전망은 8.2% 감소했다. 이는 2009년 1분기 이후 최대치다.
애널리스트들 역시 1분기 기업들의 이익 전망이 전년대비 4.2%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로 이들 기업의 이익이 전년대비 감소한다면 이는 2012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특히 유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에너지 기업의 경우 1분기 이익이 무려 64%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가는 현재보다 미래를 보고 움직이기 때문에 전망이 밝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는 지난달 1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경제성장률 전망을 당초 2.5~3%에서 2.3~2.7%로 하향 조정했다.
◇ 나스닥 ‘버블’ 전문가들도 갑론을박
월가 버블 논란의 진앙지는 이번에도 나스닥이다.
억만장자 기업가인 마크 큐반이 기술주의 버블(거품)이 15년 전보다 더 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그는 지난 1995년 인터넷 라디오 회사(Broadcast.com)를 설립한 후 닷컴버블이 터지기 직전 야후에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닷컴버블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경험한 탓에 투자자들이 그의 주장에 주목하고 있다.
큐반은 지난달 4일 자신의 블로그에 “과대평가된 기술기업 주식이 공개된 공간이 아니라 일부 개인적인 영역에서 거래되고 있다”며 “이런 특징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자금이 한쪽으로 쏠릴 수 있는 우려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반적인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기업들은 비록 쓰레기 같은 기업이라 하더라도 언제라도 시장에서 주식을 매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적 공간에서 거래되는 기업에 투자할 경우 그만큼 주식처분이 힘들고 버블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우선 투자자들이 바뀌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미 값비싼 수업료를 냈기 때문에 버블에 쉽게 동요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또한 배당 투자자들도 지금은 마이크로소프트나 시스코, 오라클 등과 같은 기술주를 상당 부분 보유하고 있다. 2000년대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지만 지금은 기업들이 현금을 쌓아놓고 있고 세금제도 변경으로 배당주에 투자하기 더 좋은 여건이다.
나스닥의 체질이 바뀌었다는 점도 15년 전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얘기한다. 2000년 3월 나스닥이 최고였던 시절 상장한 한 기업은 연간 매출이 2160만달러에 불과했는데 가치 평가에서 15억달러를 받았다. 또 매출이 420만달러였던 한 회사도 1999년 7월 기업공개에 성공했지만 직전 6개월간 순손실이 3040만달러였다. 말 그대로 제대로 된 가치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애플 효과도 무시하기 어렵다. 지난 2000년 당시 나스닥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0.2%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10%까지 높아졌다.
◇ 버블, IT서 바이오로 이동… 전문가들 의견 엇갈려
최근에는 바이오테크(BT)에도 버블 주의보가 내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바이오 관련 종목에 대한 버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바이오주가 상승폭으로 IT주를 압도한다. 나스닥바이오테크지수는 지난 2012년 이후 240% 급등했다. 주요 IT 대기업이 포함된 나스닥100테크지수 상승폭(82%)의 3배나 된다. 지난 6개월 동안에는 바이오주가 27.4%, IT주가 7.3% 올랐다. 올 들어서는 각각 17%, 1.4% 상승했다.
바이오 투자 붐에 힘입어 주요 기업들의 시가총액도 크게 늘었다. 질리어드사이언스와 암젠의 시총은 각각 1520억달러, 1270억달러로 지난 1년간 40%씩 늘었다. 바이오젠(1080억달러)과 셀젠(990억달러)은 각각 47%, 75% 증가했다.
잭 애블린 BMO프라이빗뱅크 CFO(최고재무책임자)는 "나스닥시장에서 IT주가 한창일 때를 떠올리게 하는 게 있다면 그건 바이오주"라고 말했다.
하지만 바이오기업들의 주가 상승을 버블로 단정하기 어려운 측면도 많다. 과거 닷컴 기업들은 실체가 없었던 반면 바이오 기업들은 신약 등 성과물을 내놓고 있다. 실제 이달 초 버텍스 파마큐티컬스는 낭포성 섬유증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했다고 발
최근 바이오기업들의 주가 상승이 인수합병(M&A)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도 또 다른 이유다. 바이오업체인 하이페리온 테라퓨틱스는 아일랜드의 제약회사 호라이즌 파마가 11억달러에 인수키로 했다. 이스라엘의 다국적 제약사 테바는 오스펙스(Auspex) 제약을 35억달러에 사기로 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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