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안국연 인근에서 "승리했다"를 연신 외치는 시민들의 모습. /사진=김성아 기자
사진은 안국연 인근에서 "승리했다"를 연신 외치는 시민들의 모습. /사진=김성아 기자


"이제 곧입니다. 다 같이 기다려봅시다."
"주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삼삼오오 모여앉은 시위대 사이에선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휴대폰을 들고 생중계를 지켜보며 '윤석열 파면'이라는 말이 나오기만을 두 손 모아 기다리는 듯 보였다.

오전 11시22분.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청구를 인용한다는 소식이 전광판을 타고 번졌다. 안국역 인근에 모인 약 6000명(경찰 추산)의 시민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일부 시민은 흥분을 감추지 못해 플래카드를 던지며 승리를 만끽하듯 춤을 추기도 했다.
사진은 파면 소식을 접한 시위대의 모습. /사진=김성아 기자
사진은 파면 소식을 접한 시위대의 모습. /사진=김성아 기자


전남 목포에서 올라왔다는 50대 A씨는 "10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서울까지 왔다"며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매주 시위에 참여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탄핵 인용 소식에 "정의가 살아 있음을 보여줘서 고맙다"고 울먹였다.

현장에는 가족 단위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40대 B씨는 초등학생 두 아들의 손을 잡고 시위에 참석했다.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물려주고 싶었다"며 "오늘 역사의 한 페이지에 함께한 것을 평생 기억하게 해주고 싶다"고 했다.


종로5가에서부터 걸어왔다고 밝힌 70대 C씨는 "박정희도, 전두환도 봤지만 이런 식의 무도함은 처음"이라며 "대한민국은 법으로 움직이는 나라라는 걸 이번에 다시 증명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저녁 7시부터 서울 종로구 안국역 6번 출구 일대에는 탄핵 인용을 촉구하는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안국동 윤보선 가(街)를 따라 펼쳐진 시위대는 종로경찰서 앞까지 길게 늘어섰고 플래카드와 깃발, 손팻말이 도로를 메웠다.

참가자 대부분은 푸른색 옷을 입고 나와 '헌정 파괴의 책임을 묻자' '윤석열을 파면하자'는 구호를 반복했다. 시위 중에는 자발적인 문화공연도 열렸다. 기타를 맨 30대 남성이 "상록수"를 부르자 주위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따라 부르며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됐다. 사진은 이날 오전 11시20분경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이 환호하는 모습. /사진=김성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됐다. 사진은 이날 오전 11시20분경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이 환호하는 모습. /사진=김성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