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이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고 있다. 지난 20일 아모레퍼시픽은 장중 403만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연초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233만원이었다. 이후 꾸준히 등락을 반복하던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월24일 장중 300만원을 돌파했다. 올 들어 지난 20일까지 총 75.90% 올랐다. 지난해 122% 오른 데 이어 올해도 여전히 강세 흐름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시가총액도 2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20일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22조8286억원을 기록, 포스코(22조2327억원)를 밀어내고 시총 6위에 진입했다.

 
/사진제공=아모레퍼시픽
/사진제공=아모레퍼시픽

◆ 수익성 크게 개선될


최근 아모레퍼시픽이 주목을 받는 것은 액면분할에 대한 기대감 덕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오는 22일 주당 액면가를 5000원에서 500원으로 분할할 예정이다. 신주변경 상장일은 오는 5월8일이다.

액면분할은 주권표면에 적힌 ‘액면가’를 나누는 행위다. 예컨대 액면가 5000원짜리 주식이 시장에서 100만원에 거래된다고 가정하자. 이 주식을 액면분할해 액면가 500원짜리 주식 10개로 만들면 시장가격은 10만원이 된다.

이론적으로 액면분할은 호재도, 악재도 아니다. 그럼에도 증권시장에서 아모레퍼시픽의 액면분할을 호재로 보는 것은 이 회사의 주가가 300만원이 넘을 정도로 비싸기 때문이다. ‘가격부담’으로 사지 못하던 투자자들이 액면분할 할 경우 주식 매입에 나설 수 있다는 것. 또 액면분할을 하면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의 양이 급격히 늘어나는 점도 거래량 증가에 한몫 할 수 있다.


증권전문가들은 여기에 ‘실적 호전’ 기대감도 투자심리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본다. 박은경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아모레퍼시픽의 올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1650억원, 2508억원으로 전년대비 25%, 4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박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올 1분기 매출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는 두가지다. 첫번째는 중국이다. 중국 현지 매출이 브랜드인지도 상승, 신규출점, 구조조정 등에 따라 전대비 5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지난해보다 약 50% 늘어난 중국인여행객에 힘입어 면세점 매출도 전년대비 62%나증할 것으로 분석된다.

두번째는 내수 매출의 확대다. 온라인전문점과 같은 신채널의 선점 효과로 시장점유율이 확대되는 데 힘입어 내수 매출이 지난해보다 7% 증가할 수 있다는 것. 이 같은 호재들로 인해 실적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박 애널리스트의 설명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를 끌어올린 일등공신 중 하나인 ‘중국 바람’은 당분간 잦아들기 어려워 보인다. 박유미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소비자의 가처분 소득 증가, 취향 고급화, 한국산 화장품에 대한 고품질 제품 인식 등을 고려할 때 중국소비자들의 고급 화장품에 대한 수요증가는 아모레퍼시픽의 수혜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호재 반영 얼마나… 목표가 500만원도

증권사들은 4월 들어 아모레퍼시픽의 목표가를 앞다퉈 올리고 있다. 4월 들어 주식시장에서 아모레퍼시픽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들이 제시한 목표가를 살펴보면 ▲신한금융투자 410만원 ▲삼성증권 453만원 ▲KTB투자증권 430만원 ▲동부증권 430만원 ▲한국투자증권 420만원 ▲대신증권 400만원 등이다. 지난 20일 KDB대우증권은 국내 증권사 가운데 가장 높은 목표가인 540만원을 제시하기도 했다.

해외증권사들도 아모레퍼시픽에 대해 호평이다. 노무라증권은 지난 15일 아모레퍼시픽의 목표가를 기존 41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21.95% 올렸다. 이에 대해 송은정 노무라증권 애널리스트는 “내년 1월부터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위한 전자비자 발급이 허용된다”며 “한국 화장품에 대한 중국관광객의 선호도가 상승한 만큼 아모레퍼시픽의 수익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증권사의 목표가는 6개월, 혹은 12개월 단위로 제시된다. 아모레퍼시픽이 오는 22일 액면분할을 하면 주가는 10분의 1로 줄어든다. 단 하루 남은 거래일 동안 종가 기준으로 400만원 고지에 진입할 수 있을까.

시장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액면분할 전에 400만원을 넘을 수 있다고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한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일 장중 사상 최초로 400만원을 돌파(403만원)했다. 이미 가시권에 들어온 영역이지만 주식시장의 특성상 단언할 순 없다는 것.

현재까지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견조하다. 다만 액면분할 직전에 하락 가능성도 염두에 두라는 조언도 있다. 익명의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으로 보면 액면분할 이후 재상장까지 ‘자금이 묶인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며 “액면분할 전에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투자자가 몰려들면서 주가가 오히려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액면분할 이후 40만원을 돌파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며 “단기적으로 아모레퍼시픽에 별다른 위험요소는 보이지 않는다. 당분간은 실적호조 등의 호재성 요인이 주가에 어느 정도까지 반영되느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이재용 부회장도 물리친 서경배 회장

최근 아모레퍼시픽의 주가 급등으로 인해 서경배 회장의 지분 가치도 급등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지난달 31일 공시한 ‘2014 사업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서 회장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아모레퍼시픽의 지분 10.72%(62만6445주)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일 기준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1주당 390만5000원이다. 이에 따라 서 회장이 보유한 지분의 가치는 총 2조4462억6772만원이 된다. 이외에 상장된 아모레퍼시픽그룹 계열사들도 올해 들어 강세 흐름을 나타냈다.

서 회장이 보유한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지분 가치는 현재 9조원이 넘는다. 이에 따라 서 회장은 국내 주식부자 2위 자리를 차지했다. 기존 2위였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7조8000억원)을 가뿐히 따돌리고 이건희 회장(12조1000억원) 추격에 나섰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