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에 좋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올해 1분기 삼성생명은 저금리 기조에도 ‘선방’ 수준의 실적을 거뒀다. 다만 순익의 절반은 삼성전자 배당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가는 삼성생명이 그룹 지배구조 수혜주라는 점에 주목한다.

하지만 삼성생명 입장에서 이 같은 그룹 순환출자 구조에서 얻은 수익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배당금으로 2000억원 가량의 수익을 얻으면서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 통과에 무게가 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개정안에는 자산운용비율을 계산할 때 보험사가 보유한 유가증권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식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삼성생명법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보험업권에서 실질적으로 영향을 받는 보험사가 삼성생명이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으로서는 막고 싶은 개정안이기도 하다. 삼성생명법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 삼성전자 덕에 실적·시총↑

삼성생명은 올해 1분기 463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고 지난12일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이상 증가한 수치다. 수입보험료는 5조93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7% 증가했다. 총 자산은 222조9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3.8% 증가했다. 전반적인 주요 실적이 양호한 모습이다.

가장 주목 받는 수익은 배당금으로 인한 순익이다. 삼성생명의 순익이 늘어난 배경을 두고 삼성전자 배당 효과가 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분기 당기순이익 증가는 지난 3월 삼성전자로부터 받은 총 2072억원의 배당금이 크게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로부터 받은 배당금은 삼성생명 당기순이익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해 1분기보다 약 600억원의 배당금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전년동기 대비 순이익 증가분을 삼성전자 배당금으로 채운 셈이다.


이에 삼성생명도 보유 주식의 배당금이 많이 늘면서 순이익이 증가세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삼성생명 측은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의 증가는 지난해 이후 지속된 보장성 상품의 판매 호조와 보유 주식의 배당금 증가 등으로 인한 효과”라고 밝혔다.

향후 삼성전자가 배당성향을 더 높인다면 삼성생명 실적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된다. 그만큼 삼성전자 배당금은 삼성생명에 무시하기 힘든 비중을 차지한다. 삼성생명 전체 분기 순익에서는 삼성전자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45%에 달한다.

또한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다. 현재 삼성생명이 갖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은 7.6%이다. 이건희 회장(3.38%)보다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배당성향 확대 기대감을 내비치며 삼성생명에 대한 매수 의견을 쏟아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분 상속이 마무리되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삼성생명의 배당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자회사인 삼성자산운용의 실적이 좋아지면 삼성생명의 실적도 덩달아 좋아질 것을 감안하면, 삼성생명은 배당액을 늘려도 큰 무리가 없는 기초체력(펀더멘털)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삼성생명법 통과 여부 촉각

다만 이러한 그룹 지배구조로 인한 수혜는 삼성생명 입장에서 딜레마다. 오너 그룹 지배를 위한 순환출자 구조를 통해 이익을 볼수록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삼성생명법의 주요 내용은 보험사가 계열사 주식을 과도하게 보유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생명은 은행·증권사와 다른 보험업 특성을 들며 삼성생명법을 반대하지만 이번 실적에서 삼성전자 배당 효과를 본 만큼 삼성생명법 통과에 여론의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삼성생명법 통과 여부는 보험업계의 최대 관심사다. 지난달 27일에는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삼성생명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 법안은 최근 원내대표로 선출된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지난해 4월 발의했다. 아직까지 정부가 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삼성생명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종걸 의원실에 따르면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특정 유가증권에 총자산의 3% 이상을 투자할 수 없도록 명시한다. 분모인 총자산에 들어가는 유가증권은 시가로 평가되는 반면 분자가 되는 유가증권은 취득원가로 계산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렇게 계산하면 유가증권을 취득할 때보다 시가가 오르면서 유가증권이 총 자산에서 3%를 초과해도 분자는 취득원가 그대로 계산된다. 때문에 3% 이내로 보유한 것 같은 착시현상이 생긴다는 게 의원실의 주장이다.

이종걸 의원실은 “은행이나 증권, 저축은행 같은 금융회사들은 자산운용비율을 계산할 때 모두 시가평가 방식을 적용하는데 유독 보험사만 취득원가로 산정해 자산운용비율 한도 제한이 유명무실해졌다”고 지적했다. 다른 금융사처럼 분모와 분자를 모두 시가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만약 삼성생명법이 통과된다면 삼성전자 지분 7.6%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이 곧바로 영향을 받게 된다. 특히 삼성전자 주식 시가를 적용하게 되면 ‘3%룰’을 맞추기 위해 최소 10조원 이상의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 무엇보다 삼성생명뿐 아니라 이재용 부회장에게도 치명상이라고 보았다. 경영권 승계작업에 전격브레이크가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험업계뿐 아니라 재계에서도 삼성생명법 통과 여부에 주목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