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주 맏형격인 전자·반도체업종이 신저가 행진을 하고 있다. 현대차와 포스코 등 코스피200 대표 종목들의 주가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전문가들은 이들 대형주가 더디게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중소형주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몸값과 탄탄한 실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특히 제약·의료기기 등 헬스케어업종과 바이오업종은 최근 소폭 조정 받긴 했지만 자금 유입세가 꾸준하다. 중소형주의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부진의 늪에 빠진 ‘대형주’
전기전자 및 반도체 등 대형주들이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대형주는 연일 신저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7일 111만5000원으로 올해 최저가를 찍었다. 올해 최고가였던 지난 3월19일 151만원에서 39만5000원(26.16%)이 빠진 금액이다. 2분기 스마트폰시장의 급격한 위축으로 전세계 IT기업들의 주가가 동반 하락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LG전자의 올해 최고가는 지난 4월24일 6만3400원이다. 그러나 지난 12일 최저가인 3만9600원으로 내려가며 2만3800원(37.54%)이 사라졌다. 스마트폰 판매 실적이 저조하고 주력 사업부인 TV부문에서 적자가 지속되면서 장·단기 실적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6월3일 5만1700원으로 올해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지난달 30일 1만7650원(34.14%)이 증발된 최저가 3만4050원을 나타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1월30일 3만7200원으로 올해 최고가를 찍었다. 하지만 지속적인 하향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더니 지난달 31일에는 2만1550원까지 떨어졌다. 반년 만에 무려 1만5650원(42.07%)이나 곤두박질쳤다. 중국업체들의 추격과 PC, TV 등 전방산업이 부진했던 영향이다.


코스피200 대표종목인 자동차·철강업종의 주가 하락도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조짐이다. 국제 경제성장세가 둔화되고 경쟁률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20일 12만3000원으로 올해 신저가를 기록했다. 지난 3월19일 18만7000원보다 6만4000원(34.22%) 빠진 금액이다. 현대차는 올해 들어 수출과 내수 판매량이 동시에 감소하면서 약세를 보였다. 엔저·유로화 약세 등 부정적 요인도 영향을 미쳤다.

포스코는 지난 12일 18만8500원으로 올해 최저가를 나타냈다. 지난 3월4일 28만500원으로 최고가를 찍었지만 9만2000원(32.80%)이 떨어졌다. 포스코 주가는 세계 철강수요 하락으로 지난해 9월부터 우하향곡선을 그렸다.

전문가들은 이들 대형주의 회복에 적잖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본다. 배성영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IT·자동차업종은 국제시장에서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여 그들에 비해 기술경쟁력과 가격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대운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요즘 한창 기업들의 실적 시즌인데 대형 종목보단 중소형 기업들이 더 기대된다”며 “상대적으로 실적이 받쳐주는 중소형주의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변동성 완화된 중소형주 ‘주목’

이처럼 그동안 대형주에 형성됐던 실적 기대감이 꺾이면서 주가 하락을 이끌고 있다. 반면 중소형주 및 코스닥지수는 랠리를 재개한 만큼 앞으로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또 2분기 실적 발표가 종반부로 접어들자 실적에서 모멘텀으로 관심이 이동하며 중소형주가 확산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중소형주 변동성이 완화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확대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대형주 실적 부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투자심리 안정을 위한 정책 지원이 제한적인 만큼 유동성이 집중되는 중소형주의 순환적 상승 시도만 진행될 전망”이라며 “올해 들어 거래대금 비중 증가가 확인됐던 제약·바이오, 유통, 식음료, 증권, 화장품업종의 압축 매매가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지부진한 대형주에 비해 제약·의료기기 등 헬스케어업종과 바이오업종 등 중소형주의 미래 성장 회복 기대가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식음료 종목의 신고가 흐름과 단기적으로 낙폭이 컸던 헬스케어, 화장품 섹터의 주가 반등 탄력이 여전히 빠른 모습을 나타낸다. 헬스케어 종목은 시총 1위 셀트리온의 견고한 실적 모멘텀 확인, 기타 개별종목은 단기 낙폭 과대에 따른 가격 매력이 주가 반등의 긍정적 요인이다. 화장품 종목은 최근 기대에 미치지 못한 산성앨엔에스가 실적 공개 이후 주가가 오히려 반등을 보였다는 점에서 시장의 시각이 이미 과거의 부진한 실적보다는 미래의 성장 회복 기대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을 확인시켰다.

배성영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전반적인 시장 대응은 지수 방향성에 대한 불확실성 연장에 따른 일부 현금 비중 확보와 기대수익률을 낮춘다”며 “이 시기가 중소형주 및 코스닥으로의 짧은 대응이 유리한 시기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위안화 평가절하로 매력 부각

중국의 기습적인 위안화 평가절하도 중소형주의 매력을 부각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1일 위안화 평가절하로 중국과의 수출경합도가 높은 업종의 위축이 우려된다. 이에 따른 원화의 추가 약세로 지난 6월 이후 순매도를 지속하고 있는 외국인 자금의 추가 이탈 가능성도 높아졌다. 외국인 자금 이탈은 대형주를 중심으로 한 코스피 추가 하락 가능성을 높인다. 반면 환율과 외국인 수급에 대한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적은 중소형주와 코스닥의 매력이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현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위안화 평가절하보다 국내증시에 더 큰 악재는 원화의 동반 약세로 외국인 자금의 추가 이탈 가능성이 높아진 점”이라며 “외국인 자금 이탈로 대형주를 중심으로 한 코스피가 추가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무엇보다 중국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업종에 부담이 될 것”이라며 “지난해 기준 중국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품목은 휴대전화와 부품, 석유제품, 조선 등”이라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