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카드업계 등 금융권에서 ‘큰손’인 유커(중국인관광객)의 지갑을 열기 위한 마케팅이 활발하다. 중국인관광객에게 결제 편의를 제공, 고객유치에 적극 나서기 위함이다. 금융권에서는 사실상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금융시장에서 이 같은 중국인관광객 모시기가 새로운 수익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 몇년 사이 중국인관광객은 꾸준히 증가하며 마르지 않는 수익처로 평가받았다. 지난해 외국인이 국내에서 카드로 결제한 금액은 12조7000억원. 이는 중국인관광객이 급증하면서 국내 쇼핑을 주도한 결과다. 해마다 결제규모가 30~40%씩 증가하는 점을 미뤄봤을 때 앞으로도 파이는 더 커질 전망이다.

/사진=뉴스1 양동욱 기자

◆유커 노리는 시중은행
시중은행은 중국 최대결제업체인 ‘알리페이’(Alipay)와 제휴를 맺고 유커의 환전 수익을 늘리기 위한 계획을 짜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4월9일 국내은행 중 최초로 알리페이와 손을 잡고 결제대행업무를 시작하며 유커 공략에 뛰어들었다. 우선 중국인관광객이 많이 찾는 서울 명동과 동대문 상가 등에서 지급결제서비스를 선보인다.

스마트폰에 알리페이 앱을 설치한 중국인관광객은 하나은행과 가맹점 계약을 맺은 식당, 상점, 성형외과 등에서 휴대전화로 간편하게 대금결제를 할 수 있다. 하나은행이 우선 이들 가맹점에 대금을 지급한 뒤 나중에 알리페이와 정산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하나은행은 중국인들의 부동산 투자상담 등이 늘어나는 제주도에 지점을 추가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4월 ‘알리페이의 M패스 T머니카드’를 발급하고 결제대행서비스를 선보이는 중이다. 이 카드는 유커가 한국 관광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알리페이를 통해 구매신청을 하면 우리은행이 실물카드를 발급, 교통카드로 이용할 수 있으며 각종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KB국민은행은 올해 안으로 제주도 내 전 영업점에서 ‘사후 면세점 부가가치세 환급서비스’를 시행할 계획이다. 사후 면세점이란 외국인관광객에게 중저가 제품을 팔면서 세금을 환급해주는 비과세 상점을 일컫는다. 해당 서비스가 시행되면 이들 상점에서 물품을 구입한 유커가 제주도 내 국민은행 지점으로 오면 해당 물품의 부가가치세를 즉시 환급받을 수 있다.

◆카드업계도 ‘왕서방’ 모시기 총력

최근에는 카드사도 유커 모시기 행보에 적극 동참하는 분위기다. 중국인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카드상품 출시는 물론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 카드업계 관계자는 “중국인관광객의 국내 카드 결제규모가 늘어나는 만큼 카드사들도 이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BC카드는 지난해 중국인관광객을 위한 특화 앱 ‘완쭈안한궈’를 출시하며 적극 공략에 나섰다. 이 앱은 중국어 버전 지도서비스를 비롯해 ▲kt의 무선통신상품(임대폰 및 에그 등) 렌탈 예약 및 결제 ▲호텔객실 및 여행상품 구매 등을 탑재했다.

또 지난 4월부터 유니온페이 인터내셔널과 함께 중국인관광객이 한국에서 사용할 수 있는 ‘퀵패스’(QuickPass)를 동대문 두타 쇼핑몰까지 확대적용 중이다. 퀵패스는 IC칩이 내장된 플라스틱카드 또는 스마트폰을 모바일결제단말기에 가까이 대면 결제가 이뤄지는 방식으로 중국 내에서 발급된 10억장 카드 중 7억장이 이 기능을 갖는다. 이밖에도 동대문과 명동에는 유니온페이카드 VIP 라운지를 만들어 물품보관, 휴대폰충전, 인터넷, 관광정보와 백화점·면세점할인권 제공 등 방문 관광객에게 혜택을 준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12월 충전식 선불카드인 ‘KPASS신한러브코리아카드’를 출시했다. 이 카드는 유니온페이(은련) 브랜드로 출시됐으며 별도 서류 준비 없이 편리하게 내국세를 환불받을 수 있다. 이외에도 ▲신한은행에서 환전 시 수수료 우대 서비스 ▲공항 픽업 및 센딩 서비스 20% 할인 ▲공항 VIP 서비스 30% 할인 ▲공연·숙박·의료관광상품 할인 등 여행자 편의서비스와 티머니 교통카드 등의 서비스가 제공된다.

KB국민카드는 KB국민은행과 손잡고 중국인 고객을 잡기 위한 금융 비즈니스 협업 강화에 나섰다. 이를 통해 중국인 등 해외에서 발행된 유니온페이카드를 소지한 고객은 전국 1100여개 KB국민은행 영업점에 설치된 5400여대의 자동화기기(ATM)에서 별도 자동화기기 이용수수료 없이 예금인출 및 단기카드대출(현금서비스) 이용이 가능해졌다. 이를 위해 KB국민카드는 지난해 11월 유니온페이로부터 해외발행 유니온페이카드의 KB국민은행 자동화기기 이용을 위한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롯데카드는 급격히 증가하는 중국 유학생과 한국에 사는 중국인을 대상으로 ‘롯데 포인트플러스체크(은련)카드’를 출시했다. 이 카드는 기존 롯데카드에 비해 포인트 적립률이 높으며 중국 내 ATM을 이용할 수 있다. 이 카드로 롯데면세점을 이용할 경우 기존에는 0.5%의 적립률을 적용했지만 롯데포인트플러스체크카드는 이보다 2배 높은 1.0%를 제공한다. 이 같은 혜택은 롯데백화점을 비롯해 롯데마트, 롯데닷컴, 유니클로, 엔제리너스커피 등에서도 누릴 수 있다.

하나카드는 중국인관광객이 주로 찾는 국내 주요가맹점에서 ‘위챗 페이먼트’(Wechat Payment)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위챗 페이먼트 계정에 선불금액을 충전한 중국인관광객이 스마트폰에서 위챗 페이먼트 앱을 구동하고 생성되는 바코드를 이용, 국내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결제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신라면세점 국내 5개 매장(서울점, 인천공항점, 김포공항점, 대구공항점, 제주점)과 커핀그루나루 전국 약 120개 가맹점을 찾은 중국인관광객들은 스마트폰에 설치한 위챗 페이먼트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다.

이밖에 토종 글로벌브랜드에 유니온페이가 추가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지난해 9월 KB국민카드는 유니온페이와 제휴를 맺고 케이월드에 은련브랜드를 추가했으며 삼성카드도 숫자카드에 유니온페이브랜드를 달았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