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에서 은퇴한 A씨는 6년째 매월 30만원을 뚝 떼어 변액연금상품에 납입한다. 그런데 그는 최근 날아온 운용보고서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자신이 가입한 변액보험 수익률이 마이너스 20%를 넘었기 때문. 해약을 하자니 손해가 클 것으로 예상돼 고민이다. 그간 변액보험 수익률에 신경 쓰지 못한 A씨는 뒤늦게 펀드변경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새삼 변액보험펀드관리에 관심이 생긴 A씨는 지금이라도 펀드를 갈아타야 할지, 어떤 펀드로 변경해야 할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지난달 중국의 기습적 ‘환율 공격’ 이후 국내증시가 힘없이 가라앉고 있다. 덩달아 변액보험 수익률도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장기계약상품인 변액보험은 펀드와 달리 쉽게 해지하기 어렵다. 가입자가 5년 이내에 해약하면 돌려받는 환급금이 그간 납부한 금액보다 훨씬 적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증시 하락기에 변액보험펀드를 갈아타도 되는 걸까. 또 펀드변경은 어떻게 해야 할까.


◆우는 변액보험 달래기

변액보험은 계약자가 납입한 보험료의 일부를 주식·채권 등 유가증권(펀드)에 투자해 발생한 이익을 계약자에게 배분하는 실적배당형 보험상품이다. 그만큼 소비자는 원금손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따라서 변액보험의 경우 보험료만 꾸준히 납입하면 되는 일반적인 보험상품과 달리 소비자가 직접 시장의 흐름을 읽고 관리해야 한다.

지난달부터 국내증시는 중국증시 급락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변수, 기업실적 악화라는 3대 악재의 영향을 받으며 와르르 무너졌다. 증시가 급락세를 보이자 변액보험도 타격을 입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국내외 생명보험사가 판매하는 주식형펀드의 최근 6개월간 수익률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알리안츠생명 성장형펀드 -8.85% ▲PCA생명 PCA액티브주식형펀드 -8.85% ▲KB생명 그로스포커스주식형펀드 -7.85% ▲KB생명 Kstar인덱스주식형펀드 -7.78% ▲ACE생명 성장형펀드 -7.94% ▲IBK연금보험 한국대표그룹주식 재간접형 -7.28% 등 상당수의 변액보험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럴 때 눈여겨볼 만한 것이 변액보험의 펀드변경기능이다. 변액보험은 회사나 상품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1년에 12번까지 펀드를 바꿀 수 있다. 펀드변경 시 연 4회까지 수수료가 면제된다. 펀드변경을 통해 주가하락에 따른 위험을 줄일 수도 있고 동일한 보험료를 내고도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
펀드변경은 가까운 보험사 고객센터를 방문하거나 콜센터, 홈페이지의 인터넷 창구를 통해 직접 할 수 있다. 펀드별 수익률이나 투자와 관련된 상세내용은 각 보험사 또는 생명보험협회 홈페이지의 변액보험 공시실에서 확인 가능하다.

사실 변액보험은 펀드만 잘 고르면 상당한 수익을 거둘 수 있다. 같은 회사의 변액보험이라도 투자된 펀드에 따라 수익률이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신한생명 안정성장형펀드의 최근 1년 수익률은 14.52%에 이르지만 혼합성장형 펀드는 -4.89%로 상반된 수익률을 보였다. 미래에셋생명 프리미엄포커스주식형펀드 역시 14.86%인 반면 주식성장형Ⅱ펀드는 -7.35%를 기록했다. 다른 보험사 상품도 비슷하다. AIA생명도 중소형주식형펀드가 17.34%이지만 주식형펀드는 -6.5%로 저조한 수익률을 보였다.

두자릿수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펀드도 눈에 띈다. 현대라이프 주식형펀드의 연간수익률은 22.43%로 가장 높다. 이어 AIA생명 중소형주식형펀드 17.34%, 미래에셋생명 프리미엄포커스주식형펀드 14.86%, 신한생명 안전성장형펀드 14.52% 순으로 수익률 10%를 돌파했다.

미래에셋생명의 한 재무설계사는 “변액보험 고객에게 분기별로 자사 변액펀드 운용수익률을 고지하고 수익률이 부진할 경우 펀드변경이 가능하다고 알려준다”며 “하지만 대부분은 펀드변경을 꺼린다”고 말했다. 실제 펀드 갈아타기를 하는 변액연금보험 가입자는 매우 적다는 것.

그는 “수익률이 낮다고 당장 해지하지 말고 펀드변경기능을 이용하는 게 좋다“며 ”펀드변경을 통해 수익률을 관리한다면 변액보험은 지금과 같은 저금리시대에 오히려 유리한 상품”이라고 강조했다.

◆펀드관리·10년 이상 유지해야

변액연금은 펀드수수료 없이 얼마든지 자금의 일부나 전부를 다른 펀드로 옮길 수 있다. 이를 ‘자산운용 옵션’이라고 한다. 주가 하락기를 대비한 일종의 안전장치다. 증시가 호황일 때는 주식형펀드를 선택하고 증시침체기에는 채권형펀드로 갈아타는 식으로 수익률 하락을 막을 수 있다.

펀드를 변경하기 전 앞으로의 증시전망과 자신의 투자성향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변액연금이 투자하는 펀드는 크게 국내주식(혼합)형, 해외주식(혼합)형, 인덱스형, 채권형 등으로 구분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보인다면 주식형과 주식혼합형, 인덱스혼합형의 편입비율을 늘리는 것이 좋다”며 “반대로 하락세에 들어섰다고 판단하면 채권형으로 변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의 등락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 중국의 환율정책 여파와 미국의 금리완화 등 시장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존재하는 만큼 주가가 더 올라갈 것을 기대하기보다는 하락방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이익이 난 부분은 채권형 전환을 고려하되 만일 주식과 채권시장이 모두 침체현상을 보일 경우에는 단기채권형(MMF)과 같은 펀드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너무 잦은 펀드변경은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 주가는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커 시세를 정확히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국내증시 상황에 따라 펀드를 변경할 필요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1주일 또는 한달 등 단기운용성과만 보고 판단해 펀드를 변경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며 “너무 잦은 펀드변경은 수수료 등으로 인해 수익률을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어 그는 “5년 이내에 변액보험을 해지했다가 원금손실을 본 가입자가 전체 변액보험 가입자의 60%에 달한다”며 “최소 10년 이상 계약을 유지하고 펀드변경 기능을 적극 활용할 줄 아는 소비자에게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