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부동산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올해 들어서만 14.3%나 급등하면서 평균 3억6420만원(지난 9월 기준)으로 치솟았다. 이는 소득 5분위 중 중위소득인 3분위 평균 연소득인 4614만원을 한푼도 안 쓰고 약 9년 모아야 하는 돈이다.
서울에서 2억원대 전셋집은 정말 자취를 감춘 것일까. 이에 신혼부부가 첫 보금자리를 마련한다고 가정하고 인터넷을 활용해 3인 가구가 생활할 수 있는 최저주거기준인 29㎡ 이상, 입주 15년 이내인 전셋집을 직접 찾아봤다.
송파구 신천동 잠실아파트. /사진=머니투데이DB
◆서울서 '괜찮은' 2억 전셋집, 9가구뿐
이런 조건의 전셋집은 전체 3만541건(네이버 부동산, 이달 14일 기준) 중에서 9건에 불과했다. 지역별로는 금천구, 노원구, 마포구, 양천구, 은평구 등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은 서울 다른 지역보다 시세가 저평가돼 상대적으로 주택 임대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던 곳이다.
먼저 노원구를 살펴보면 상계동 청암2단지아파트 물건은 전용 49.77㎡ 각 1·2·4·5층 4건이 있었다. 이 단지는 지상 15층 7개동 602가구 규모로 2001년 6월 준공됐다. 매맷값 시세(한국감정원, 이달 9일 기준)는 1억9500만~2억3500만원이며 전세가율은 76~84%선이다.
지난해 10월에는 1억8000만원에서 2억500만원에 거래됐으나 올해 5월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지하철 4호선 상계역이 걸어서 5분 거리다. 서울 3대 업무지구인 광화문역까지 38분, 여의도역과 강남역은 각각 52·56분이 걸린다.
버스노선도 다양해 대중교통 이용이 쉬운 편이다. 단지 인근에 불암산 공원이 있어 주거환경도 좋다. 단지에서 덕암초, 상계제일중, 재현중·고 등이 가깝고 이마트, 롯데마트, 백병원 등 생활편의시설도 인접해 있다.
인근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단지 뒤편으로 불암산이 있어 공기와 경관이 좋고 교통과 교육환경도 빠지지 않아 신혼부부에게 추천할 만하다"면서 "다만 겨울에는 인근 다른 단지보다 난방비가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2001년 4월에 입주한 금천구 독산동 태영아파트 59.86㎡ 물건은 독산역이 단지에서 70m 거리인 초역세권이다. 롯데빅마트와 홈플러스 등 생활편의시설이 단지 인근에 있다. 두산초와 가산중을 걸어서 통학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 단지는 지상 19층 1개동 90가구로 구성됐다. 나홀로 아파트여서 커뮤니티시설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녹지율이 낮은 부분은 단점이다. 시세는 매맷값 2억~2억2000만원, 전셋값 1억4000만~1억5000만원에 형성됐다. 전세가율 68~70%다.
마포구 용강동 강변그린아파트 60.03㎡ 물건은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큰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엘레이버터와 주차장이 따로 없고 인근 마포역이 걸어서 12분, 대흥역이 13분 거리로 주거환경이 썩 좋은 편이 아니다.
이 단지는 지상 5층 2개동 60가구 규모로 2003년 7월에 준공됐다. 이런 이유로 인근 B공인중개소 대표는 "전세난으로 수요가 많으니 직접 거주하기보다는 소액투자를 해보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권하기도 했다.
양천구 신정동 자성아파트 83.86㎡ 물건은 편리한 교통이 장점이다. 신정네거리역이 걸어서 6분 거리며 지선버스 6657, 5712, 6716, 6617, 마을버스 양천03 등을 이용할 수 있다. 경인고속도로, 신월IC도 가깝다.
이 단지는 지상 6층 1개동 18가구로 2004년 5월 입주했다. 단지에서 신남초·중과 양강초·중을 걸어서 통학할 수 있고 신서중·고, 진명여고와도 가깝다. 500m 거리에 계남근린공원이 있다. 다만 이마트 등 대형마트를 이용하려면 차로 10분 거리여서 다소 불편할 것으로 보인다.
은평구 구산동 신호아파트 74.79㎡ 물건은 입주 후 7년밖에 되지 않았고 6호선 구산역이 걸어서 약 5분 거리인 역세권이다. 마지막으로 중랑구 중화동 한영아파트 76.12㎡ 물건은 단지에서 묵동초·중랑중·중화고를 걸어서 통학할 수 있고 거실에서 봉화산을 바라볼 수 있다.
◆운 좋게 2억원대 전셋집 구했다면…
전문가들은 발품을 팔고 경쟁에서 이겨 운 좋게 2억원대 전셋집을 구했다면 그에 따라 감수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당부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셋집은 노후 아파트가 대부분"이라며 "리모델링 비용은 회수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 팀장은 '깡통전세' 문제를 지적했다. 장 팀장은 "상대적으로 전셋값이 낮은 지역을 보면 대체로 전세가율이 높은 경우가 많다"면서 "입지나 가격 외에도 전세보증금을 지킬 수 있도록 융자비율도 꼼꼼하게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장 팀장은 이어 "교통과 주거여건 등이 비슷하다고 하더라도 학군에 따라 전셋값의 차이가 크다"며 "출·퇴근에 큰 제약을 받지 않는다면 전셋집을 구할 때 인기 학군을 피하는 한편 애초 투자의 개념으로 접근하지 않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허위 매물의 위험성을 제기하는 전문가도 있었다. 한 전문가는 "전세난 심화에 따라 인터넷을 중심으로 존재하지도 않는 매물을 올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발품을 팔았던 세입자들이 시간만 허비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집주인이 계약 직전 갑자기 보증금을 올려달라고 하거나 세입자가 집을 보기도 전에 계약부터 하자고 하는 등의 사례도 있다"며 "다른 지역보다 물건이 많거나 특히 저렴하다면 신중하게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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