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은 과연 중국 만리장성 벽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중국 부는 2009년부터 정부에 대한 인민들의 불만 확산을 막기 위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미국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사이트 이용을 철저하게 금지했다. 중국 정부가 국가 안전 명목으로 총 8억 달러를 투입해 이른바 ‘황금방패’(인터넷 정보 감시시스템)를 가동한 것이다.


다른 분야의 해외 투자 유치에는 상당히 적극적인 중국정부지만 인터넷만큼은 한치 양보도 없다. 2010년 3월 구글이 중국정부 검열을 이유로 중국 본토에서 철수할 때도 중국정부는 “갈 테면 가라”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이는 지극히 개방적인 미국 IT 기업이 중국 특유의 인터넷 환경이나 정치·사회적 분위기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충돌이기도 하다.

◆만리장성 뛰어넘을 해금 1호 SNS는 페이스북?

그렇다면 페이스북은 어떨까. 페이스북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주커버그는 미국의 내로라하는 IT기업 CEO 중 유일하게 30분 이상 중국어로 말할 수 있는 인물로 통한다. 실제 그는 지난해 10월 중국 칭화대에서 열린 강연에서 학생들과 중국어로 일문일답을 나누고 중국어 유머도 유창하게 구사했다.


여기에는 9년 연애 끝에 결혼한 그의 중국인 아내 프리실라 챈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아내 덕분에 주커버그의 중국에 대한 이해가 남다른 것이다.

따라서 중국 정부가 만약 미국 SNS를 대륙에서 허용한다면 ‘해금 1호’는 단연 페이스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기대감은 지난 9월 말 중국 시진핑 국가 주석의 미국 방문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주커버그는 당시 시애틀에서 열린 ‘제8회 미중 인터넷 산업 포럼’에서 시 주석과 만나 중국어로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눴다. 그는 만남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완전하게 외국어(중국어)를 사용해 세계적인 지도자와 이야기를 나눈 것은 처음”이라며 “이는 나에게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주커버그는 “시 주석과 다른 정부 관리들을 만난 것이 큰 영광”이라고 덧붙였다.

주커버그와 시 주석의 만남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틀 뒤 열린 백악관 공식 환영만찬에서 주커버그와 챈 부부는 나란히 시 주석 부부를 만난다.

주커버그는 특히 시 주석에게 얼마 뒤 태어날 자신의 딸 아이 이름을 지어줄 수 있겠느냐는 부탁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3차례나 유산 경험이 있는 주커버그 부부에게 이 의미가 어떤 것인지 알 만하다. 시 주석은 “책임이 너무 크다”며 에둘러 거절했지만 적어도 이런 대화 자체가 오간 것만으로도 중국과 페이스북의 관계가 전환점을 맞고 있음을 보여준다.

◆페북, 만리장성은 넘어도 토종 SNS 힘은 못 넘는다

페이스북은 이미 중국 진출을 위한 워밍업을 끝낸 상태다. 일찌감치 2007년에 인터넷 URL인 Facebook.cn 등록을 끝냈고 2008년 6월에는 간체자 중국 페이스북 버전도 내놓은 바 있다. 주커버그는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국에 페이스북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공공연하게 밝히곤 했다.

2010년 말 중국 방문 시에는 마윈 알리바바 회장과 리옌홍 바이두 회장 등 중국 인터넷의 거두들은 물론 이동통신업체 CEO까지 두루 방문했을 정도다. 최근에는 중국에 판매 사무소를 만들어 중국 광고주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우회적인 중국 진출 의지도 내비쳤다. 올해 1분기에만 아시아 시장에서 영업이익 3억5400만달러(총 영업이익의 14%)를 올린 페이스북에게 중국 시장은 황금광이나 다름 없다.

하지만 아무리 준비된 페이스북이라도 해도 중국 사업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높다. 중국 SNS 시장은 이미 웨이보와 위쳇, 큐큐라는 3대 천황이 워낙 확고한 고객층을 갖고 있다. 이들은 중국인의 생각과 습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전략과 기술, 상품, 서비스, 응용도 페이스북 못지 않다는 평이다. 페이스북이 만리장성은 넘는다고 해도 이 진입장벽은 쉽게 뚫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이미 야후나 구글, 이베이 등이 중국에서 쓴 잔을 맛본 선례도 있다. 일부에서는 페이스북이 중국에서 노릴 수 있는 시장은 토종 강자들이 외면하는 점유율 10%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중국정부 의지가 관건…빗장 풀리면 승산

그러나 페이스북의 저력을 무시해선 안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토종 SNS들이 가장 두려워해야 할 점은 페이스북의 자본력과 고객 장악능력이다. 페이스북은 고객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고 판에 박힌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줄 아는 창조력도 갖고 있다. 중국 정부는 막고 있지만 가상 사설망(VPN)을 통해 페이스북을 쓰는 중국인들이 이미 수 천 만명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 때문에 페이스북이 중국 정부의 해외 SNS에 대한 방침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적극 협조한다면 합법적으로 중국에서 페이스북을 할 날도 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결국 칼자루는 중국 정부가 쥐고 있다. 페이스북의 성공 여부는 일단 만리장성의 거대한 빗장이 열리고 난 이후의 문제다.

여기서 한 가지 아이러니컬한 사실. 중국 정부는 정작 인민들의 페이스북 사용은 철저히 차단하고 있지만 자신들의 활동을 홍보하기 위해 페이스북을 단연 1순위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 주석 방미 때도 중국 정부는 ‘XI’s US Visit’이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었고 방미를 전후한 10일간 페이스북 팔로어는 100만명을 넘었다.
페이스북이 2009년 신장 위구르 유혈 사태 이후 한결 강화된 중국 정부의 황금방패를 뚫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