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입에는 대충 아무거나 들어가도, 내 아이가 먹을 것에는 조금도 대충할 수 없는게 엄마 마음이라죠? 맘까페에는 그래서 이런 글이 넘쳐납니다. "아기한테 감기 약 먹여도 될까요?", "밥 안 먹는 아이, 어떡하죠?", "아이가 친구한테 물려왔어요" 등등. 사실은 저부터가 이런 고민에 휩싸여 있습니다. 지난해 엄마가 돼서 막 초보 딱지를 벗고 있는 제가 육아 동지들의 '맘'을 헤아리는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사진=wkrn.com

얼마 전 미국에서는 아이를 데리고 올 수밖에 없는 편모 학생을 위해 아이를 안고 가르친 교수의 배려심이 화제가 됐다.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의 데브리 대학교 경영대학원에 다니는 싱글맘 어맨다 오스본은 두살배기 아들 재비어를 맡아줄 사람이 없자 그를 데리고 수업에 들어갔다. 자신의 아들이 갑자기 일어나 교수에게로 향하는 일이 발생해 오스본은 크게 당황했다. 하지만 교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재비어를 한쪽 팔로 껴안고 태연히 수업을 이어갔다. 교수는 "누구나 어려움을 겪는다"는 말을 할 뿐이었다.
기사에는 그들의 여유를 부러워함과 동시에 이런 댓글도 달렸다. '우리나라라면 애 엄마 사진 찍어서 맘충의 무개념 짓이라고 인터넷에 올렸겠지.'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맘충' 목격담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맘충'이란 제자식만 귀하게 여기고 민폐를 서슴지 않는 엄마들을 일컫는 신조어다. 엄마들이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간 자리에 기저귀가 덩그러니 놓여 있거나, 공공장소에서 아이로 인해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엄마들이 그 대상이 된다. 물론 일부 엄마들의 행동들이 비난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엄마'에 붙는 '벌레'란 표현은 아무리 들어도 과한 감을 지울 수 없다.

사실 엄마된 입장에서는 '맘충'이란 얘기를 들으면 그 상한 마음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맘충, 커피충(커피 마시러 나와서 아이들로 민폐를 끼치는 엄마들)이란 얘기를 듣고 아예 커피를 끊거나,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것을 자제하는 엄마들도 있을 정도다.


사실 우리 부부는 얼마 전부터 아이와 함께 식당에서 밥을 먹거나, 카페를 가는 것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한창 걷고 뛰는 것을 좋아하는 시기, 한바탕 커피숍에서 '진상짓'을 치른 후 우리 애의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민폐로 보일 수 있겠단 생각 때문이다.

하루는 가족 나들이 중 유모차를 타고 있던 아이가 잠이 들었다. 그냥 집으로 돌아가도 됐지만 오랜만에 여유가 반가웠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커피숍으로 발길을 돌렸다. 나는 오랜만에 잡지를 펼치고, 남편은 오래 묵혀둔 책을 꺼내들며 꿀맛같은 휴식을 보냈다.

그때 조용하던 커피숍에서 갑자기 왁자지껄한 가요 음악이 흘러나왔다. 2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여성들 세 명이 가요 동영상을 틀어놓고 보고 있는 것이다. 3~4분여 동안 동영상은 계속됐고 이후 3명은 큰 소리로 대화를 이어갔다. 나는 행여 어렵게 낮잠에 든 아이가 깰까봐 조바심이 났다.

또 한번은 오랜만에 세 식구가 시내에서 외식을 했는데 문득 귀갓길 걱정부터 앞섰다. 퇴근길 버스에서 아기가 또 떼를 써 민폐가 되지는 않을까? 그러나 이런 걱정은 기우였다. 버스에는 술에 취한 아저씨의 주정에 우리 아이의 찡찡대는 소리가 묻히고 말았기 때문이다.

렇다면 이들에게도 '충'이라는 표현을 붙여야 될까. 다른 사람에게 민폐를 주니 '아가씨충', '아저씨충'처럼.

글머리에서 밝힌 미국의 사례처럼 사람들을 감동케 한 것은 교수의 말과 행동이었다. '누구나 어려움을 겪는다.' 엄마에게는 모든 것을 포기해야하는 외로운 육아의 시기, 따뜻한 눈으로 이들을 바라봐주는 건 너무 큰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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