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창사 이래 최대규모의 자사주 매입에 나선다. 내년 1월29일까지 총 7085억원어치를 사들인다.
관건은 현시점에 대규모 자사주 매입 결정이 적절했느냐다. 업계 일각에서는 자본확충이 시급한 때 재무전략을 거꾸로 가동한다고 지적한다. 5년 뒤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가 도입되는데 이 경우 국내 보험사는 40조원 이상의 준비금(보험부채)을 추가로 적립해야 한다. 이 중에서도 삼성생명이 쌓아야 할 준비금만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면 회사 내부 보유현금이 줄어든다. 만약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거나 주가부양책조차 먹히지 않는다면 삼성생명은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현시점에 대규모 자사주 매입 결정이 적절했느냐다. 업계 일각에서는 자본확충이 시급한 때 재무전략을 거꾸로 가동한다고 지적한다. 5년 뒤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가 도입되는데 이 경우 국내 보험사는 40조원 이상의 준비금(보험부채)을 추가로 적립해야 한다. 이 중에서도 삼성생명이 쌓아야 할 준비금만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면 회사 내부 보유현금이 줄어든다. 만약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거나 주가부양책조차 먹히지 않는다면 삼성생명은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역대 최대 자사주 매입 효과는
삼성생명은 지난달 말 자사주 650만주(7085억원)를 내년 1월29일까지 매입한다고 공시했다. 이는 과거 4차례의 자사주 매입을 포함해 역대 최대규모다. 매입이 완료되면 삼성생명은 총 8.75%의 자사주를 보유하게 된다. 이번 대규모 자사주 매입 결정은 ‘주주 친화정책을 위한 방안’이라는 게 삼성생명의 설명이다.
자사주 매입은 말 그대로 회사가 자신의 주식을 사들이는 걸 말한다. 보험사들의 자사주 매입 목적은 제각각이지만 기본적으로 주가안정을 우선 목표로 한다. 회사가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발표하면 주가에 호재가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삼성생명의 자사주 매입 결정은 사실상 그룹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게 증권업계의 중론이다. 실제 최근 삼성생명뿐 아니라 삼성전자(11조3000억원), 삼성화재(5320억원), 삼성증권(1188억원) 등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잇따라 자사주 매입계획을 밝혔다.
따라서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자사주 매입을 사실상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가속화 작업의 일환으로 본다. 일단 자사주를 보유한 뒤 필요하면 현금화해 그룹 내 다른 금융계열사 지분취득에 쓸 수 있고, 다른 백기사에 넘김으로써 의결권을 살려 지배구조를 탄탄하게 할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의 금융계열사들이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삼성증권, 삼성화재, 삼성생명의 잇단 자사주 매입 이후 삼성카드 등 다른 금융계열사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고 분석했다.
자사주 매입이 기업가치를 올리는 근본적 수단이 아니라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김경욱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에 쓴 비용은 회사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현금을 사용한 것으로 본질적인 기업가치에는 변화가 없다”며 “추가성장을 위한 재원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부정적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확정금리 보험준비금 ‘폭탄’
보험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의 자사주 매입 결정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5년 뒤 보험부채 시가평가를 강화하는 국제회계기준(IFRS) 개편으로 보험사의 자기자본 급감과 RBC비율 폭락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지급여력을 크게 떨어뜨리는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적절하냐는 논란이 나오는 것.
자사주 매입은 보험사의 대표적 재무건전성지표인 ‘위험기준지급여력’(RBC)비율을 끌어내린다. 자사주를 매입하면 RBC비율에서 분모 역할을 하는 요구자본(지급여력기준금액)은 변동이 없으나 분자인 가용자본(지급여력금액) 부분이 줄어 RBC비율이 하락하게 된다.
특히 생보업계가 IFRS4 2단계 도입 시 우려하는 부분 중 하나는 과거에 판매한 고금리 확정형상품을 시가평가할 경우 부채가 급등한다는 점이다. 과거에 판매한 금리확정형상품을 시가평가하면 책임준비금 추가적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책임준비금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해 보험료의 일정액을 쌓아놓는 법정준비금으로 생보업계 내에서는 ‘폭탄’으로 비유된다.
과거 판매한 상품의 금리가 현재 금리보다 높을수록 준비금 부담도 커진다. 보험사 입장에서 금리확정형상품은 금리하락기나 저금리 지속기일 경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보험사가 적립한 책임준비금 수준이 높은 편이지만 IFRS4 2단계가 도입되면 현행수준으로는 대응하기 힘들어 사전에 추가로 쌓아야 한다”며 “특히 고금리 확정형상품의 준비금 부담은 예상을 뛰어넘는 ‘폭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아직 IFRS4 2단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지만 자본규제에 연착륙하려면 지금은 자사주 매입 등을 자제하고 이익잉여금을 충분히 쌓아놔야 할 시기”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삼성생명은 과거에 7~10%대 확정금리로 연금보험 등 저축성보험상품을 많이 팔았던 만큼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이 새로 쌓아야 하는 준비금만 22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삼성생명과 함께 ‘빅3’로 분류되는 한화생명(7조원), 교보생명(5조원)보다도 3~4배 가량 많은 금액이다. 9월말 기준 삼성생명의 준비금 구조를 보면 확정형 부채가 준비금의 44.5%를 차지한다.
이에 감독당국은 삼성생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상시감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영향 미미… 판단하기 일러”
반면 삼성생명이 자사주를 매입하더라도 IFRS4 2단계 도입 시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에도 무게가 실린다. 한국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회계업무 특성상 차근차근 진행되고 아무래도 2020년까지 시간이 많기 때문에 자사주 매입이 지급여력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라고 가늠하기 어렵다”며 “다만 기본적으로 RBC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고민은 다양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강하게 반발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IFRS4 2단계가 시행되기까지 5년이나 남은 데다 이에 대한 기준조차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의 자사주 매입이 충당금을 줄일 것이라는 예상은 터무니없다”며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나중에 팔아서 이익을 낼 수 있는 부분인데 이를 준비금 충당 악영향과 연결 짓는 것은 왜곡된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RBC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며 “약 7~8%포인트 떨어질 수 있는데 이를 자본적정성 규모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 9월 말 기준 삼성생명의 RBC비율은 351%다.
한편 IFRS4 2단계 시스템 구축기준은 내년 5~6월에 나올 전망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반면 삼성생명이 자사주를 매입하더라도 IFRS4 2단계 도입 시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에도 무게가 실린다. 한국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회계업무 특성상 차근차근 진행되고 아무래도 2020년까지 시간이 많기 때문에 자사주 매입이 지급여력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라고 가늠하기 어렵다”며 “다만 기본적으로 RBC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고민은 다양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강하게 반발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IFRS4 2단계가 시행되기까지 5년이나 남은 데다 이에 대한 기준조차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의 자사주 매입이 충당금을 줄일 것이라는 예상은 터무니없다”며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나중에 팔아서 이익을 낼 수 있는 부분인데 이를 준비금 충당 악영향과 연결 짓는 것은 왜곡된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RBC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며 “약 7~8%포인트 떨어질 수 있는데 이를 자본적정성 규모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 9월 말 기준 삼성생명의 RBC비율은 351%다.
한편 IFRS4 2단계 시스템 구축기준은 내년 5~6월에 나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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