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제네시스’ 브랜드를 통한 고급차시장 진출에 속도를 낸다. 다음달 출시되는 신형 에쿠스를 ‘제네시스 EQ900’으로 출시하기로 정한 것.


이 같은 현대차의 행보는 당연한 수순이다. 오래 전부터 업계에는 판매순위 기준 글로벌 5위인 현대차가 추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고급차시장 공략이 필수라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대중차 라인업만으로는 판매량 늘리기에 한계가 있는 만큼 고급차와 대중차의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고급차시장에서의 활약이 녹록지 않다. 현대차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유수의 럭셔리브랜드들과 경쟁해야 한다. ‘제품’이 아닌 ‘브랜드 이미지’가 판매에 큰 영향을 끼치는 고급차시장에서 신생브랜드가 자리잡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현대차가 토요타의 렉서스 브랜드를 롤모델이자 경쟁상대로 지목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아마도 현대차는 “렉서스도 후발주자로 참여해 시장에 안착했는데 우리라고 못할 건 뭐냐“는 생각을 가졌을 것이다.


물론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다. 현대차는 지난 2004년 1세대 제네시스 개발단계부터 고급차브랜드 확대전략을 꾸준히 추진했다. 그 결과 지난해 제네시스의 글로벌 판매량은 제네시스로 통합될 기존 에쿠스 브랜드와 합칠 경우 8만5000대를 기록했다. 지난 1989년 렉서스가 두 차종, 6만대 수준에서 시작한 점을 감안하면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그렇다고 해도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다. 렉서스는 ‘무결점 차’라는 평판을 등에 업고도 ‘토요타’의 이미지를 지우지 못해 고전했다. 타깃고객층이 렉서스만큼 뚜렷하지 않다는 점도 리스크다. 토요타는 렉서스브랜드 론칭 이전 잠재고객 분석을 통해 자신의 부를 과시하지 않고 싶어하는 ‘숨은 부자’를 집중 공략했다. 특유의 실용성과 거슬리지 않는 고급스러움으로 어필한 것이다. 반면 현대차는 명확한 타깃층이 눈에 띄지 않는다.

다만 렉서스 브랜드를 따라하지 않고 독자적인 방법으로 시장개척에 나선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렉서스처럼 독자적인 판매망을 구성하지 않고 현대차의 인프라를 활용한 것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신뢰를 쌓아나가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출범은 현대차로서는 절대 실패하면 안되는 프로젝트다. 한발 나아가지 못하면 뒤처질 수밖에 없는 게 냉엄한 글로벌자동차시장의 현실. 브랜드 개발과 출시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정의선 부회장의 고급차에 대한 야심이 소비자의 심장을 꿈틀거리게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