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넥슨히트 광고 화면 캡처
40대 주부 김모씨는 야구중계를 초등학생 아이와 함께 기다리다가 방송광고를 보고 깜짝 놀랐다.어린 소녀의 눈 앞에서 가족이 잔인하게 살해되고, 조각난 시신으로 보이는 것들이 나무 위에 걸려있다. 나무 밑에서 울부짖던 소녀는 곧 자신이 다음 차례임을 알게 된다.
한 게임 광고 장면이다. 이 광고는 "그냥 바라만 볼 것인가"라는 멘트와 함께 끝맺는다. 위험에 빠진 지상계를 구하라며 게임의 참여를 유도하는 내용이다. 김씨는 순간 아이의 눈을 가렸지만 아이는 광고를 보고 이미 놀란 표정이었다.
요즘 게임광고에는 이정재, 장동건, 정우성, 차승원 등 내로라하는 톱배우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한창 방영 중인 이 광고는 톱배우가 등장하지 않아도 영화같은 영상미로 시청자를 단숨에 사로잡았다.
문제는 지나치게 선정적인 장면을 담은 광고임에도 자녀들과 함께 보고 있는 시간에 어김없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시청자들은 혹여나 어린 아이의 정서에 안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닐지 하는 걱정이 앞선다.
또 다른 주부는 "유치원생 아들을 키우는데 그 광고 볼 때마다 너무 무섭다. 아이와 함께 TV 보는 시간에 나올 광고는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네살배기 아이를 둔 직장인은 "어떻게 저런 광고가 심의를 통과했는지 모르겠다"며 "어린 여자아이가 가족의 살해와 강간을 암시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그런 상황 속에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광고라고 하기에 너무 잔인하다"고 말했다.
이 광고에 문제는 없는 걸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광고팀에 따르면 이 광고는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에서 권고결정을 내린 상태다. 심의를 한 후 빠르면 오는 25일 방송광고 여부를 결정해 각 방송사에 조치를 취하게 된다.
하지만 광고가 중단된다 할지라도 게임 광고주로서는 큰 영향을 받지 않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게임은 오늘(18일) 론칭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달 26일부터 방송돼 광고효과는 톡톡히 얻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바로 방송광고에 대한 사후심의 때문이다. 지난 2008년 광고에 대한 사전심의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폐지돼 사후심의만 진행하고 있는 것. 방송심의위원들이 방송광고를 모니터시 문제가 되거나, 민원이 발생하는 광고에 대해서만 사후심의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방송협회와 한국케이블TV협회 등은 자발적으로 광고에 대해 사전심의를 진행하고 있다. 문제가 된 이 광고 역시 방송협회의 사전 자율심의를 거쳐 내용을 조정했다. 실제로 이 광고는 해머로 사람을 내려치는 장면과 어린 소녀가 도적떼에게 끌려가는 장면이 삭제됐다. 청소년 보호시간 대에 광고를 하는 것 역시 이 게임 자체가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등록돼 있지 않아 광고를 해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방송광고 심의 관계자는 "현재 방송협회와 케이블TV협회가 사전심의를 하고 있지만 자율 심의를 하고 있다"며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규정에 기준을 정했지만 관련 규정 해석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방송협회 심의를 통과해도 사후에 문제가 될 소지는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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