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1.8%' 성장률 전망, 트럼프발 관세폭탄에 흔들리나
강한빛 기자
공유하기
한국 경제가 지난해 4분기 역성장(-0.3%)을 기록하며 회복 탄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25% 인상 발언이 변수로 부각됐다. 한국은행이 제시한 올해 성장 경로(1.8%)가 관세발 수출 둔화와 환율 변동성 확대에 직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 입법부가 한국과 미국 간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며 "이에 따라 자동차, 목재, 의약품 및 기타 모든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외환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언에 즉각 반응했다. 관세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원화 약세 압력이 확대되고 환율이 상승하는 흐름이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9.4원 오른 1450.0원으로 시작해 1450원 선을 중심으로 등락 중이다. 전날 엔화 급등과 달러 약세 영향으로 25원 넘게 폭락하며 1440원대 초반까지 내려앉았던 환율은 하루 만에 방향을 틀었다.
지난 21일 이재명 대통령이 "한두 달 새 환율이 1400원 전후로 떨어질 것"이라고 발언하며 나흘 연속 하락세를 이었지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언급이 전해지면서 위험회피 심리가 재차 부각돼 닷새 만에 반등했다. 시장에선 관세 리스크가 한국의 수출과 성장 경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환율에 선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은 "원/달러 환율은 상호관세를 다시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그대로 반영한 모습"이라며 "환율이 오른다는 것은 해당 발언이 우리 경제에 상대적으로 상당히 부정적인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도 "트럼프의 깜짝 관세로 환율이 일시적인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워낙 급작스러운 조치인 만큼 향후 전개 양상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행정부의 그간 행보(TACO, '트럼프는 언제나 꼬리를 뺀다'는 뜻)를 감안하면 철회 가능성도 열려 있고, 관세 충격 때문에 환율이 높아지면 약속한 대미투자 200억달러를 다 하지 않아도 된다는 합의가 있기 때문에 충격이 장기화되지는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관세 충격이 가시화되고 환율도 높아지면서 우리나라 수출입업체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은 있을 것 같다"고 짚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용 화법'에 시장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서 충격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SNS 발언에 대해 시장의 면역력이 누적되면서 반응이 과거보다 둔해졌을 수 있다"며 "현대차 주가도 잠깐 조정 받고 반등했다"고 설명했다.
수출·투자 동반 둔화… 이미 낮아진 성장률에 추가 부담
관세율 인상은 일반적으로 경제 성장률의 하방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이미 취약해진 성장 흐름에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수출과 투자가 동시에 둔화된 상황에서 대외 통상 변수까지 겹칠 경우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25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실질 GDP는 전기대비 -0.3%, 전년동기대비 1.5% 증가하며 3개 분기 만에 다시 역성장했다.
연간 성장률은 1.0%로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 특수한 위기를 제외하면 드문 저성장 수준이다. 특히 4분기에는 건설투자가 3.9% 감소하고 설비투자도 1.8% 줄어든 가운데, 자동차·기계장비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전기대비 2.1% 감소하며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한은이 제시한 올해 성장률은 1.8%다.
문제는 트럼프 리스크가 우리 경제의 허리인 중소기업들까지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중소기업중앙회가 미국 수출 중소기업 609곳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서 응답 기업의 63.1%가 미국의 상호 관세가 대미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답했다.
서정훈 연구위원은 "우리 GDP 구성에서 순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큰데, 관세 인상 논의가 현실화될 경우 수출 경제가 위축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다른 국가보다 높은 관세율이 적용되는 시나리오가 전개될 경우 우리 성장률에도 작지 않은 타격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
-
강한빛 기자
머니S 강한빛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