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숙원 '경영권 방어 입법' 군불… 변수는 '주주가치'
야당서 차등의결권·포이즌필 등 추진… '지배주주 특혜' 반발에 난항 예상
이한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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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기업의 경영권 방어 수단을 마련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되면서 재계의 비상한 관심이 집중된다. 잇단 상법개정안 통과로 해외 투기자본의 적대적 M&A(인수·합병)에 노출된 우리 기업의 경영권을 보장하려는 것인데 현 정부의 정책기조와는 방향이 달라 입법 과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27일 재계 및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최근 '적대적 M&A 방지 3법'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신동욱 의원(국민의힘·서울 서초구을)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은 차등의결권과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필)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차등의결권과 포이즌필은 기업의 대표적인 방어권 수단으로 재계가 오랜기간 도입을 요청해온 숙원 사안이다.
차등의결권은 회사에 오래 헌신한 주요 주주들에게 1주당 복수의 의결권을 주는 제도이다. 단기 외부 투기 세력이 아닌 장기적 비전을 가진 주주들에게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함으로써 지배권을 보장한다.
포이즌필은 대적 M&A 시도가 있을 경우 공격자를 제외한 기존 주주들에게 저가로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제도이다. 기존 주주의 신주 취득을 통해 공격자의 지분 비율을 낮춰 공격을 포기하게 만들 수 있다.
국민의힘이 이 법안을 도입하려는 이유는 정부와 여당이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3차 상법개정안'을 추진하면서 기업의 경영권이 위협받을 것이란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자사주 소각은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기주식을 소각해 발행주식 수를 줄여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를 올리는 주주친화정책이다. 이재명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며 기업들의 3월 정기주총에 앞서 법안 통과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3차 상법개정안이 통과되면 그동안 투기자본의 적대적 M&A 시도가 발생할 때마다 자사주를 우호세력에 매각해 의결권을 살리는 방식으로 대응해온 국내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수단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따라서 기업의 경영권을 보장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해 기업 운영의 안정성을 지원한다는 게 국민의힘의 구상이다.
신동욱 의원은 "1차·2차 상법 개정으로 기업들은 이미 경영권 방어 무기가 약해졌는데 마지막 방패인 자사주마저 강제로 빼앗아버리면 중국 등 거대 해외 투기자본에 무방비 노출될 것"이라며 개정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법안 통과까지는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대주주의 지배권을 보장하는 내용이 자칫 소액주주들의 권익 침해와 충돌할 수 있어서다.
차등의결권은 지난 2015년부터 도입 논의가 있었던 제도이지만 '1주=1의결권'이라는 상법상 기본 원칙 위배된다는 지적때문에 오랜기간 논란의 대상이 돼 왔다. 특히 재벌 대주주가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 지배력을 강화해 소액주주의 주주권 행사를 제약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란 반발이 컸다.
결국 2023년 4월 벤처기업에 한해 제한적인 차등의결권이 일부 도입됐으나 재계가 요구했던 대기업 및 상장사로의 확대는 무산됐다.
포이즌필 역시 오랜기간 꾸준한 논의가 있었으나 현재까지 도입이 이뤄지지 않았다. 국내 재벌기업 대부분이 총수 등 지배주주의 절대적인 영향력 아래 놓여있는 상황에서 이 제도를 도입할 경우 사실상 재벌 총수들의 지배권을 보호하는 '재벌특혜 정책'이 될 것이란 반발이 컸기 때문이다.
또한 포이즌필 발동 시 대규모 신주 발행으로 기존 주식 가치가 희석돼 일반 주주들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무엇보다 차등의결권과 포이즌필 같은 경영권 방어제도는 '코스피 5000시대'를 넘어 '코스피 7000'시대를 목표로 잡고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을 제거하려는 현 정부의 기조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이재명 정부와 여당이 국내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주주친화적 제도를 대폭 강화하려는 상황에서 대주주 특혜 논란이나 일반주주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경영권 방어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추진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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