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25%' 재인상… 현대차그룹 대미 수출 '시계 제로'
지난해 합의 두달 만에 관세율 15%→25% 환원… 그룹 연간 관세 부담 8조원 육박
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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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국회의 입법 지연을 명분 삼아 한국산 자동차 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즉각 인상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7월 한미 정상이 합의하고 12월부터 소급 적용됐던 관세 인하 조치가 단 두 달 만에 무효화되면서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역대급 실적을 경신하던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수익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시각)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 입법부가 한미 간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며 "자동차를 포함한 모든 국가별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과 지난해 7월 맺은 '위대한 합의'를 언급하며 한국 국회가 대미 투자 이행을 위한 법적 절차를 승인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이번 조치로 인해 현대차그룹은 연간 수조 원대의 추가 관세 비용을 떠안아야 하는 경영 리스크에 직면하게 됐다.
관세율이 25%로 환원될 경우 현대차와 기아가 부담해야 할 연간 관세 비용은 산술적으로 8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15% 관세 체제와 비교하면 연간 3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이 줄어든다. 대당 수백만 원에 달하는 원가 상승 압박은 북미 시장에서의 인센티브 경쟁력을 약화시켜 도요타나 혼다 등 현지 생산 비중이 높은 경쟁사들에 점유율을 내어주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북미는 현대차의 핵심 전략 시장이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는 북미 시장의 높은 판매 단가(ASP)와 믹스 개선에 힘입어 10% 안팎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관세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다. 이로 인해 미래 모빌리티 전환을 위한 R&D 투자 재원 확보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관측된다.
물류 및 생산 공급망 측면에서도 타격이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조지아주 메타플랜트(HMGMA) 가동률을 조기에 극대화하는 등 현지 생산 비중을 높여 관세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지만 부품 공급망의 현지화 수준이 아직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국내 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주력 SUV 모델들의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
문제는 현대차그룹이 정치적 변수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미국 내 대규모 투자 계획을 확정하고 실행에 옮겼지만 국내 입법부의 속도가 미국의 정치적 시계와 맞물리지 않으면서 타격을 입게 됐다. 한국 정부가 3500억달러라는 전례 없는 투자를 약속했음에도 관세 장벽은 오히려 공고해진 셈이다.
향후 흐름의 관건은 2월 임시국회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회의 절차 지연을 명시적 근거로 내세운 만큼 특별법 통과 여부가 관세율 재조정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현대차그룹의 대미 전략은 전면적인 수정이 불가피하다.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가정한 컨틴전시 플랜 가동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현지 공장의 차종 다변화를 서두르고 관세 영향을 받지 않는 인도, 동남아, 중동 등 신흥 시장으로의 물량 전환을 검토하는 식이다. 다만 북미 시장이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시장 다변화만으로는 이번 관세 쇼크를 상쇄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부도 즉각 대응책 모색에 나섰다. 이날 오후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임이자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위원장이 만나 트럼프 관세 발표에 대한 후속 조치를 논의한다. 정부는 면담을 통해 특별법안에 대한 국회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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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