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5억원을 기부하고 세무서로부터 225억원의 증여세를 부과받은 황필상씨(68)는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다시 과거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자료=이미지투데이, 머니위크
◆ 기부금 세금폭탄, 왜?

황씨는 지난 2002년 자신이 창업한 수원교차로 주식 90%와 현금 등 총 215억원을 모교인 아주대학교에 기부했다. 아주대는 이 기부금으로 구원장학재단을 설립했다. 이후 6년 뒤인 2008년 수원세무서는 황씨의 주식 기부가 현행법상 ‘무상 증여’에 해당한다며 재단에 140억원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이에 반발한 재단이 제기한 행정소송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대법원이 판단을 미루고 있는 사이 올해 세무서는 재단에 부과한 증여세의 연대납부 의무자로 황씨를 지정했다. 그리고 황씨에게 가산세까지 더해진 증여세 225억원의 납부 의무를 통지하는 고지서를 발송했다. 세무당국은 증여세를 받기 위해 압류한 재단 채권의 재원이 계속 줄어들어 세금을 제대로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황씨에게 납세 의무를 지운 것으로 알려졌다.

세법에서는 공익법인(재단)이 5%를 초과하는 회사 주식을 증여받으면 5% 초과분에 대해 증여세를 내도록 하고 있다. 증여세뿐 아니라 상속세도 마찬가지다. 공인법인에 발행주식 총수의 5%가 넘는 주식을 기부할 경우 그 초과분에 대해서는 상속세를 내야 한다.


이는 공익법인에 주식을 기부하는 방법으로 재산을 편법 승계시키거나 회사에 대한 지배권을 유지하는 것을 막고자 하는 취지다. 공익법인에 주식을 기부할 경우 기부자나 그 특수관계인들이 공익법인의 이사회를 장악해 주식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제율 상향, 이게 최선입니까?

정부 여야 대표는 지난달 10일 국회에서 열린 '기부천사와 함께하는 나눔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기부금에 대한 공제율을 높이도록 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의 통과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기부금 공제율 상향 소득세법 개정안 이번 정기국회에서 해치워 보자" "이번 국회에서 이 법을 통과시켜서 기부 활동이 확산되게 하겠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김무성 대표도 (소득세법 개정안에 대한) 의지를 밝혔기 때문에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안이 꼭 통과될 것으로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박근혜정부가 세수를 늘릴 목적으로 기부에 대한 세제 지원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꾸는 바람에 기부문화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며 박근혜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앞서 기부금 공제는 소득공제 방식에서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됐던 지난 2013년 세법 개정을 통해 3000만원 이상 고액기부금은 25%, 3000만원 미만은 15%의 세액공제율을 적용했다. 이같은 법 개정으로 공제 혜택이 줄어들면서 민간기부가 크게 위축됐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전체회의를 열고 기부 혜택을 강화하기 위한 과세 방안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에는 고액기부금의 기준 금액을 3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인하하고, 고액기부금 공제율도 현행 25%에서 30%로 인상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기재위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고액기부의 범위를 넓히고 혜택은 늘려 기부문화를 촉진하자는 차원"이라며 "여야가 크게 이견이 없는 만큼 연내 처리도 어렵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제 혜택이 줄어 기부가 위축됐다는 관점에서만 보면 늘어난 공제 혜택은 기부를 촉진시킬 것이다. 하지만 현행법상 언제든 제2의 황필상씨가 생길 수 있다. 법원이 황씨에 대해 내린 판결은 1심과 2심에서 서로 달랐다. 1심 법원은 장학재단, 2심은 세무서의 손을 들어줬다. 기부를 권장하고 촉진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올바른 기부 문화의 기틀을 조성하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