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증권업계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난다. 증권사의 영업환경을 개선해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취지에서 규제 완화가 이뤄지는 것. 사모펀드시장이 열리고 기업신용공여 한도도 확대돼 증권사의 추가적인 먹거리 확보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다만 레버리지비율에 제한을 둬 무분별한 영업확대를 견제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변화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증권사들의 움직임도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 레버리지비율 1100% 이하로

내년 1월부터 금융당국은 증권사의 레버리지비율을 제한한다. 레버리지비율이란 자기자본 대비 총자산의 크기를 나타낸다. 차입금(부채)이 많을수록 레버리지비율이 올라가는 것. 증권사는 주가연계증권(ELS), 환매조건부채권(RP) 등의 상품발행을 부채로 산정하기 때문에 영업이 활발하게 일어나면 레버리지비율은 상승한다. 금융당국은 증권사가 자기자본보다 과도한 수준의 차입금을 운용하다가 손실을 볼 경우 걷잡을 수 없이 피해가 커질 것을 우려해 이를 제한하겠다는 방침이다.


김현호 삼성증권 IB사업본부 이사가 지난 17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16 thebell Korea Captal Outlook Forum’에서 ‘2016년 채권자본시장 전망과 주요 이슈’에 대해 발표했다. /사진=머니투데이 김창현 기자

금융당국에 따르면 2년 연속 당기순이익이 적자를 기록하면서 레버리지비율이 900% 이상이거나 레버리지비율이 1100% 이상인 증권사는 경영개선권고 처분을 받는다. 또 레버리지비율이 1300%를 넘으면 임원진 교체와 영업정지 등의 강도 높은 조치를 받는다.
증권사들은 레버리지비율 규제의 취지에 어느 정도 동의하면서도 영업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증권사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ELS(주가연계증권)·DLS(파생결합증권)·상장지수증권(ETN)·RP 등의 판매규모가 규제에 막혀 성장하지 못할 수 있어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56개 증권사의 전체 레버리지비율 평균은 713%로 집계됐다. 평균치는 규제에 못 미치지만 개별 증권사로 보면 동부증권, 대신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등이 1000%에 가까운 비율을 보여 위험수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들은 레버리지비율 개선을 위해 증자를 추진하는 등의 노력을 하지만 여의치 않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증권사들의 고충을 헤아려 금융감독원은 레버리지비율을 계산할 때 총자산에 포함되는 항목을 줄이는 내용의 금융투자업 규정 시행세칙 개정작업을 벌이고 있다. 총자산에서 제외되는 일시거래미수금 범위를 장외 외국환 거래와 공모주 청약 관련 미수금으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분자에 올라가는 총자산이 줄어들면 레버리지비율이 낮아지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 증권사, 사모펀드 운용 허용


금융위원회는 지난 10월 ‘금융투자업자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하고 증권사에 대해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운용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3년 증권사 인수합병(M&A)에 따른 인센티브를 주기 위해 일정규모 이상의 M&A를 추진한 증권사에게만 사모펀드 운용업을 인가한 것에서 확대했다.

국내 사모펀드시장은 지난 2013년부터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일반 공모펀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인 것과 대비된다. 지난 10월 말 기준 사모펀드의 순자산총액은 197조원으로 단기성 자금인 MMF(머니마켓펀드)를 제외한 공모펀드의 130조원보다 큰 규모로 형성됐다.

사모펀드는 49인 이하 투자자들의 자금을 비공개로 모집하는 펀드다. 금융당국은 복잡했던 사모펀드의 기준을 전문투자형(헤지펀드)과 경영참여형(PEF)으로 단순화하고 사모펀드의 설립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변경했다. 증권사 및 투자자문사들에 새로운 시장을 개방하고 사모펀드시장을 발전시키겠다는 취지다. 특히 이번 규제 완화로 헤지펀드에 종잣돈 투자를 해오던 증권사의 부서가 PI(자기자본투자)부서에서 PBS(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부서로 확대되며 증권사의 영향력이 커질 전망이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한국형 헤지펀드를 지원하는 증권사의 PBS는 대형사 기준 연간 200억원 이상 규모의 수익원으로 성장했다”며 “이미 PBS시장을 선점한 NH, 대우, 삼성, 한국 등 대형사의 독주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증권사들은 사모펀드 진출을 통해 수익원을 다변화하고 공모펀드에 비해 높은 운용보수와 성과보수를 얻을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 NH투자증권은 내년 초 30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 설정을 목표로 사모펀드운용업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KDB대우·삼성·미래에셋·키움증권 등도 시장진출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기업신용공여, 자기자본 100%로

증권사의 기업금융 기능도 확대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0월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에 대해 기업신용공여를 자기자본의 100%까지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기존에는 개인고객에 대한 신용공여를 포함한 모든 신용공여의 합이 자기자본의 100%로 제한됐으나 이제 기업부문만 따로 떼어놓아 공여한도가 늘어났다. 또 지급보증 한도도 기업신용공여와 별도로 설정해 한도를 늘리고 만기 1년 이내 신용공여에 대한 건전성 규제개선도 추진된다. 자본력을 확보한 증권사의 기업금융부문 수익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국내 증권사의 기업신용공여 규모는 2조7000억원으로 전년대비 10.4% 증가해 자기자본의 14.9%, 총자산의 0.74% 수준에 올라섰다. 기업이 증권사에서 돈을 빌리는 경우가 늘어났다는 점에서 고무적이지만 과거 골드만삭스의 총자산대비 여신비중이 4.4%에 달했던 것에 비춰보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차인환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기업신용공여는 연체 발생 시 충당금비용이 여타 개인신용공여 대비 크고 회수에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됨에 따라 취급을 크게 늘리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5대 대형사가 자기자본의 30%만큼 기업대출을 확대할 경우 각 대형사별 평균 순이익 218억원, 자기자본이익률(ROE) 0.6%포인트 상승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