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 7월. ‘아름다움을 담는 곳’이라는 모토로 설립된 토니모리가 화장품 브랜드숍시장에 발을 내밀었다. 창업자인 배해동 토니모리 회장은 화장품용기 전문가. 에스티로더, 크리니크 등 세계적인 화장품브랜드의 용기를 만들어 온 태성산업의 최대주주다. 토니모리는 한때 낮은 브랜드 인지도로 매출 부진을 겪었지만, 태성산업에서 화장품 용기를 공급받으면서 달걀, 풋사과 등 특이한 용기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4년 매출 2000억원을 돌파하며 국내 7위 업체로 등극했다. 지난해에는 기업공개에 성공하면서 경영 DNA를 공격적으로 바꾸는 모양새다.

화장품 브랜드숍 토니모리를 이끄는 배해동 회장이 지난해 7월 상장 후 공격행보를 보이고 있다. 주식을 팔아 확보한 370억원으로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빌딩을 매입하는가 하면, 최근 중국사업에도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공격경영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글로벌 코스메틱브랜드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다.


/사진=머니투데이 DB

◆ 외형은 ‘쑥쑥’… 국사업 박차
일각에서 내놓은 전망은 밝다. 국내 중저가브랜드숍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중국시장 공략으로 돌파구를 잘 찾았다는 평가다. 토니모리가 가진 강점도 많다. 중국 내 매장 50여개를 보유 중이고 왓슨스 입점으로 중국 전역에 토니모리 일부 제품이 판매 중이다. 위생허가 품목수도 370여개로 타 브랜드보다 많아 직수출에 제약이 없다는 것도 이점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내 생산공장을 설립, 이후 중국 내 OEM사업으로의 진출 가능성도 염두에 둘 수 있고 앞으로 태성산업 중국법인과도 시너지가 예상된다”며 “특히 올해 중국·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수출비중이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토니모리의 전략적 파트너사인 완다그룹을 통한 사업 강화로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 20% 성장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또 지난해 배 회장이 주주로 있는 컨소시엄 ‘SM면세점’이 중소중견기업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이로 인한 중국관광객 수혜도 기대해볼 만한 상황이다.

현재 토니모리는 중국, 미국, 일본, 러시아를 비롯해 19개 국가에 진출한 상태다. 색조화장품과 기초화장품 비중이 7대 3이며 해외 수출비중은 10% 정도다. 이 중 중국이 25%, 미국 14%, 일본은 8%를 차지한다. 토니모리는 현재 10% 수준인 수출 부문 비중을 향후 5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배해동 토니모리 회장 . /사진=머니투데이 DB

◆ 내실은 ‘글쎄’… 국내사업 부진
반면 배 회장의 공격경영에 의문부호를 다는 시각도 있다. 내부 안정 없이 외형만 키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 때문이다. 실제 상장 후 토니모리는 눈에 띄는 실적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배 회장은 기업공개(IPO) 당시 연간 성장률 20% 달성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상장 후 처음 공개된 지난해 3분기 매출은 571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2% 증가에 그쳤다. 지난 5년간 연평균 50%대의 매출 성장을 보여온 것에 비하면 성장세 둔화가 뚜렷하다는 해석이다.

토니모리 측은 지난해 6월 발생한 메르스 사태가 3분기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지만 4분기 매출액도 3분기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토니모리가 업계 6위인 잇츠스킨에도 밀리면서 국내사업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지난 2년간 대표이사가 계속해서 교체되는 등 내부 잡음이 커지면서 경쟁이 치열한 브랜드숍에서 단기성과를 보이는 데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토니모리 중국매장. /사진=머니투데이 DB

◆ CEO의 줄무덤… 불화설 ‘솔솔’
실제 김중천 토니모리 사장이 3년 만에 토니모리를 떠난 후 지난 2013년 9월부터 2년 사이 교체된 사장은 무려 다섯명에 이른다. 김 사장에 이어 정의훈 전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상무와 아모레퍼시픽 출신 오세한 사장이 잇따라 취임했지만 이들 모두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옷을 벗었다. 지난해 1월 영입한 호종한 아모레퍼시픽 에뛰드 영업본부장(상무)은 취임 한달 만에 돌연 사표를 내면서 최단기 CEO에 이름을 올렸다. 

CEO가 잇따라 교체되자 토니모리 앞엔 ‘CEO 무덤’ 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배 회장이 직접 경영일선에 나선 것도 이 즈음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오래가지 못했다. 배 회장은 지난해 11월 양창수 사장을 신규 선임하면서 8개월여 만에 다시 전문경영인을 내세웠다.

뷰티업계 안팎에선 배 회장과 CEO들간 갈등설이 끊임없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배 회장 스스로 전문경영인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전문경영인을 100% 신뢰하지 않아 트러블이 계속된 것으로 안다”며 “말이 CEO지 사실상 배 회장의 지시 아래 움직이는 구조가 되다 보니 본인 역량을 발휘하는 데도, 회사를 변화시키는 데도 한계가 있음을 일찌감치 감지하고 포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장기적인 성장 전략을 갖고 가야 하는 시점에서 불안한 CEO 자리는 분명 우려되는 부분”이라며 “새로 선임된 사장도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는 배 회장의 공격행보와 신임 사장간 조화가 올해 어떤 실적으로 나타날지 주목한다. 분명한 것은 이 모든 열쇠는 배 회장이 쥐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국내에서도 해외에서도 후발주자인 토니모리에게 지금 시기는 매우 중요하다. 이미 타 화장품업체들은 해외사업에서 일군 투자를 회수하는 단계인데 반해 국내 매출에만 의존하던 토니모리는 이제야 해외사업을 강화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뷰티브랜드 관계자는 “후발주자일수록 내부 강화를 통해 안정화된 이후 사업을 확장하는 게 중요하다”며 “배 회장 스스로 무덤을 파지 않기 위해선 보여주기식 외형성장보다 내실성장을 더 다져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