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부분의 기관은 국내 주식시장이 박스권 내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코스피지수 2000을 기준으로 100~150포인트 내에서 상승하거나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주식시장도 비슷한 구도의 박스권 움직임을 보여 코스피가 1915.59에서 1961.31로 2.39% 올랐다. 여기에 배당수익률을 더할 경우 실질적으로는 3%를 훌쩍 넘는다. 시중금리를 초과하는 수익을 올린 셈이다.


코스닥은 542.97에서 682.35로 25.67% 상승해 상당히 좋은 성과를 거뒀다. 양대 주식시장이 외형적으로는 양호했지만 업종·테마·종목에 따른 부침이 커 투자자별 수익률은 천차만별이었다.


◆코스피, 중소형 ‘웃고’ 대형 ‘울고’
지난해 코스피시장에서 대형주는 0.86% 하락한 반면 중형주와 소형주는 각각 21.10%, 20.11% 올랐다. 대형주를 피해 투자했다면 상당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상황. 코스피 배당성장50지수는 25.90%나 올랐고 보통주가 아닌 우선주는 평균 23.8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거래소 업종 중에서는 의료정밀이 30.12% 올랐고 제약업종은 무려 88.11% 상승해 대박 수준이었다. 반면 운수·창고(28.49% 하락), 철강·금속(21.03% 하락)은 하락 폭이 워낙 커 이런 결과를 2년만 연속으로 얻어도 투자자금이 반토막 나는 쪽박 수준에 도달한다. 통신업(15.80% 하락), 은행(13.02% 하락), 전기·전자(9.30% 하락), 건설(9.16% 하락) 업종에서도 만만찮은 손실이 발생했다.

코스닥의 경우 종합적으로는 많이 올랐지만(25.67% 상승) 디지털콘텐츠(11.08% 하락), 인터넷(0.98% 하락) 등 하락한 업종도 있다. 신기술을 바탕으로 성장하는 기업이 많은 코스닥이지만 가장 높은 상승률은 전통업종인 종이·목재(134.94% 상승), 섬유·의류(96.58% 상승), 출판·매체(78.01% 상승) 등에서 나타났다.


시가총액이 적은 종목은 기업의 성장성이 떨어지지만 재무상태가 좋고 자산이 많다. 따라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거나 원자재가격 하락으로 이익이 많이 발생하는 등의 매력을 보고 개인 매수세가 적극적으로 들어오면 가볍게 오를 수 있다. 이처럼 지수의 전망에 따라 투자의사를 결정하는 것보다 업종·테마 등에 따라 투자전략을 세우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연구개발 체크하며 투자하라

올해 어떤 쪽에 투자하는 것이 좋을까. 지난해 많이 오른 분야와 많이 내린 분야로 구분해 생각할 수 있고 업종과 테마의 올해 전망, 기업별 실적전망 등을 보면서 선택할 수도 있다.
성장성이 높은 분야라면 지난해 주가가 많이 올랐어도 올해 더 상승할 수 있다. 다만 주가상승률이 기업의 성장률을 뛰어넘은 경우라면 주가수익비율(PER)이 워낙 높아 부담이 된다.

거래소와 코스닥을 망라해 지난해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종목은 제약주와 화장품주다. 지난해 8조원대의 신약 기술수출로 제약업계 신기록을 세운 한미약품은 연초 대비 연말상승률이 627.05%, 연중 최고상승률이 759.81%에 달했다.

한미사이언스(연말 748.46%, 연중 최고 1311.07%)는 더 대박을 냈다. 또 대화제약(연말 427.66, 연중 최고 746.81%), 삼성제약(연말 304.40%, 연중 최고 862.64%) 코오롱생명과학(연말 302.23%, 연중 최고 508.71%)을 비롯해 200% 이상 폭등한 제약주가 수두룩하다.
폭등한 종목 중에는 적자인 기업도 있다. 한마디로 ‘묻지마 상승’을 한 것이다. 따라서 의약업종의 집단적 상승이 올해까지 이어지기 힘들다면 미래의 성장성을 좌우하는 연구개발 상황을 확인하면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요 화장품회사도 지난해 연중 100% 넘게 상승했다. 다만 2년 연속 큰 폭 상승이 이어졌고 PER이 50배에 달하기 때문에 주가상승이 다소 주춤할 가능성도 있다.

화장품 면세점과 중국인관광객 수 증가, 화장품 방판 및 온라인의 높은 성장세 등 우호적 환경으로 높은 성장이 이어지지만 얼마나 먼 미래의 실적까지 끌어와 현재의 주가에 반영할 것인지 봐야 한다. 그 미래의 시점이 멀면 멀수록 실적예상치에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상승률이 높고 시가총액이 늘어난 종목은 일부 대형펀드에서 지속적으로 많이 편입해 주가상승이 더욱 탄력을 받은 측면도 있다. 따라서 이 종목들을 대량 편입한 펀드에서 다시 환매를 요청하면 ‘제 살 깎아먹기’ 식 매도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

자신이 투자한 펀드에서 다른 투자자들이 환매하면 편입종목의 주가가 떨어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따라서 펀드수익률 감소로 또 다른 투자가의 환매가 이어질 수도 있다. 즉 성장성이 좋더라도 PER이 너무 높은 상태에서는 실적증가율과 주가상승률을 비교하면서 투자해야 한다.

개인투자자 상당수는 싼 종목을 선호해 바닥에서 주식을 사고 싶어 하며 주가가 많이 내린 종목에 손이 나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어느 해에 주가가 많이 내린 업종 또는 테마가 단순히 많이 내렸다는 이유로 이듬해에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다.

◆은행·IT기술주 눈여겨봐야

업종의 환경과 실적 추이도 봐야 한다. 업종의 환경이 우호적으로 돌아서고 그에 따라 실적개선이 가능해야 한다. 거래소의 건설업종은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하락했고 철강·금속업종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이나 연속 하락했다.

금리가 하락하면서 예대마진이 축소되고 업종환경이 좋지 않아 몇년 동안 부진했던 은행은 주가가 장기간 바닥에서 횡보했다. 따라서 PBR이 매력적이고 배당수익률이 높은 은행주가 크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안에 수익을 내기 유리한 종목으로는 그동안 주가가 하락해 PER 또는 PBR이 낮은 상황에서 재료를 수반해 실적이 좋아지는 종목을 꼽을 수 있다. 주식시장의 다양한 재료 중에서 턴어라운드는 가장 확실한 재료 중 하나다.

PER이 낮은 상태에서는 주가가 한참 올라도 부담이 적기 때문에 높은 수익률이 가능하다. 또 주가가 올랐어도 상대적으로 뒤처졌던 종목이 성장성 테마에 부합하면서 영업이익과 순이익 증가가 수반된다면 전 고점을 돌파하는 상승을 기대할 수도 있다.

물론 그렇게 되더라도 시장 전체에 나타날 수 있는 리스크와 개별종목 고점의 위치를 예단할 수 없어 자금관리상 주가상승 시 일부 매도를 통해 수익을 실현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해 성장성 기술주 중 바이오기술주가 큰 폭으로 오른 반면 IT기술주는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기존 스마트폰시장이 포화상태에 다다르면서 하락한 부품주가 IT기술주 분위기 침체에 일조했다.

지난해 거래소와 코스닥의 제약업종이 각각 88.11%, 75.02% 상승한 반면 코스닥의 IT부품과 IT종합은 각각 7.65%, 9.81% 오르는 데 그쳤다. 이제 저평가영역에 주가가 머물러 있는 IT기술주도 많고 수주가 증가하고 실적이 안정성을 확보하는 종목도 많은 만큼 올해는 IT기술주의 투자비중을 높일 만하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