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금융·기술 융합)시대가 열리며 ‘현금 없는 사회’가 다가온다. 결제 패러다임 변화에 발맞춰 IT기업과 금융권을 중심으로 차세대 금융거래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 온라인과 모바일을 기반으로 하는 ‘OO페이’는 이미 국내에 20여개가 출시돼 각축전을 벌이는 중이고 바이오인증·가상화폐에 주목하는 금융사도 늘어났다. 

◆IT대기업, 핀테크플랫폼 선점에 사활

현재 한국의 현금결제비중은 17%다. 10년 전(51%)과 비교하면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카드결제가 대세로 자리 잡으며 현금이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것이다. 카드가 점령한 지급결제시장은 핀테크기술의 발달로 또 다시 변화를 꾀한다.


한국은행이 지난 1월 발표한 ‘중장기 지급결제업무 추진전략’(지급결제 비전 2020)에 따르면 앞으로 국내외 IT기업들은 자체 플랫폼을 구축해 금융서비스 제공을 급격히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미 젊은 층은 삼성페이를 비롯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페이코, SSG페이 등을 익숙하게 사용한다.


지난해 8월 출시된 삼성페이는 스마트폰 기반의 오프라인 결제솔루션이다. 지난달 말 기준 국내외 가입자 수가 500만명을 넘었고 누적결제금액은 5억달러(약 6040억원)를 돌파했다. 마그네틱보안전송기술(MST)과 근거리무선통신(NFC) 방식을 통해 카드단말기가 있는 모든 상점에서 결제가 가능하다는 범용성이 강점인 삼성페이는 출시된 지 반년 만에 국내 오프라인 결제시장의 강자로 급부상했다.


삼성페이 결제 모습. /사진=뉴시스 DB

SSG페이는 유통공룡 신세계그룹의 장점을 살린 바코드 기반 모바일 간편결제솔루션으로 지난해 7월 출시됐다. ▲현금 ▲신용카드 ▲상품권 ▲포인트 적립·결제 ▲쿠폰 ▲현금영수증 ▲주차정산 등 다양한 온·오프라인 금융거래를 한데 모은 것이 특징이다. SSG페이는 탄탄한 유통망과 입소문을 타고 가입자가 130만명을 돌파하는 등 영향력을 키우는 중이다.
지금은 신세계 계열사 유통채널 내에서만 사용해야 하는 한계가 있지만 앞으로는 관공서·항공·외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타 가맹점과 제휴를 확대해 범용성을 넓힐 예정이다.

지난해 8월 선보인 NHN엔터테인먼트의 페이코는 IT업계가 선보인 간편결제서비스 중 가장 많은 20만개 이상의 온·오프라인 가맹점을 보유한 막강한 범용성을 내세워 지난 1월 기준 가입자 수가 410만명을 넘었다. 독자적 플랫폼이 없다는 게 단점으로 꼽히지만 공격적 마케팅전략으로 부족한 점을 채우며 사용자를 늘릴 방침이다. 안현식 NHN엔터테인먼트 총괄이사는 “올해 페이코 마케팅에 12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온라인결제부문에서는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가 자사 플랫폼을 기반으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지난해 6월 출시된 네이버페이는 자사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온라인 간편결제시장을 공략해 최근 가입자수가 1500만명을 넘어섰다. 네이버페이는 네이버 ID 하나로 쇼핑·음악·영화·웹툰 등 다양한 분야의 서비스를 별도의 회원 가입 없이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특히 결제할 때마다 카드혜택과는 별개로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추가로 적립해줘 좋은 반응을 얻었다.

2014년 9월 등장한 카카오페이는 최근 가입자 수가 700만명을 돌파했다.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 중 97%가 사용하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에 탑재됐기 때문에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할 필요가 없으며 카드사 구분 없이 다양한 카드를 최대 20개까지 등록해 1개의 비밀번호 입력만으로 간편하게 사용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또 연내 출범을 목표로 시스템 구축에 한창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와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이외에도 ▲SK플래닛 시럽페이 ▲LG유플러스 페이나우 ▲KG이니시스 이니페이 ▲BC카드 BC페이 ▲인터파크 옐로페이 ▲티몬 티몬페이 등 20여개 페이서비스가 운영 중이며 LG전자도 상반기 중 LG페이를 선보이고 ‘페이 전쟁’에 가세할 예정이다.

IT업계 관계자는 “내로라하는 IT 대기업들이 모두 페이 전쟁에 가세한 것은 핀테크플랫폼을 선점할 경우 다양한 사업을 결합해 추가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라며 “기존 자사 고객을 붙잡아두는 효과도 있어 사활을 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금융권, 바이오인증·가상화폐 뜬다

금융권은 핀테크시대를 맞아 바이오인증과 가상화폐에 주목한다. 바이오인증은 신체적 특징인 지문·홍채·정맥·얼굴·음성 등을 자동화된 장치로 추출해 개인을 식별하거나 인증하는 기술이다.

시중은행들은 도난·분실 등의 우려가 없는 바이오인증이 앞으로 금융거래에서 본인을 인증하는 핵심수단이 될 것으로 보고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장 먼저 신한은행이 움직였다. 지난해 12월 은행직원이 필요 없는 ‘디지털 키오스크’ 서비스를 시작한 것. 이 서비스는 이용자가 손바닥 정맥인증을 통해 본인임을 확인하면 입출금, 송금, 대출, 카드발급 등 107가지 금융관련 업무를 이용할 수 있다.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도 상반기 중으로 홍채인식을 통한 디지털 키오스크를 출시할 예정이며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도 바이오인증을 통한 비대면채널 확보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력한 보안기능과 더불어 편리함까지 갖춘 바이오인증은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준비하는 업체들도 관심을 쏟는다. 비대면 은행의 특성상 강력한 보안과 편리한 접근성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금융생활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과 모바일로 급격히 이동하면서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기 위해 금융사들이 바이오인증과 같은 핀테크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미국 투자자문업체 매지스터 어드바이저스가 앞으로 14년 내 세계 6대 기축통화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 가상화폐 비트코인에도 주목한다. 지난해 블록체인·비트코인 전문기업 코인플러그에 15억원을 투자했으며 국민카드는 코인플러그와 제휴해 고객이 보유한 포인트를 비트코인으로 전환할 수 있는 ‘포인트리-비트코인 전환서비스’를 개발해 시행 중이다.

일각에선 핀테크시대가 가속화되며 금융보안 및 사이버 침해 우려가 커질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나온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해킹, 도난 등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 또는 손실 등으로 금융정보보호 및 소비자보호 관련 문제가 커질 수 있다”며 “신규 IT기술이 단기간에 금융서비스와 접목하면서 금융거래의 신뢰성과 보안성에 대한 검증기간이 충분치 않아 전자금융사고가 빈번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