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스마트폰 렌털사업에 나섰다. 삼성전자의 신작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7·갤럭시S7엣지'를 1년간 쓰고 반납하면 최신 갤럭시S·노트 시리즈로 교체해주는 '갤럭시 클럽' 프로그램이 바로 그것. 갤럭시 클럽 가입자는 기기 할부금에 매달 7700원을 추가 부담하면 1년 뒤 남은 할부금을 납부하지 않고 '갤럭시S8'으로 교체할 수 있다.
단, 삼성디지털프라자에서 구매하고 삼성카드로 6개월간 결제해야 한다. 이는 지난해 9월 애플이 미국에서 시작한 '애플 업그레이드 프로그램'과 유사하다.
그러나 삼성의 '자체' 스마트폰 유통에 이통사들은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국내 제조사 최초로 '스마트폰 리스'(Lease·장기임대) 사업을 시작한 삼성의 속내는 무엇일까.
◆ 고객에게 주는 '선택권'
지난 10일 삼성전자 고동진 무선사업부 사장은 갤럭시S7시리즈의 국내 출시를 하루 앞두고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갤럭시S7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갤럭시 클럽'에 대해 언급했다. 고 사장은 "갤럭시 클럽은 여러 가지 형태로 발전하겠지만 갤럭시 제품과 무선사업부 제품을 아껴주고 사랑해준 고객에 대한 보답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며 "더 확대·발전시켜서 '삼성전자의 갤럭시 제품을 사용하니 삼성이 나를 이렇게 대우해주는구나'라고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고객의 사랑에 대한 보답'이라는 '갤럭시 클럽' 프로그램. 그렇다면 이 프로그램에 가입한 갤럭시S7 32GB 구매자는 한달에 얼마를 내야 할까. 갤럭시S7 32GB의 출고가는 83만6000원. 갤럭시 클럽 가입자는 이를 24개월 할부로 구입해 1년간 할부금을 내고 1년 뒤 새로운 갤럭시 제품이 나올 때 기기를 반납하면 남은 1년치 할부금이 면제된다. 최소 1년간 단말기 할부금과 월 7700원의 가입비용, 할부이자 5.9%를 더하면 월 4만5000원 정도의 기본적인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여기에 통신 요금을 합산해야 한다. 갤럭시 클럽 고객의 경우 삼성전자가 자체적으로 판매한 일종의 자급제 폰이어서 1년 선택약정 요금제에 가입하면 20% 요금할인 제도를 적용 받는다.
즉, 갤럭시 클럽 고객은 '갤럭시S7 32GB 기기값 3만4000원(83만6000원/24개월)+클럽 가입비용 7700원+할부이자 5.9% 약 2000원+2만9900원(최저 요금제 사용 시)의 20%할인 적용된 요금제 약 2만3000원=월 납입액 약 7만원'을 부담하면 된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 클럽은 소비자에게 단말구입에 대한 선택권을 넓힌 것"이라며 "기존 이통사 중심으로 스마트폰을 구입하던 것에서 나아가 제조사를 통해 직접 소비자가 폰 구매를 할 수 있도록 선택여지를 만들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 삼성의 '갤럭시 사수하기'
그러나 업계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갤럭시 클럽은 최근 중저가폰 돌풍으로 스마트폰시장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갤럭시S·노트 시리즈의 '고정층'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에서 탄생했다는 분석이다. 포화상태에 이른 스마트폰시장에서 중저가폰의 활약은 프리미엄폰의 수요를 감소시켜 소비자의 휴대폰 교체 주기를 더디게 만들었다. 이에 따라 해마다 출시되는 프리미엄폰을 써줄 '갤럭시 유저'의 필요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주로 프리미엄폰을 출시한 애플도 비슷한 이유로 지난해 '애플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아이폰6s·6s플러스부터 이통사와 연계하지 않은 자체 할부프로그램을 시행해 매월 최소 32달러를 내면 1년 뒤 최신 아이폰으로 바꿔주는 서비스다. 애플의 이 같은 멤버십 렌털프로그램 도입은 스마트폰시장 변화를 예고했으며 삼성의 갤럭시 클럽 출시를 견인했다.
특히 삼성은 탄탄한 고정층 확보를 위해 갤럭시 클럽의 멤버가 되고 싶은 소비자에게 '삼성디지털프라자에서만 가입이 가능하고 최소 6개월간 삼성카드로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의무사항을 뒀다. 또 가입비 월 7700원과 관련, '삼성페이를 사용하면 실적에 따라 최대 7700원까지 청구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조항으로 묶었다.
이에 대해 이통업계는 프리미엄폰시장의 성장 침체로 수익성을 고민하던 삼성전자와 실적성장에도 매각설이 제기된 삼성카드, 모바일페이시장에서 세를 불리고 있는 삼성페이의 '합작품'으로 해석한다. 이는 전자·금융사업의 성장을 강조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지와도 부합한다.
그러나 일각에선 급속도로 성장한 중저가 스마트폰시장에 대한 뒤늦은 대응이라는 분석도 있다. 장재현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렌털폰시장을 개척하려는 삼성의 시도는 나쁘지 않지만 중저가 스마트폰시장은 이미 커진 상태"라며 "갤럭시 클럽은 중저가 스마트폰의 성능이 좋아지기 전에 출시했어야 효과가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 연구원은 "실제 갤럭시 클럽 가입자는 갤럭시 제품 전체 고객의 10% 미만으로 형성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 이통사와 갈등 겪나
갤럭시 클럽의 실가입자 수가 많지 않더라도 삼성전자와 '껄끄러운 관계'가 형성되는 집단이 있다. 바로 이동통신업계다. 스마트폰시장의 유통과 판매를 전담했던 통신사로선 렌털사업에 나선 삼성전자와 주도권 싸움을 해야 하는 처지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삼성이 시행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측면에서 파급력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동통신사가 스마트폰 유통을 담당했는데 막강한 삼성이 시장에 뛰어들어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국내 이통사들은 과거 갤럭시 클럽과 비슷한 단말기 교체프로그램을 출시했지만 미래부로부터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위반' 가능성으로 폐지를 권고받은 바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2014년 9월 가장 먼저 '클럽T'라는 상품을 내놨지만 같은 '단말기 교체 프로그램'의 가입자라도 단말기에 따라 지원금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유로 미래부로부터 상품판매 중단 권고를 받았다. LG유플러스도 마찬가지다. 단말기 교체프로그램 '제로클럽 시즌1'이 특정 요금제 가입자와 특정 기기 이용자만 가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 미래부의 권고로 결국 폐지됐다.
그러나 삼성의 갤럭시 클럽은 제조사에서 출시한다는 이유로 '단통법'에 위반되지 않아 장기적으로 볼 때 제조사와 이통사 간의 영역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삼성이 스마트폰을 직접 판매하는 것은 처음이어서 자급폰시장이 커질 가능성이 충분하다"면서 "이는 결국 소비자가 이통사에서 제공하는 공시지원금과 자급폰에 적용되는 할인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이통사에 손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