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가던 카페에도 ‘착한 소비’ 바람이 분다. 일회용품 대신 텀블러나 에코백을 사용하는 등 일상에서 환경을 보호하는 작은 습관이 커피 한잔을 마실 때도 이어지는 것이다. 카페가 넘쳐나면서 커피의 맛과 가격만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어지자 친환경적으로 생산됐거나 공정무역 원료를 사용했음을 강조해 똑똑한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커피업계의 핵심쟁점은 ‘원두의 원산지’다. 커피 원두의 원산지는 주로 중남미와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이어서 노동력 착취와 환경파괴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이에 커피업계가 환경이슈에 적극 대처하고 나섰다. 자사 커피가 공정하게 거래됐음을 증명하는 인증을 취득하고 착한 소비를 위한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것.


/사진=이미지투데이

◆커피업계, ‘착한 원두’ 사용이 대세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는 세계최대 공정무역인증 커피 구매기업으로 전세계 지점에서 90% 이상의 원두를 착한 소비로 채운다. 스타벅스는 1998년부터 국제환경 NGO단체와 협력해 적정기준의 원두 조달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했다.

스타벅스의 ‘착한원두구매팀’이 커피 원산지를 직접 찾아가 공정무역, 유기농, CAFE 프랙티스(Practice) 등 제3자 인증의 윤리구매방식으로 원두를 구입한다. 이들 3개 기준에 각각 부합하는 원두의 조달비율을 99% 이상 유지한다. 원두농가에 도움이 되고자 국제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구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젠 대다수의 커피브랜드가 소비자의 사랑을 받기 위해 ‘에코인증’을 전면에 내세운다. 할리스커피는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최초로 전매장에서 열대우림연맹(RFA) 인증 원두를 사용한다. 개구리 마크로 알려진 RFA인증은 인권보호를 받은 노동자들이 친환경 농법으로 키워낸 농작물에 부여하는 인증마크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커피브랜드 블루보틀은 페어트레이드 인증 원두를 사용하는데 이는 개도국의 생산물을 적정가격에 구입해 현지 노동자의 생활을 개선하고 자립을 지원하는 인증이다. 뉴욕에서 온 띵크커피는 세계공정무역상표기구의 기준을 통과한 원두만을 사용해 유기농 공정무역 전문브랜드로 이름을 알렸다.

심지어 패스트푸드점에서도 ‘착한 커피’를 판매한다. 지난해 11월 버거킹은 자사가 판매하는 모든 커피의 원두를 ‘레인포레스트 얼라이언스’(RA: Rainforest Alliance)인증 커피로 교체한다고 밝혔다. RA인증은 국제비영리단체가 환경보호와 노동자의 안전을 고려해 생산하는 커피에 부여하는 인증이다. 에코인증은 커피전문점뿐만 아니라 음료업계 전반으로 퍼졌다. 아모레퍼시픽의 차(茶)브랜드 오설록은 제주 유기농 녹차를 이용한 음료를 판매 중이다. 차전문기업 삼원티앤비의 ‘마이티립’(mighty leaf)은 식물성 재료로 만들어 퇴비로 사용 가능한 티 파우치에 ‘유기농 얼그레이’ 등 친환경 차를 담아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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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도 에코 열풍에 동참
일본에서는 커피업계를 넘어 다른 분야로 확산될 정도로 에코인증 열풍이 뜨겁다. 일본 편의점업계 2위 로손은 지난해 3월부터 매장 내 마치카페에서 RA인증을 취득한 원두만 사용한다. 탄자니아 등 개도국 농가가 에코인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는 훈훈한 이야기도 들린다. 지난해 9월에는 기린, 로손 등 일본의 대표 식음료사 6곳이 레인포레스트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에코 인증을 확산하는 데 앞장섰다.


에코인증 움직임에 금융업계도 동참하는 분위기다. 소비자가 신용·체크카드로 친환경제품을 사면 현금으로 사용 가능한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그린카드’제도가 생겼다. 이 제도는 5년 전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시중금융기관들과 협력해 탄생했다. 지난해 말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던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도 그린카드 제도가 크게 주목받았다.

일상 속에서 친환경제품을 소비한다면 그린카드의 포인트를 간편하게 적립받고 이 포인트로 카드결제 시 할인혜택을 받는다. 대표적으로 커피숍에서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나 머그잔으로 주문하면 그린포인트를 받는 식이다. 또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항공기에서 개인수하물을 부치지 않을 때, 영화관에서 온라인으로 티켓을 발급받을 때, 호텔에서 수건 등을 교체하지 않을 때 포인트가 쌓인다.

그린카드는 우리·하나·KB국민·NH농협카드 등 15개 카드사에서 발급 중이다. 2011년 도입된 그린카드는 2013년 735만장, 2014년 1153만장 등 점차 사용자 수가 늘어나 경제활동인구의 절반 가까이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의 ‘제3차 녹색제품 구매촉진 기본계획’에 따라 환경부의 환경표지 인증제품 외에도 산업통상자원부의 우수재활용 인증제품, 농림축산식품부의 친환경농산물 등으로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주식투자자가 주목할 만한 기업

주식투자자의 관점에서 에코인증 관련 주식을 찾아볼 수 있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에코인증이 필수가 될 정도로 커피전문점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2015년 말 국내증시에 한국맥널티가 상장됐는데 국내원두커피 시장점유율 1위 기업으로 수많은 커피전문점에 납품하고 있다. 국내를 넘어 동남아·중국 커피시장까지 넘보는 등 시장확대에 따른 이익성장이 기대된다.

또 인증을 강력한 마케팅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인증시장 자체에 주목해야 한다. 국가기술표준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증산업 규모는 10조원을 넘었다. 커피 원두처럼 1차 산업의 에코인증을 취급하지 않지만 인증시장에서 떠오르는 기업이 하나 있다. 정보통신·자동차 전장·의료기기 분야에서 제품이 기준을 충족하는지 시험인증사업을 영위하는 전문업체인 디티앤씨가 그 주인공으로 장기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