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까지만 해도 ‘국산 준중형 세단’은 단순히 중형세단보다 ‘한단계 낮은’ 차급의 자동차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패밀리 세단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의 선택지로 여겨졌다. 

준중형이라는 개념은 미국기준으로 콤팩트카, 유럽기준으로 C세그먼트에 해당한다. 유수의 해외 고급브랜드는 이 차급을 ‘값싼 차’가 아닌 ‘스포티한 차’라는 이미지로 만들어냈다. BMW 3시리즈, 벤츠 C클래스, 아우디의 A3·A4, 캐딜락 ATS 등은 단순히 ‘하위차급의 차’가 아닌 다이나믹한 드라이빙을 즐기는 데 그 방점이 찍힌 모델이다. 이런 추세는 고급브랜드뿐 아니라 모든 자동차 메이커에 적용됐다.

/사진제공=현대기아자동차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업체도 마찬가지다. 준중형 세단이 점차 ‘스포티’한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런 진화의 연장선상에 있는 기아차 K3 디젤을 시승했다.

◆ 콘셉트는 ‘스포티’


지난해 11월 말 K3 부분변경 모델이 출시되고 불과 보름 후 K3 디젤이 출시됐다. 부분변경이지만 디자인 핵심요소들의 변화가 있어 외관상으로 느껴지는 차이가 크다.

눈에 띄는 모습은 더욱 확대된 '호랑이코' 그릴이다. 헤드램프는 라디에이터와 일직선으로 이어져 전면부의 모습을 더욱 꽉 채운다. 프론트 범퍼의 형태도 잘 다듬어졌다. 신형 K5와 디자인의 유사성이 높아졌는데, 그중에서도 SX의 디자인과 맥을 같이한다. ‘스포티함’을 추구했다는 점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측면 디자인은 큰 변화가 없다. 유선형 루프라인과 캐릭터라인은 종전 모델과 같이 속도를 지향하는 이미지다. 후면부는 테일램프의 위치를 상단으로 옮기고 수평적인 디자인으로 가다듬었다. 머플러는 가로로 확대됐다.


/사진제공=현대기아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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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역시 스포티한 이미지를 주기 위해 애쓴 모습이다. D컷 스티어링 휠과 패들쉬프트가 대표적이다.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스포츠 페달도 이런 인테리어 요소의 일부분이다. 공조기를 비롯한 멀티미디어 조작 버튼의 하단부를 약간 튀어나오게 하는 등 디테일한 변화도 엿볼 수 있다. 편의사양도 후측방 경보시스템, 스마트 트렁크, 어드밴스드 주차 조향 보조시스템 등으로 다양화됐다.


◆디젤엔진+7단 DCT

주차장에서 차를 찾았다. 키를 누르자 손잡이 부분의 웰컴 라이트가 눈에 띈다. 문을 열고 탑승하자 1열의 실내공간은 만족스럽다. 몸집이 제법 큰 편인 기자도 비좁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고 시트의 재질감은 어지간한 중형세단 부럽지 않다. 다만 2열의 헤드룸은 다소 부족하게 느껴졌다.

시동을 걸자 디젤 특유의 엔진음이 들려온다. 엔진사운드가 꽤나 안정적이다. 기존모델과 같은 U2 1.6 VGT 엔진이지만 7단 DCT(Dual Clutch Transmission)가 적용됐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변화다. 신형 아반떼 디젤과 파워트레인을 공유한다.

주차장 램프를 나올 때부터 디젤 특유의 힘이 느껴진다. 가벼운 차체에 디젤엔진이 적용되면 그 힘은 놀랍다. 준중형 디젤세단이 끝없는 인기를 구가하는 이유일 것이다.

가속페달의 반응은 뛰어난 편이다. 도심주행에서는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을 정도다. 퇴근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서울 도심의 정체는 풀릴 줄 모른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은 채 지루하게 신호대기하는데 갑자기 엔진음이 들리지 않았다. ISG(Idle Stop & Go)가 작동한 것이다. 이 차가 추구하는 또 다른 목표인 ‘연비향상’을 위한 기능이다.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자 다시 시동이 걸린다.

사실 독일 디젤 세단들을 중심으로 이 기능이 처음 도입될 때만 해도 불편함이 컸다. 익숙하지 않은 탓이 컸지만 시동이 꺼졌다 다시 켜질 때의 시간이 부담스러운 탓도 있었다. 이 기술은 이제 안정권에 접어들었다고 판단된다. 차내에서 대화를 나눌 때 다소 거슬릴 수 있지만 운전에 방해되지는 않는다. 이런 노력을 통해 공인연비는 기존모델보다 18% 향상됐다.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본격적으로 차량의 능력을 시험할 시간이다. 에코로 설정했던 드라이빙 모드를 노멀에 맞추고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았다. 막힘없이 치고나가는 느낌이 상당하다.

7속 변속기와 디젤엔진의 조화 역시 뛰어나다. 다만 노멀 모드에서 변속시점이 다소 이르다. 연비를 위한 셋팅일 텐데, 이는 스포츠 모드에서도 큰 차이가 없다. 더욱 다이나믹한 운전을 원한다면 패들쉬프트를 활용해 수동으로 조작할 것을 추천한다.

◆ 피할 수 없는 경쟁차 '아반떼'

부분 변경된 K3디젤을 총평하자면 ‘스포티 준중형’에 충실히 접근했다고 볼 수 있겠다. 여러 방면에서 기존모델 대비 업그레이드 됐다. 하지만 문제는 확실한 포지셔닝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신형 아반떼가 출시돼 엄청난 인기를 끄는 시점에서, 구형 플랫폼을 기반으로 나온 K3는 상대적으로 메리트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파워트레인이 완전히 같다면 신형 플랫폼을 선호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수치상 연비를 봤을 때 신형 아반떼보다 높다는 착각에 빠질 수 있겠지만 이마저도 오해다. 새로운 플랫폼이 적용된 아반떼의 공인연비(18.4㎞/ℓ)는 '산자부 공동고시 연비'(신 연비)가 적용된 수치고 부분변경인 K3디젤(19.2㎞/ℓ)은 구연비를 기준으로 한 수치다. 환산해보면 오히려 아반떼 디젤이 앞선다.

다만 트림 및 옵션 설정에서는 확실한 강점을 가졌다.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따져봤을 때 동급의 아반떼에 비해 저렴하게 구입이 가능하다. 기아차가 K3에 적용한 트렌디 A·C·E 트림도 소비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훌륭한 시도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