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고도성장기인 1961년부터 1980년대까지 1인당 국민소득이 10배가량 늘었다. 이 기간 평균 8.5%의 경제성장을 이뤘고 국민총생산은 약 4배 성장했다.
제조업 중심의 성장은 2000년대에도 계속됐다. 2001~2010년 한국제조업의 생산증가율은 평균 6.7%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를 제외하면 양호하다. 그러나 2011~2013년 평균 2.2%로 크게 하락하면서 저성장시대를 맞았다. 세계적인 교역 위축이 국내제조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이다.
제조업체의 영업이익률은 1960년대 10.8%, 1970년대 8.4%, 1980년대 7.3%, 1990년대 7.0%, 2000년대 6.3%, 2010년 6.7%로 변했고 이후 수년간 5%대에 머물렀다. 영업이익률 기준 우리나라의 전세계 순위는 주요 46개국 중 상위권에서 내려가기 시작해 2014년에는 3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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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의 순이익률은 2004년 11.21%로 신흥국 평균(9.76%), 전세계 평균(7.39%)보다 높았지만 10년 후인 2014년 5.49%로 줄어 신흥국 평균(7.92%), 전세계 평균(5.90%)보다 낮아졌다. 기업 순이익률 하락 폭도 2012년부터 3년 사이 2.9%포인트를 기록, 세계 주요 25개국 중 칠레 다음으로 컸다.
◆제약사 약진, 영업이익 급증
한국의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면서 지난해 국내증시 시가총액 기준 100대 상장기업의 매출액이 1523조5192억원으로 전년 대비 2.1%(30조8102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삼성물산(8조2151억원 증가), 하나금융지주(6조965억원 증가) 등 인수합병을 통해 매출액이 크게 늘어난 업체들이 있었음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역성장했다.
다만 지난해 영업이익은 18.3%(17조1246억원) 늘어난 93조3843억원을 기록해 모처럼 영업이익률이 양호하게 증가했다. 2014년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던 GS, SK이노베이션, S-Oil, 현대중공업, 대림산업 등이 극한의 구조조정 등을 통해 적자 폭을 크게 줄이거나 흑자전환해서다. 또 한국전력이 지난해 전기료가 인상된 혜택을 입고 영업이익이 5조7876억원에서 11조3467억원으로 5조5591억원 증가한 것이 포함됐다. 100대 기업 중 한국전력을 제외한다면 영업이익의 총 증가액은 3분의1가량 줄어든다.
저성장 기조 속에서 고성장하는 업종도 있다. 약업닷컴이 12월 결산 코스피 및 코스닥상장 제약사들의 2015년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59개 업체의 평균 매출액은 15조8255억원으로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대규모 신약 기술수출로 매출액이 73.1% 증가한 한미약품과 45.7% 늘어난 한미사이언스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의 매출 증가율도 13.6%로 나타났다. 알보젠코리아, 광동제약, 우리들제약, 휴온스, 대한뉴팜, 슈넬생명과학, 환인제약 등 총 9개 업체의 매출액 증가율이 20%를 넘었다.
지난해 59개 제약사의 영업이익은 1조4535억원으로 전년 대비 55.9%나 급증했다. 물론 영업이익이 적자를 기록한 업체까지 모두 포함한 결과다. 한미사이언스(1138.7%), 한미약품(514.8%), 동아쏘시오홀딩스(209%), 바이넥스(157.3%), 일양약품(148.4%), 경남제약(87.5%) 등의 순서로 영업이익 증가율이 높았다. 최상위의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를 제외하면 제약사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6.5%다. 상장제약사들의 순이익 증가율은 평균 94.4%인데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를 제외할 경우 57.1%로 나타났다.
순이익이 크게 증가함에 따라 현금성 자산도 늘어나 재무적으로 튼튼해지고 환경변화에 대한 대응능력도 커졌다. 지난해 상장제약사들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조8592억원으로 전년 대비 3847억원 늘어났다. 지난해 총 현금배당액은 전년보다 750억원 증가한 2500억원 수준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의약품 내수시장 올해도 ‘파란불’
현금이 늘어남에 따라 현금배당액도 많아졌다. 배당금이 늘면 주가상승에도 유리해진다. 현금배당액 1위 업체에는 2014년 유한양행이 올랐고 2015년엔 한미사이언스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시가배당률이 높은 업체로는 삼일제약(2.8%), 삼진제약(2.6%), 부광약품(2.47%), 파일약품(2.38%), 진양제약(2.2%), 경보제약(2.1%) 등이 꼽힌다. 저금리 상황에선 실적이 안정된 종목 중 배당률이 시중은행 금리보다 높은 주식을 사서 보유하는 게 나을 수 있다.
현금이 많아지면 연구개발(R&D)에 투자할 수 있는 돈도 많아지는 셈이다. 아직은 코스피상장 제약사의 매출액 대비 평균 연구개발비가 8%대에 머물고 코스닥상장 제약사는 5%대에 불과해 경쟁국 대비 낮은 수준이다.
앞으로 제약업종의 성장성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쌓여가는 현금을 연구개발에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연구개발비가 가장 많은 제약사는 한미약품, 대웅제약, 녹십자, 종근당, LG생명과학 등이고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가 가장 많은 제약사는 이수앱지스, 셀트리온제약, CMG제약, 비씨월드제약 등이다.
한미약품은 다른 제약사보다 훨씬 많은 자금을 오랜 세월 꾸준히 R&D에 투자했고 해외에서는 임상을 활발히 진행했다. 최근 3년간 투자한 연구개발비가 4000억원을 넘어섰다. 그 결과 지난해 한국 제약역사에 한획을 긋는 기록적인 성과를 얻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R&D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투자금을 늘리는 기업이 많아져 신약개발 성과가 계속 나타나면서 업계 전체적인 성장성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올해 의약품 내수시장은 13조4000억원으로 안정적인 성장이 예상된다(신한금융투자, 2016년 3월3일). 건강보험 재정이 양호하고 대규모 약가 인하가 없는 가운데 노인인구 증가 등으로 의약품 수요가 견조하기 때문이다. 올해 의약품 수출액은 전년 대비 13.3% 증가한 25억9000만달러로 예상된다. 제약사들이 내수와 수출 양쪽으로 양호하게 성과를 이어가고 헬스케어업종의 장기성장 기대감도 여전하다. 지난해 주가상승률이 워낙 커 주가수익비율(PER)이 과도하게 높아지면서 조정기간이 필요하지만 전반적인 저성장 기조 속에서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업종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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