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흔히 자연의 푸르름과 대조되며 ‘회색빛’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회색빛 도시는 점차 녹색으로 물들고 있다. 도시개발의 가장 큰 축은 ‘친환경’이 된 지 오래다. 이로 인해 도시의 모습이 바뀌었다.

친환경은 거대 담론이다. 생각하는 주체마다 범위와 대상, 방법과 목적이 제각각이다. 따라서 그간의 환경보호정책은 ‘공공에 의한 민간의 규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개발을 제한하고 오염물질 배출을 규제해 저감하는 방식에 그쳤다. 국제사회와 기업 간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혁신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시스템이다.


이에 많은 환경전문가들은 친환경을 향한 혁신적 미래상이 도시단위에서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본다. 단순한 ‘규제’가 아닌 선도 도시의 모델에서 미래사회의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송도국제도시. /사진제공=게일 인터내셔널 코리아

◆친환경건물 넘어 친환경단지 인증
우리나라에서 친환경도시로 거듭나는 대표적인 곳은 송도다. 송도국제업무단지(송도IBD)는 설계 당시부터 도시 전체가 친환경도시로 개발돼 친환경도시의 선도사례로 꼽힌다.

먼저 계획도시 중 최고수준의 녹지비율을 확보했다. 녹지비율이 전체 개발면적(약 574만㎡)의 40% 수준에 이른다. 특히 송도 중심부에 위치한 40만㎡ 규모의 센트럴파크가 쾌적한 공기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도심 열섬현상을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배출가스 저감에도 집중했다. 도시 전역에 자전거도로와 자전거주차장을 조성해 도시 어디든 자전거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고 생활에 필요한 모든 시설을 도보 30분 이내에 배치해 자동차보다 도보나 자전거로 접근하기 좋도록 설계했다. 주차장은 도시열섬현상 방지를 위해 모두 지하에 설치하고 전체 주차장 면적 중 5%를 친환경차 전용주차장으로 할당했다.


쓰레기 집하시스템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모든 쓰레기는 중앙 쓰레기 집하시스템을 통해 지하 진공관으로 운반된다. 쓰레기 수거차량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없애기 위함인데 결과적으로 도시 미관향상 효과도 있다. 모인 쓰레기는 송도자원환경센터에서 소각하는데 이때 발생되는 소각열은 동절기에 전량 지역난방용으로 공급된다. 이와 함께 센트럴파크 수로는 물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바닷물을 끌어와 운영하며 조경 등은 빗물과 중수를 활용한다.

송도IBD의 건물 중 2010년 송도 컨벤션센터(컨벤시아)를 시작으로 지난해 송도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의 클럽하우스까지 16곳이 LEED(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 인증을 받았다.

LEED 인증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녹색건물 인증제도로 절차와 과정이 까다롭기로 정평이 났다. 인증받기 위해서는 설계단계부터 시공완료 후까지 ▲위치 ▲물 절감 ▲에너지사용 절감 ▲친환경자재 사용 ▲실내공기 질 유지 등 5가지 항목과 부가적인 평가요소 등 총 70여가지 항목을 평가받아야 한다.

이와 함께 송도IBD는 ‘친환경단지’ 인증에도 도전한다. 송도IBD 1공구는 지난 2007년 LEED-ND 시범 프로젝트로 선정돼 내년 획득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LEED-ND는 개별건물이 아닌 지역 전체가 친환경적으로 설계·운영되는 곳에 수여되는 인증이다. 인증을 받으면 국내 최초 LEED-ND 획득사례가 된다.

송도IBD 개발을 담당한 게일 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송도국제업무단지는 개발단계부터 LEED-ND 인증을 염두에 뒀다”며 “오는 6월부터 마지막 인증절차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제주 김녕 풍력발전단지. /사진=뉴시스 우은식 기자

◆자동차가 바람으로 달리는 도시
제주도가 선보이는 친환경도시모델도 전세계의 이목을 끈다. ‘카본프리 아일랜드’(탄소없는 섬)라는 슬로건 아래 2030년까지 모든 내연기관을 없애겠다는 원대한 포부다.

최근 제주도에서 개최된 제3회 국제 전기자동차 엑스포에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탄소 없는 섬을 실현하기 위해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전기저장장치 등의 관련 기술과 산업을 망라한 ‘그린 빅뱅’ 전략을 가시화하는 원년이 되도록 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제주도는 2012년 섬 전역을 자동차 매연으로부터 자유로운 도시로 만들겠다는 ‘2030 탄소 제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30년까지 제주도에서 운행되는 전체 차량을 전부 전기차로 대체한다는 계획인데 우리나라 전기차 보급량의 절반이 제주도에 집중되는 셈이다.

오는 2017년 2만9000대, 2020년 9만4000대로 점차 확대해 2030년에는 운행하는 전체 차량 37만7000여대를 전기차로 대체하는 계획을 세웠다. 올해에도 4000대의 전기차가 보급된다.

제주도의 전기차 보급에 사람들의 이목이 더 집중되는 이유는 ‘에너지 독립’과 연계되기 때문이다. 전기공급을 화력발전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상황에서 전기차는 반쪽짜리 친환경차일 뿐이지만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섬’을 궁극적 목표로 하는 제주도의 ‘스마트그리드’ 전략과 연계되면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 섬으로 변모한다.

현재 제주도에는 저렴한 에너지를 대량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원자력발전소가 없다. 2곳의 화력발전소에서 전력을 공급하고 부족한 전력은 육지에서 끌어쓴다. 제주도는 풍력발전과 수력발전, 태양광발전 등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2030년까지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완전한 ‘에너지자립’에 다다른다는 계획이다. 이 계획이 성공하면 제주도의 전기차는 ‘바람으로’ 달리는 셈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