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이 제주해군기지 반대 주민과 단체를 상대로 공사 지연의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을 청구하자 주민과 시민단체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반발이 일고 있다.

강정마을회는 오늘(30일)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을을 지키겠다고 한 것이 죄라면 해군은 주민을 죄다 죽이고 마을을 통째로 가져가라"고 밝혔다. 강정마을회는 "해군은 자신의 잘못으로 유발된 결과에 대한 책임을 주민들이 져야한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도지사와 도민, 국회의원 후보 등은 강정주민의 눈물을 외면 말고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시민단체도 이 같은 사안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제주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비민주적이고 불법적인 졸속 공사의 책임이 있는 해군이 평화로운 저항에 책임을 뒤집어 씌운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해군을 비난했다.

정의당 김종대 비례대표는 이날 제주에서 정책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해군 방사 비리 사건을 언급하며 "비리의 온상인 해군에 2000억원의 구상권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녹색당도 논평에서 "제주해군기지 건설로 발생하는 군사적 긴장, 파괴된 자연과 주민들이 입은 피해는 무엇으로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앞서 해군은 29일 서울 중앙지방법원에 강정마을 주민 등 5개 단체 120여명을 대상으로 34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해군은 공사가 14개월 지연되며 발생한 추가비용 275억원 중 채증 자료 등을 바탕으로 불법으로 공사를 방해한 단체와 개인 등에 34억원을 청구했다고 설명했다. 해군 관계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국책사업을 불법으로 방해해 공사를 지연시키고 국민 세금에 손실을 준 법적 책임을 묻는 정당한 조치"라고 말했다.


서귀포 강정마을회가 30일 오전 제주도청 앞에서 해군의 제주해군기지 공사 지연 손해배상 청구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